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가족, 다시 만난 두 현(弦)

[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영주 이현(二弦)

주어진 자연에 대한 배려로 앉혀진 중정 주택. 
소박한 단층 안에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상과 일상을 담아냈다.

사업차 경북 영주와 경기도 분당에 잠시 떨어져 지내야 했던 건축주 서한범, 전화영 씨 부부. 1년 정도의 주말부부 시기를 마치기에 앞서, 앞으로 함께 지낼 공간을 영주에 마련하는 것에 여러 고민을 했다. 특히 한범 씨는 지금껏 아파트에서 살아왔기에 전원생활에 대한 기대감이나 로망이 있었고, 당시 곧 태어날 아이도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서 더 자유롭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 부부의 답은 결국 집짓기였다.


바깥으로 오므라드는 형상의 중정. 때문에 안에서 볼 때와 밖에서 볼 때의 거리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ARCHFRAME

SECTION


① 현관 ② 창고 ③ 거실 ④ 다용도실 ⑤ 식당 ⑥ 주방 ⑦ 공용화장실 ⑧ 작업실 ⑨ 복도 겸 드레스룸 ⑩ 욕실 ⑪ 아이침실 ⑫ 부부침실 ⑬ 중정 ⑭ 매화마당 ⑮ 앞마당


위에서 주택 구조를 바라본 모습.

아이가 태어나고 한범 씨는 가족의 보금자리를 구현해줄 건축가를 본격적으로 찾아다녔다. 잡지부터 인터넷까지 여러 매체를 오갔고, SNS에서 팔로우 많고 유명한 건축가들도 여럿 만났다. 그러던 중 잡지에서 ‘엔진포스건축사사무소’ 윤태권 소장의 프로젝트들을 접했고, 그는 윤 소장의 집과 이전 프로젝트인 ‘류현’을 직접 체험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곳에서 건축 디테일과 디자인,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이해를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부에게 그는 프로젝트의 적임자였다. 겨울에 처음 미팅을 시작해 다음해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 아내의 전공인 바이올린과 아이의 이름인 ‘이현’의 이름에서 모티브를 따 ‘이현(二弦)’이라 이름 붙인 모던하고 하얀 새집을 만날 수 있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상북도 영주시 | 대지면적 ≫ 495.1㎡(149.76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거주인원 ≫ 3명(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171.7㎡(51.93평) | 연면적 ≫ 178.18㎡(53.89평)
건폐율 ≫ 34.57% | 용적률 ≫ 35.99%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6.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기초 - 압출법보온판 특호 200mm / 외벽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200mm / 지붕 - 압출법보온판 특호 300mm
외부마감재 ≫ 외벽 - STO 외단열 코트시스템 / 지붕 - 단열재 위 시트방수 + 쇄석 도포
담장재 ≫ 내후성 강판 주문제작
창호재 ≫ 유로레하우 지네고 PVC 80mm (에너지등급 1등급)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등유)
조경 ≫ 건축가 윤태권 | 전기 ≫ 대신EMC
기계 ≫ 주성엠이씨 | 구조설계(내진) ≫ 김수경 소장
시공 ≫ 인문학적인집짓기 최일룡
설계 ≫ 엔진포스건축사사무소 | 설계 담당 ≫ 서세희

주택의 전면과 측면. 플랫하게 형성된 전면 가운데 약간 어긋나게 돌출된 캐노피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재밌는 그림자를 연출한다.


중정은 또 하나의 가족, 반려견 나나가 애정하는 영역 중 하나다.


넉넉하게 갖춘 현관. 오른쪽 위에서 들어오는 빛은 왼쪽 위 픽스창을 통해 실내로 유입돼 복도와 식당을 환히 비춘다.

“주택이 들어설 대지에는 이전 토지주가 심어놓은 매화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를 없애야 할까 고민도 했는데, 이렇게 멋진 수형으로 자라는 매화나무는 드물거든요. 문득 아쉬웠습니다.”

윤태권 소장은 프라이버시와 전망을 확보하기 위해 남향인 도로면 대신 처음부터 북향 과수원 방향으로 열린 ‘ㄷ’자 형태의 중정형 주택을 상정하고 있었다. 식당을 중심에 두고, 침실동과 거실동, 두 개의 매스가 중정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형태다. 하지만, 대지에 있던 매화나무가 문제였다. 윤 소장은 되도록 이를 품을 방법을 부부에게 제안했고, 이는 ‘ㄷ’자 형태 중 거실동이 약 5°도 안으로 들어오는 지금의 독특한 평면이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깊이 있으면서 아늑함이 느껴지는 거실동. 오른편의 그림 등 실내에 디스플레이 된 모든 그림은 아내 화영 씨의 작품이다.


현관에서 바라보는 실내. 정면으로는 식당 구역을 거쳐 작업실까지, 오른 편으로는 거실로 시야가 닿는다.

