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어른보다 아이를 더 빨리 망칠지도 모릅니다.

[테크]by 김국현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10년이 훌쩍 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키워진 스마트 네이티브 들이다. 부모들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육아 중이니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어떤 의미인가. 학급에서 한 두어 명이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 물욕은 금세 들불처럼 번져 나간다. 통신사 대리점마다 그럴듯한 미끼 상품은 얼마든지 있으니 형편이 여의치 않아도 기죽을까 봐 무리해서 사주곤 한다.

불안감에서 사준 스마트폰이 만들어 내는 것은 불안감.

우리 아이만 소통 수단을 지니지 못해서 또는 친구들이 모두 게임 속에서 만난다기에 혹시라도 또래에서 소외될까 봐 스마트폰은 허락되곤 한다. 어른들도 그 느낌을 알기에 설득력이 있다.


소속감이 과대평가된 사회에서 집단에서 빠지는 데서 오는 불안감은 어른들도 늘 괴롭힌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 예민해지고 타인의 평가에 집착하고 급기야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는 삶을 산다. ‘인싸’ 운운하는 감성은 남들처럼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리고 남들만큼 하고 남들처럼 살지 않으면 못 견디는 현대인을 만들어 간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 하트에 중독되게 만들고, 일상의 슬픔도 답답함도 승인 욕구로 승화시켜 댓글의 피상적 ‘토닥토닥’에 탐닉한다. 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어른이 많지 않은 마당에 아이는 오죽할까.


아이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어른들의 스마트폰 문화는 위험천만하다. 소통을 카톡으로 배우는 것 또한 위험하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음성에서 드러나는 타인의 감정을 순시에 읽어내고 이를 배려하고 때로는 이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배양될 기회는 문자 뒤에 숨을수록 잃어 버린다. 모두 육성으로 말 섞기가 귀찮고 거북해 배달 앱을 켜는 것과 같은 일이다. 반면 면전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을 단톡방의 밀실에서 연습하고 커뮤니티 게시물의 댓글로 표현한다. 마음속에 시한폭탄이 자라난다.


게다가 폰 안에는 현실보다 강한 자극이 가득하다. 이러한 조미료의 맛에 빠져 버리면 호기심의 눈으로 현실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감수성마저 무뎌진다.

스마트폰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백안시하고 금지하는 일처럼 퇴행적인 일도 없다. 스마트폰은 결국 컴퓨터, 컴퓨터란 곧 무적의 생산 도구이자 학습 도구다. 마치 책과 노트와 스케치북와 같은 것, 다만 그 광활하고 두터운 백지 묶음 앞쪽에 중독성 강한 때로는 저질 콘텐츠가 붙어 있는 무료 공책 같은 것이다.


책장을 한참 넘겨야 만날 수 있는 그 본질이 있음을, 그 가능성을 스스로는 발견 못 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페어런탈 컨트롤(자녀 보호 기능)은 부모 스스로 IT 리터러시를 늘리고, 아이와 함께 폰을 통해서든 컴퓨터를 통해서든 인터넷과 컴퓨터의 생산적인 면을 만나는 일에서 시작한다.


마치 초등학생에게 거실 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되는 것처럼, 아직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어른이 관여해야 하는 시기와 순간이 있다.


규칙 없는 사회가 없듯이, 가족 내의 규칙을 만들어 룰 기반의 삶을 함께 배워 가는 것도 좋다. 여기에는 이용시간이나 콘텐츠에 대한 제약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관리나 가짜 정보 판별과 같은 이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지혜도 포함될 것이다. 이때 부모는 가장 친근한 콜센터가 되어 준다. 우선 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상담역이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부모가 되는 일에 대해 다시 고민할 기회를 준다는 부수입도 있다.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죄가 없다. 과도하게 연결된 인간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고개를 내미니 문제가 생긴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랄 뿐이다. 부모가 스마트폰 속의 소비문화와 SNS에 과몰입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요물에 덩달아 매료된다.


“저것은 무엇이길래 나보다도 관심을 받는 것인가.”


하지만 디지털 디바이스로 무언가를 만들고 배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무언가를 배우고 또 만드는 과정은 고독하다고, 그 고독을 통해 강해지는 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고 알려줄 수 있다면 스마트폰은 다른 여느 컴퓨터가 그래 왔던 것처럼 성장의 동반자가 된다.


가정교육은 각 가족의 개인사이기에 이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처럼 주제넘은 일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이 글을 비추고 있는 바로 이 화면을 통해 너무나도 연결된 나머지, 화면 밖에서의 이어짐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의 게임 중독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부터 훨씬 더 중독적인 카톡과 페이스북이라도 지워 봐야 할 일이다.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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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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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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