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방 선글라스에서 스냅챗 스펙타클까지

[테크]by 김국현
라이방 선글라스에서 스냅챗 스펙타클까

한국 밖에서는 핫한 스냅챗. 사명도 ‘스냅(Snap Inc.)’이라며 바꾸고 업종 전환을 시도 중이다. 그 변화 방향이 흥미로운데, 바로 디바이스 전문 회사다. 현실의 젊은이들을 온라인 세상으로 모시는 가교 역할을 하는 회사인 만큼, 밀레니얼 세대 눈높이에 맞는 디지털 잡화 소품으로 증강 현실을 만들어 버릴 기세.


그 첫 제품은 비디오 선글라스. 구글 글라스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디자인도 다소 장난감 같아서 10대 취향이다. 무엇을 믿고 구글도 실패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그건 구글 글라스와는 달리 선글라스라는 점이다.


선글라스에는 기능과 패션이라는 두 가지의 강렬한 존재 이유가 있는데, 이 두 이유가 구글 글라스의 실패 원인인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중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믿은 것 같다.


선글라스는 역사적으로 볼 때는 네로 황제가 에메랄드로 만든 안경을 썼다고 하고 이미 에스키모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차광 안대를 만들어 썼기에 유서가 꽤 깊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적 선글라스의 원형은 바로 ‘라이방’에서 시작한다.


19세기, 독일인 바슈와 롬이 이민 간 미국에서 만나 만든 바슈롬. 1923년 미군은 이 회사에 안구 피로, 시력저하 등 조종사의 전투력 감소를 막기 위한 안경 제작을 의뢰한다. 6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1929년 처음 등장한 제품이 바로 가장 유명한 선글라스 형태의 하나인 에이비에이터(Aviator) 모델이다. 이렇게 보면 선글라스는 일종의 군용 보안경이었고, 이름도 광선(Ray)을 막는다(Ban)는 의미였는데, 어쩐 일인지 한국에선 ‘라이방’이 되었다. 99% 자외선 차단 기능이라는 기능성. 선글라스는 이유가 있어서 쓰는 기능성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의외로 멋있었다. 한국 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은 끝이 나고, 유복한 미국 중산층의 소비력이 증폭될 무렵인 1953년, 레이밴이 웨이페어러(Wayfarer)를 발매하며 선글라스가 패션 아이템화된다. 락큰롤이 표방하던 자유와 개성, 그 심볼이 될 수 있었던 것인데, 이 스타일을 웰링턴 선글라스라 부른다. JFK, 슈퍼맨에서 조니뎁까지 애용하는 스타일, 왜 웰링턴인지 그 어원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사실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 눈을 가린다는 것은 상당히 건방진 행위다. 이 마음의 창인 눈을 되바라지게 가릴 수 있다는 것은 스타만의 특권. 더 나아가 독재자의 상징이기도 했다.


스냅챗의 선글라스도 어쩌면 이처럼 타인에 구애받지 않는 밀레니얼의 기개를 상징하게 될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차피 벤처는 모험이다.


에이비에이터는 금테, 웨이페어러는 뿔테. 돌이켜 보면 오늘날 금테와 뿔테로 양분되는 안경의 계보는 그 덕에 확고히 정착되었다. 구글 글라스가 금테라면 스냅의 스펙타클은 뿔테.


스냅의 신제품 스펙타클은 이미 지난 6월에 CEO 에반 스피겔과 미란다 커와 해변에서 포옹하고 있는 사진에 이미 노출되었는데, 파파라치가 “어, 스피겔은 평소에 금테 선글라스를 썼는데, 이상하게 뿔테네” 하고 자세히 보니, 바로 이 스펙타클 시제품이었던 것.


가격은 구글 글라스의 10분의 1. 그리고 무엇보다도 덕스러운 구글 안경과는 달리 꽃다운 나이 26세의 훈남 CEO와 그 약혼녀 인기 모델의 후광은 이 선글라스를 달리 보이게 할 수도 있다.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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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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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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