봇! 이제는 내 말을 알아들을 때도 되지 않았니?

[테크]by 김국현
봇! 이제는 내 말을 알아들을 때도

봇 열풍이 다시 오고 있다. 채팅창 너머에서 돌고 있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바로 그 봇. 봇 하면 거의 15년 전에 한국에서 태어나 꽤 흥했던 심심이가 떠오르니, 우리는 이래 봬도 봇 문화의 선진국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번 연례 개발자 행사 F8에서 봇 엔진을 선보였는데,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소프트웨어 연결을 통해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한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언어(물론 영어)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음 단계의 상호 작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얼개를 엔진으로 만들어 공개한 것. 마치 안드로이드와 같은 운영 체제 위에서 앱을 만들어 마켓에 올리듯, 이 봇 엔진을 활용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페이스북의 봇 스토어(Bot Store)에 올리는 식이다. 뉴스앱 대신 뉴스봇, 배달앱 대신 배달봇 등 이제 킬러앱이 대세가 아니라 킬러봇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


페이스북이 꿈꾸는 세계에서는 앱을 찾아 깔아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에서 로봇 친구를 등록하고 그 친구에게 말을 걸면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


이는 페이스북만의 꿈은 아니어서 바로 직전의 또 다른 개발자 행사 마이크로소프트 빌드의 봇 프레임워크와도 흡사하다. 봇을 통해 업무도 볼 작정이다. 큰 기업들이 움직이며 심심이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혹한다. 하지만 대전제는 말이 통했을 때다. 심심풀이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면 답답한 것도 귀엽고 재밌지만, 돈이 오가거나 일을 시킬 때 멍한 고객 접점이라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알파고가 보여준 머신러닝의 위력에 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 봇은 똑똑해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꼭 훌륭한 교사가 되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트위터에 공개한 인공지능 채팅봇의 경우, 막말하는 봇으로 진화해 버려 철거되고 말았다. 도덕과 교양과 터부를 모르는 로봇에게 사람들은 수준 낮은 장난을 걸고 말았고, 그야말로 백지의 로봇 두뇌는 나쁜 것부터 번개같이 배우고 말았던 것.


그렇게 질 나쁜 농담을 봇에게 하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기계랑 이야기할 때 이미 목소리가 달라지고 쓰는 말투도 달라진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잘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봇 엔진 위의 봇들도 아직은 영 답답하다.


또박또박 말해줘도 말을 못 알아듣는 아기가 귀여운 것은, 그냥 아기가 귀엽기 때문이다. 순서가 바뀌면 곤란하다.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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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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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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