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IFA의 신제품들

[테크]by 김국현
쿨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IFA의 신제

지금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가전제품의 국제적 견본시, IFA. 박람회의 시대였던 1924년 첫 행사가 열렸으니 그 유서가 깊다. 독일어로 된 원래 이름(라디오 전시회!)이 암시하듯 라디오와 같은 생활가전을 선보이는 일이 많았다.

 

라디오나 TV가 신기하던 시절은 가고, 스마트폰 시대가 된 이후에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모바일에 특화된 전시회인 MWC가 있고, 삼성이나 애플처럼 규모가 되는 업자들은 신제품 발표를 독자적으로 해 왔기에, IFA는 스마트폰 일색에서 벗어난 색다른 가전을 볼 기회가 많은 독특한 전시회였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노트도 4까지는 IFA의 무대를 통해서 발표되었는데, 5 이후로 노트가 지금과 같은 주력 제품의 포지셔닝이 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노트도 색다른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연초의 CES나 MWC와는 달리 시기적으로도 하반기 및 연말 쇼핑 시즌을 위한 신제품을 선보이기에 좋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싶은 군소 제조사들에는 고마운 전시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전시회들보다도 쿨하거나, 쿨하다 못해 기괴한 제품들이 등장, 전 세계 가젯 애호가들을 설레게 해 왔다.

 

올해, 나의 마음을 무의미하게 흔든 IFA 금은동 메달을 소개하도록 하자.

(동메달) 8킬로그램짜리 노트북 

Acer Predator 21X. 무게가 무려 8킬로그램. 21인치 커브드 LCD. GPU도 최신형으로 두 장. 쿨링팬만 5개. 체리의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 내년 1월부터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 예정이다. 최강의 게임 PC가 필요하지만, 이사가 잦은 이들을 위한 제품인가 싶다.

(은메달) VR 백팩

VR 헤드셋을 쓰고 컨트롤러를 손에 들고 휘젓다 보면 선이 걸리적거린다. 걸려 넘어져 다칠 수도 있다. 깔끔하게 체결하여 등 뒤로 넘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한 업체는 한둘이 아니었다. MSI나 HP도 시제품을 만들었고, Zotac은 급한 대로 그냥 일반 백팩에 PC를 쏙 넣는 식의 허술한 제안을 정말로 했다. 그런데 이번 IFA에서는 독일 업체 XMG가 VR backpack walker라는 본격적 제품의 예판을 시작했다.

(금메달) 윈도우10 냉장고

LG Smart Instaview Door-in-door. (마케팅의 LG는 제품만 전시할 뿐 이 시간 현재까지도 공식 사이트조차 마련하고 있지 않다···) 냉장고 내용물이 비치는 투명 LCD가 늠름하다. 좌하단의 윈도우 버튼을 끄집어내면 시작 메뉴도 띄울 수 있다. 삼성에도 비슷한 제품이 있지만, 타이젠 OS라서 흥이 식었는데, 이번 LG의 제품은 아예 본격적 PC다. 무슨 짓이든 가능한 윈도우와 PC의 조합이라니, 우윳빛으로 은은히 비치는 냉장고 내용물을 배경으로 쇼핑은 물론 인터넷 뱅킹을 하다 보면, 결국 다양한 셋팅 놀이에 빠져 냉장고 문에서 떨어질 줄을 모를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한다.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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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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