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헤일로에서 일론머스크의 뉴럴링크까지, 바이오해커 전성 시대

[테크]by 김국현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될 수 없다. 많은 경영 철학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실은 자기 경영에도 유용한 잠언이다


그래서인지 자아 측정(Quantified Self)이라 하여 삶의 가시성을 높여 더 투명하게 하자는 일종의 무브먼트는 수년째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결국은 개선될 수 있다는 믿음의 대상은 바로 신체였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떻게 몸이 변한다는 과학적 인과 관계를 철저히 개인화하여 실천해 보는 일은 일종의 자기계발 최전선이 되고 있다. 생체를 최적화하려는 바이오 해커들이 등장한다.


영양 보조제 및 피트니스는 물론, 당질 제한, 방탄 커피 등의 다양한 트렌드가 성업 중인데, 그 존재감이 유난히 커지고 있는 곳으로는 피트니스 트래커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워치 및 웨어러블 등 다양한 개인용 디바이스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트렌드는 바로 이처럼 건강에 대한 집착이었다. 자신의 뱃살과 팔뚝에 주삿바늘을 꽂고 CRISPR(유전자 조작제)를 주입할 용기를 내는 하드코어 바이오 해커도 있지만, 대신 입으로 먹는 영양을 통해 신체를 개조하려는 마일드한 바이오해커 들도 있다. 각종 웨어러블로 자신의 신체 신호를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덕이다.

헤일로, 선을 넘는 피트니스 트래커

아마존이 지난주에 내놓은 피트니스 밴드 헤일로(Halo)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100달러에 월 4달러의 구독이 필요하면서도 화면조차 없는 단순한 팔찌이지만, 여느 트래커와는 달리 심신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려고 든다. 활동량이나 수면과 같은 일상적 항목은 물론, 연결된 폰으로 3D 셀카를 찍어 체형 및 체지방을 측정하고, 마이크로는 목소리를 측정하기도 한다.


아마존은 체지방률을 계산하는 이 방법이 의사가 사용하는 것 수준이며 스마트 홈 저울보다는 두 배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바디 스캔 이미지는 처리 후 클라우드에서 자동 삭제되며, 특별히 클라우드에 저장하도록 선택하지 않는 한 사용자의 장치에 로컬로만 저장된다고 한다.

녹음되는 목소리 톤은 감정이 분석되어 의사소통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음성 샘플은 클라우드로는 전송되지 않고 언제나 결과와 음성 프로필을 삭제할 수 있다니 아마존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려한 듯하다.


만든이가 아마존이니만큼 우울할 때 쇼핑을 권하거나, 살이 오를 때 건강식을 권하는 등의 사업 아이디어가 섬뜩할까 걱정될 법하지만, 아마존은 쇼핑 사업은 물론 심지어 인공지능 알렉사하고도 데이터 공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데, 미래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은 무궁무진, 당장의 푼돈과 기회에 눈이 멀어 소비자의 마음을 잃는 것처럼 무모한 일은 없어서다.

아마존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미래는 하드웨어에 의한 인간 확장

주렁주렁 외장기기들은 결국 내장되곤 한다. 웨어러블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 언젠가는 걸리적거리는 것들 다 그냥 내장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피하 삽입형 기기들은 이미 있다. 손이나 손목의 피부밑에 쌀알 같은 칩을 이식하여, 더 다양한 생체 신호를 수집함과 동시에 페이먼트 등의 실용적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인구 천만 명의 스웨덴에서는 5,000명 넘는 사람들이 마이크로 칩을 손에 삽입했다. 별 기능도 없는 전자 태그에 이 정도인데 건강을 위해서라면 문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뇌-컴퓨터-인터페이스 벤처도 지난주 뇌 안에 컴퓨터 칩이 이식된 돼지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두개골을 열고 칩을 삽입하는 것을 자동화하는 수술 로봇도 함께 선보였는데, 과연 우리는 우리의 뇌를 열어 칩을 심을까? 그리고 무선으로 그 기기를 잊지 않고 충전하는 일상을 받아들일까? 초기에는 신체 마비와 같은 사연으로 시작하겠지만, 어느 순간 인터페이스는 더욱 풍부해지고 세밀해져 보통의 일상에서도 유용해질지 모른다.


이미 콘택트렌즈형 AR 기기는 시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만약 이러한 용도가 납득이 된다면 라식이나 백내장 수술처럼 안내 AR 렌즈 삽입술이 뒤따를 것이다.


사이보그로의 이행은 이처럼 두려움 없이 어느새 이루어질지 모른다. 생체는 기계가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기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 워치만 해도 심박수 등을 수시로 점검해주고 움직임이 둔하면 격려까지 해주니 금방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된다. MIT 미디어 랩이 만든 ambienBeat라는 시제품은 심박수를 측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목 위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고동을 인공적으로 생성한다. 신체는 기특하게도 이 인공 고동에 동조한다고 하니 청심환처럼 쓸 수도 있다.


도구를 만들 줄 아는 인간은 그 도구를 자신 또한 해킹하는 데 결국은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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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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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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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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