중정형 배치의 결과로 침실동에서 식당, 거실동에 이르기까지 주택은 긴 동선을 갖게 되었다. 짐짓 불편한 요소로도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아이에게는 넓은 활동 공간을 제공했다. 또한, 어른에게는 침실동의 긴 복도에 수납공간을 짜 넣어 드레스룸과 서재를 겸하는 공간으로 쓰는 등 관리가 필요한 방 갯수를 줄이면서 공간 활용도는 높이는 기회가 되었다.

중간의 식당 구역은 주방의 어수선함을 관리할 수 있도록 식당에서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배치되었다. 식당은 처음에는 큰 식탁이 놓였으나, 화영 씨를 따라 아이가 오래 머물게 되는 상황에 맞춰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육중한 식탁 대신 공간을 가볍게 하는 가구 구성으로 바꿔줬다. 한범 씨는 “건축가가 아름답게 공간을 만들어도 생활용품이나 가구가 공간을 아쉽게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며 “되도록 평생 소장할 가치가 있는 가구를 들이고, 집과 어울리도록 레이아웃을 자주 바꿔보는 식으로 일상 속에 공간을 그때마다 상황에 맞춰나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톤 바탕에 빈티지한 진한 우드 톤의 가구들이 전체적으로 내추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실동에서는 중정으로 난 창을 통해 부부침실과 시각적으로 소통하곤 한다. ⓒ ARCHFRAME

PLAN


① 현관 ② 창고 ③ 거실 ④ 다용도실 ⑤ 식당 ⑥ 주방 ⑦ 공용화장실 ⑧ 작업실 ⑨ 복도 겸 드레스룸 ⑩ 욕실 ⑪ 아이침실 ⑫ 부부침실 ⑬ 중정 ⑭ 매화마당 ⑮ 앞마당


비스듬하게 움푹 들어간 식당 공간 천장은 바깥에 돌출된 처마가 연장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주택은 처음에는 거실동의 층고를 높이고 그사이에 중층으로 메자닌을 넣을 계획이었지만, 모종의 문제로 단층으로 변경되었다. 계획이 변경되면서 천장고가 90cm 정도 낮아졌음에도 비교적 높은 천장고에서 오는 공간감과 입체감,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다른 공간보다 조금 낮게 설계된 바닥 레벨에서 오는 아늑함을 즐긴다.

한편, 주택은 단열설계와 고효율 시스템창호 등을 적용하면서 패시브하우스에 준하는 수준의 단열과 기밀 성능을 확보했으나, 예산 문제로 열회수환기장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윤 소장은 “그간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대기 환경이 좋은 지역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단열 설계만으로도 단열효과로 인한 이점은 충분히 끌어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오히려 제때 외부 필터의 슬러지를 제거하지 못해 환기장치 성능이 저하되는 등 유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때 환기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용도로 사용하는 작업실과 침실 사이 긴 복도 전체에는 붙박이 수납장을 뒀다. 이 긴 붙박이장은 동선과 자연스럽게 결합해 드레스룸의 역할을 한다.


심플하게 꾸며진 부부침실.


벽으로 샤워실을 분리해준 욕실. 바닥에는 단차를 줘 나머지 공간을 건식처럼 쓸 수 있게 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STO 씰프리미엄 도장 / 바닥 – 타일
욕실·주방 타일 ≫ 타일 ┃ 수전·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붙박이장 ≫ 리빙플러스 주문제작
거실 가구 ≫ 한스베그너 소파, 프리츠한센 테이블·식탁의자
조명 ≫ 필립스 LED T5(간접등), 루이스폴센 PH5(펜던트)
현관문 ≫ 레하우 PVC시스템 단열도어(0.278W/㎡k)
방문 ≫ 주문제작 목재도어 래커 마감
데크재 ≫ 천연석재

중정을 수놓는 매화나무와 자작나무. 멋진 수형이 인상적인 매화나무는 이 집의 정체성을 이루는 일등공신 중 하나다. ⓒ ARCHFRAME

이제 주택 생활 2년 차에 접어든다는 부부. 처음 집 앞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관리가 안 돼 민망하다”고 무안해했지만, 며칠 전에 입주한 집인 것처럼 깨끗한, 새로 맞춘 듯 정갈한 모습에서 집에 대한 부부의 꾸준하고도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조차 “집의 기능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준 설계 덕분”이라고 건축가에게 공을 돌리는 부부. 마찬가지로 “잘 가꾸며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건축가. 둘 사이 이어지는 겸양의 대화에서 잘 만난 건축가와 건축주의 예시를 보는 듯했다.
건축가 윤태권 _엔진포스건축사사무소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울건축을 거쳐 가아건축의 공동대표로, 다년간 실무를 쌓았다. 2010년 엔진포스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홍익대학교 건축과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대표작으로는 양평 패시브하우스, 화심, 영주 이현 등이 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대한민국 신진건축사 대상을 수상하는 등 건축가로서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010-4717-4348│www.engineforcearch.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ARCHFRAME
2021.11.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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