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 대신 야쿠르트 아줌마

[테크]by 김국현
포켓몬 GO 대신 야쿠르트 아줌마

한국의 게임판은 오버워치에 대한 찬사와 이에 비교되고 있는 서든어택2로 시끌벅적하지만, 영어권 게임판을 지금 한창 달구고 있는 것은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고 포켓몬을 찾고, 카메라를 켜서 현실에 등장한 포켓몬을 잡는다. 현실이 곧 게임 공간이다. 스마트폰 하나 들고 동네방네 포켓몬들을 찾아 나선 게이머들. 이리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느라 일부 지역은 몸살을 앓을 지경이 되었다. 상가들은 “이곳은 포켓몬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방을 붙여야 했고, 포켓몬을 찾아 후미진 곳으로 가다가 변사체를 발견한 소녀도 있었다. 위험한 곳에서 발을 헛디뎌 다쳤다는 둥, 여자화장실에 뛰어들어갔다가 체포되었다는 둥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함께 신드롬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다 보니, 닌텐도의 주가는 10%나 폭등했다.

 

게임이라 하면 어두침침한 골방이나 게임방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였는데, 포켓몬 고는 그래도 게이머를 밖으로 나가게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모바일 게임방’이란 컨셉으로 특정 지역에서 게임을 함께 즐기고 혜택을 챙겨 받는 모델도 등장하는 등,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게임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포켓몬 고, 당분간은 한국에서는 해보기 힘들 것 같다. 오프라인 정보 중 가장 중요한 한국의 지리 정보를 받을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마켓의 실행 파일을 억지로 실행시켜도 허허벌판 초원이나 바다만 나온다.

 

구글 지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한국에서는 구글 지도 말고 국산 지도를 쓰면 그만이겠지만, 그런 수고를 기대하기에는 시장 크기가 미묘하다. 게임이야 안하면 그만이지만, 앞으로 해외에서 수입될 많은 온오프라인 융합 앱들 중 한국에서 요긴한 것도 많으련만 소비자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구글의 지도가 반쪽인 동안만큼은 한국형 O2O들은 성공적으로 갈라파고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갈라파고스 한국에서는 나름의 한국형 O2O 유희가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최근 야쿠르트 아줌마에게서만 살 수 있는 커피와 치즈가 인기라고 한다. 야쿠르트 앱이 제공하는 ‘아줌마 찾기’ 기능.

 

포켓몬 고의 타격감이 재현될지는 모르겠으나, 스마트폰 들고 골목을 헤매는 모습. 그 느낌은 알 것 같다.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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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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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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