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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김국현

박근혜 탄핵 당일 큰 웃음을 준 사건이 있었다. 서재처럼 연출한 안방에서 반근혜 탄핵에 관해 화상통화로 BBC 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한 교수, 하지만 방안에 귀여운 아기들이 차례차례 난입한다. 전세계로 송출되는 진지한 방송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아빠와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상황은 이미 아수라장. 근래에 이렇게 웃었던 적은 없었던 것만 같다. 

개그는 격차 큰 반전과 의외성에서 터진다. 이 공식에 상황마저 공감할 수 있다면 여운이 남는 명작 개그가 완성된다. 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그 교수의 표정에 공감하고 박장대소했을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에서 일한다. 시차를 맞춰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예 사무실이 없을 수도 있다. 야근하는 직원을 위해 집에서도 노트북을 열어야 할 때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서로 연결된 시대. 집에서 일해야만 하는 상황은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생방송 인터뷰까지는 아니라도, 면접이라든가 고객회의 등 나름 중요한 미팅이라면 긴장도 된다. 화상회의는 물론 전화도 마찬가지다. 한창 외근중인양 상사와 통화 중이었는데, “입주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저희 아파트는...”이라는 눈치 없는 관리소장의 우렁찬 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택배원의 초인종 소리보다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우리는 가끔 지나치게 기계처럼 완벽하고 깔끔하게 어떤 군더더기도 없이 물 흐르듯 일 처리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쌓여 과하게 긴장하며 살고 있다. 만성이 된 스트레스다. 하지만 인생은 원래 예측불허. 폼나는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굽이굽이 오솔길. 이 또한 인생의 재미다.

 

그리고 인생이야말로 지금이 전부인 생방송이다. 나만의 생방송 중 남들은 방송사고라 주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날도 있다. 그래도 그걸 어떻게든 유쾌한 애드립으로 소화하여 추억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우리 그릇의 크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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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잠그고 문을 열어도 모니터 화면이 안 보이게 벽을 등지고 앉았다면(수상한 작업시의 포지션처럼) 좀 나았을까? 그러면 아마도 꼬마는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시끄럽게 문을 두드리고 말았다면 그냥 준비 부족의 방송사고 였겠지만, 문이 활짝 열렸기에 전지구인이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가족도 이제 대대로 이야기할 만한 세기의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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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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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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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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