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8과 아이폰8의 블루투스 5

[테크]by 김국현

갤럭시 S8과 아이폰8의 블루투스 5

아주아주 오래된 컴퓨터 뒷면에는 RS-232 포트가 있었다. 구형 VGA 모니터 포트와 비슷하지만 위로 5핀 아래로 4핀 뿐이다. 흔히 말하는 시리얼 포트인데, 예전에는 주변기기를 여기에 꽂았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도 전에 이걸 무선화할 수는 없을까 당시는 잘 나가던 스웨덴의 에릭슨은 고민했고 인텔이나 노키아 등도 고민에 가세했다.

 

이들은 블루투스라는 코드명을 지었는데, 덴마크에 (노르웨이와 스웨덴 일부까지 아우르는) 통일국가를 완성한 해럴드 블루투스 왕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 난립하던 주변기기와 장비들을 하나로 통일하여 연결하고 싶었나 보다. 어디까지나 코드명이었고, 마케팅팀이 더 좋은 이름을 가져와 주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역시나 일어나지 않았다. 블루베리를 좋아하던 왕의 이름을 딴, 블루투스라는 귀여운 이름은 그렇게 붙었다.

 

여기에 도시바와 IBM이 가세해 1998년 블루투스의 첫 번째 역사적 버전이 등장한다. 요즘에야 블루투스가 당연하게 쓰이고, 또 무탈하게 돌아가지만, 예전에는 참 힘들었다.

 

윈도우 XP 시절만 해도 블루투스 자체가 내장이 아니라 외장이다 보니 초창기에는 별도의 드라이버를 다 깔아야만 했고, 심지어 비스타가 되어서도 블루투스 드라이버에 특정 프로파일이 빠져 일부 기능이 되니 마니 하는 일이 허다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일부 애호가들의 전유물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가고 이제는 와이파이 및 LTE와 더불어 스마트폰의 3위일체를 이루는 무선 기술이 되었다. 블루투스의 중흥 역시 스마트 시대의 은총을 입은 덕이다.

 

블루투스가 성인이 되는 올해는 블루투스 5(공식적으로 5.0이 아닌 소숫점이 빠진 5라고 한다)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뜻깊은 한해이기도 하다. 갤럭시 S8을 필두로 아이폰8까지 블루투스 5가 탑재될 예정인데, 메이저 업그레이드인 만큼 현재 대세인 4.x 버전과 비교하면 장점이 많다. 2-4-8로 암기할 수 있는 장점인데, 우선 속도가 두 배나 빨라졌다. 1000kbps를 넘기게 되니 당장 테더링 체감이 좋아질 법하다. 블루투스 테더링을 애용하는 입장에서는 당장 기대된다. 아직 블루투스 5 헤드셋이 풀리지 않았으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음질도 좋아질 것이고, 지연도 감소할 것이다.

 

도달 거리 또한 4배로 늘어난다. 실외에선 200~240m, 실내에서 40m까지 전파가 닿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더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8배의 데이터 브로드캐스팅 용량은 비콘 등 IoT에 안성맞춤이다.

 

어쨌거나 꽤 좋아진다는 점, 오래간만에 반가운 표준의 업그레이드다. 하지만 한쪽만 블루투스 5여서는 의미가 없다. 페어링 하는 양쪽이 다 블루투스 5여야 하니, 혜택을 당장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부터 구매하려는 블루투스 제품이 4.0, 4.1, 4.2라면 약간은 주저할 필요는 있는, 그런 시기가 되었다.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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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닷컴,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 글을 연재중이며 '오프라인의 귀환' 등 유수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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