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이 된 야후, 개발자들은 알고 있었다?

[테크]by 김국현
헐값이 된 야후, 개발자들은 알고 있

야후가 통신사 버라이즌에 팔린다고 한다. 집필 시점 현재 5조 원가량으로 예상되는데, 텀블러를 1조 원에 인수하는 등 큰 씀씀이를 자랑했던 머리사 마이어 대표로서는 체면을 적잖이 구기게 되어 버렸다. 5조 원이라니 얼마 전 상장한 라인에도 한참 못 미치는 평가액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야후의 트래픽은 여전히 세계 5위인데 안타깝다.


사실 텀블러라는 대형 물건이 2013년 야후에 팔렸을 때, 역전 만루 홈런을 내심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에 걸쳐 텀블러를 회계상 손실 처리하면서 현재는 구매가의 30% 정도, 심지어 장부상 무가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지경이 되어 버렸다. 텀블러 사용자 수가 5억 명이 넘지만, 실사용자는 10% 정도라는 예측마저 있다 보니 야후는 결론상 호구가 되고 말았다.


한 해 전인 2012년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역시 1조 원에 인수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 야후와 전혀 다르다. 인스타그램은 인수 당시 갓 안드로이드 앱이 출시된 상태로 회원 수도 아직 5천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5억 명을 넘겼다. 게다가 텀블러와는 달리 실사용자 기준이다. 똑같이 초고가 급성장주 용병을 데려왔는데 왜 이런 격차가 발생했을까?


사실 사후적 설명은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만, 잘 크고 있는 기업의 개발자들은 의미 있는 부품들을 서비스의 부산물로 만들어내고, 이 오픈소스 부품들이 오히려 꽤 인기를 얻는다. 그러면서 그 기업은 개발자들의 선망이 되고 생태계를 구축한다. IT 기업의 생동감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다.


야후도 원래는 나쁘지 않았다. 야후에서 YUI 라이브러리나 하둡이 나오던 시절인 2006년까지만 해도 좋은 부품을 흘려보낼 생기가 있었다. ‘웹2.0 시절의 매시업’ 유행을 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YUI 라이브러리는 개발이 중단된 채 구식이 되어 버렸고, 하둡은 훌쩍 커버려 야후 손을 떠난 지 오래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하둡 실사례가 바로 야후라고 자랑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 그 영광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페이스북은 지금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글 못지 않게 인기 있는 부품 ‘벤더’가 되었다. 예컨대 지금 가장 뜨거운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인 리액트(React) 등은 페이스북에서 잉태되자마자, 인스타그램에서 제일 먼저 도입, 전격적으로 공동 개발된다. 적어도 합병의 시너지를 내며 즐겁게 함께 일하고 있다는 증거다.


서비스에 질려 조용히 말없이 떠나는 사용자를 전부 관찰하기 힘들다면, 개발자들이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도 인터넷 기업의 부침을 알아보는 좋은 리트머스지다.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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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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