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뜨거운 IT기기. 사건사고의 계절을 나는 피서법

[테크]by 김국현
뜨거운 여름, 뜨거운 IT기기. 사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손바닥이 뜨겁다. 한창 열대야인데 주인 속도 모르고 노트북은 핫팩이 되고 있다. 이럴 때는 노트북 팜레스트에 손수건 등을 두 번 접어서 대고 있으면 잠시나마 단열 효과를 낸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여름맞이로 블루투스 외장형 키보드를 쓰는 것이다. 피부 단백질은 45도 온도에 한 시간만 대고 있어도 변형된다. 저온 화상은 멀리 있지 않다.


노트북도 나름 힘겹게 산다. 팬을 돌리며 뜨거운 숨을 뱉어내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게다가 요즈음 휴대용 PC들은 패션처럼 팬리스(CPU 냉각팬도 없음)가 많아서 열을 잘 식힐 줄 모른다. 그들이 자신을 식히는 방법은 스스로 알아서 속도를 줄여 버리는 법뿐이니, 주인은 또 속이 터진다. 실제로 뜨거운 여름 뜨거운 방에서 멀티태스킹 및 고부하 작업을 하면 ‘스로틀링(Throttling)', 즉 CPU가 스스로의 성능을 졸라매 감속시켜 열을 내리려 애쓴다. 이 경우 어떻게든 온도를 내려주면 속도는 다시 올라가니 주인 속은 다시 끓는다.


이때는 없으면 아쉬운 대로 선풍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은 것이 바로 아이스팩을 본체에 직접 대는 일이다. 물론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만, 행여 냉매와의 접촉면이 이슬점 온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기기 내부에 이슬이 맺히는 결로 참사를 맞게 된다. 뜨겁게 달궈진 고온건조한 노트북 안에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도 있다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습한 여름의 이슬점 온도는 이십몇 도나 된다. 가끔 냉장고에 넣어 식히려는 이들도 있는데, 물건도 역시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기로 식히는 것. USB 선풍기로 셀프 냉각을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들지만, 노트북의 연약한 USB 전원부로 모터를 돌리는 일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실제로 저가 USB 선풍기 덕에 각종 보드가 나갔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USB 선풍기는 스마트폰 보조배터리에게 양보하자.


피서는 언제나 무리하지 않는 편이 좋다. 공기가 통하도록 기계 밑을 약간 띄워 준다거나, 팬이 달렸다면 먼지를 제거해주는 정도로도 효과적이다.


사건사고의 계절 여름. 더워질수록 컴퓨터 주변에 마실 것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들은 일급 위험 요소. 각종 음료에 침수, 수몰된 기기들은 보증수리 되지 않는 AS 단골손님이다. 아차 하는 순간. 시간은 1초 전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IT 피서의 기본은 공기로 식히는 일, 공랭이다. 가장 최선은 싱가포르 리콴유가 말한 인류 최고의 발명품, 에어컨을 트는 일이지만, 누진세가 무서워 쉽지 않다.


그렇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PC를 끄고 일을 잠시 내려놓고 여름을 즐기는 일이다.


흐흑.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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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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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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