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손톱'만 보고 살아온 네일미용사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비즈]by JOB화점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 대신 손톱을 대니 ‘삑’ 소리와 함께 요금이 결제된다. 손톱 위에 교통카드 칩을 올리고 네일아트용 젤로 감쪽같이 덮은 ‘티머니 네일’ 영상이다. 최근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이 영상은 경력 19년차 네일(손톱)미용 전문가 조아라 씨가 제작했다.

사진=유튜브 '아라채널NAIL ARA' 영상 캡처

교통카드를 분해해서 칩을 꺼내고 손톱 위에 올린다는 독특한 발상은 어떻게 나왔을까. 조 씨는 “평소 네일 관련해서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스마트워치를 쓰다가 문득 ‘웨어러블 기기처럼 손톱에 티머니 칩을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영상 제작 계기를 밝혔다. 그는 “교통카드 네일은 이미 몇 년 전에 특허등록이 되어 있는 기술”이라며 자신이 이른바 ‘원조’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조 씨의 말대로 ‘근거리 무선통신 모듈을 장착한 인조손톱’은 2014년 특허출원되어 특허청에 등록된 상태다).


“네일이라고 하면 손톱을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는 것만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네일미용은 꾸미기 목적도 있지만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교정하는 등 콤플렉스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 깔끔하고 단정한 용모를 갖추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아라채널NAIL ARA' 영상 캡처

기발한 영상으로 최근 주목받았지만 조 씨의 채널에는 2년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네일 관련 영상이 가득하다. 네일아트 시범은 물론 업계에 관한 고찰, 네일미용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등 19년 베테랑의 내공이 시원한 입담과 함께 펼쳐진다.


"19년간 손톱 물어뜯는 버릇 있던 19년차 네일미용사입니다" 1인 네일관리샵 원장인 그는 각종 대회 출전, 대학 강의, 블로그·유튜브 채널 운영까지 혼자 해내고 있다. 2019 국제뷰티마스터콘테스트(IBC) 케어 1위·아크릴 1위·그랜드챔피언, 2020 도쿄 네일엑스포 프렌치 데뷰 2위, 2019 상해 국제뷰티엑스포(CIBE) 폴리젤 3위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앉으나 서나 ‘손톱’ 생각에 푹 빠져 산다는 조아라 씨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네일미용사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고객의 손발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열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네일미용사가 된 계기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네일샵 덕분에 고치게 되면서거든요. 그 이전까지는 저도 네일샵이란 손발이 예쁜 여자들이 가서 더더욱 예쁘게 꾸미는 곳이라는 생각만 했어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치고 나서 ‘이 좋은 걸 나만 하지 말고 더 널리 퍼뜨려야겠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손발톱 고민 교정 전문으로 가게를 운영하는데, 처음에는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들어오셨다가 자기 손이 이렇게 예뻐질 줄 몰랐다며 감탄하시는 고객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대중에게는 ‘네일아티스트’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조 씨의 설명에 따르면 정식 명칭은 ‘네일미용사’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들어온 ‘네일리스트’라는 이름도 많이 쓰이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시국이다 보니 손톱 관리에 관심 갖는 사람들도 전보다 늘어난 것 같은데요.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경제 불황기에 립스틱처럼 비교적 저렴한 사치품이 잘 팔린다 해서 ‘립스틱 효과’라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엔 마스크를 써야 하니 화장품 업계가 불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화장품의 거리였던 명동에서 가게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욱 더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네일 업계를 코로나 이전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얼굴을 드러낼 수 없다 보니 네일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직접 셀프네일 하시는 분들도 더 눈에 띄는 것 같고요. 이제는 프로 못지 않은 솜씨를 가지신 분들도 많아서, 저는 네일미용사로서의 기술을 더욱 향상시키고 샵에서만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게 운영만 해도 바쁠 것 같은데, 영상제작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2006년부터 제 작업을 기록할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요.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가 지금은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었죠. 그러다 유튜브가 유행을 하면서 영상의 전달력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일 관련 유튜브 영상은 네일아트 과정을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더라고요. 저는 ‘네일미용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 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 한 정보를 주고 싶었습니다. 네일이 특수한 사치가 아니라는 점, 패션처럼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중의 하나라는 점도 알리고 싶었고요.”


혼자서 업장을 운영하다 보면 돌발상황도 있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1인샵이라 힘들다기보다는 죄송했던 경험인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고객님과의 예약을 펑크 냈던 적이 있었어요. 예약을 하고 문 앞에까지 오셨는데… 나중에 사과드리기는 했지만, 지금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와 주시기를 기다리는 고객님입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14년 7월에 오셨던 노르웨이 가족손님인데요. 어머님과 K-POP팬인 두 따님이 네일을 하고 가셨어요. 그리고 2019년에 같은 가족이 또 와서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1인샵이다 보니 모든 고객님들을 기억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가게를 이전했는데, 그 분들이 나중에 또 오실 때 못 찾으실까 봐 걱정도 됩니다."

"이 일 19년째 하고 있지만 전혀 지겹지 않아" 20년 가까이 네일미용사로 일하면서 조아라 씨가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지겹지 않으세요?”다. 하지만 그는 지겹기는커녕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계속 변화하는 트렌드를 들여다 봐야 하는 일이다 보니 오히려 자극이 되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저도 네일미용을 통해 콤플렉스를 고쳐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손톱 교정하러 오신 고객님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옛날 생각도 나고 보람이 큽니다. 재미와 보람이 있는데 돈도 버니까 좋죠. 새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늦게 퇴근하거나 휴일에도 출근하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아요.”


네일미용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네일미용은 2015년에 국가자격증이 도입되었어요. 국가기술자격증만 취득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에요. 정말로 네일이 좋아서 시작하신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하지만, ‘일단 자격증만 따면 돈 벌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이라면 더 신중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격증은 누구나 딸 수 있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무조건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2021.07.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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