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자락 힐링 가든 이야기

[라이프]by 전원속의 내집

이야기가 있는 사계절 정원

집을 지으며 공들여 만들고 가꾼 정원은 어려운 시국, 일상의 변화와 두려움을 이겨낼 힘이 되어 주었다. 경북 영천에서 만난 힐링 가든과 진정한 치유의 시간.


진입로를 향해 바라본 앞마당. 벽돌 영롱쌓기와 개구부를 적용해 만든 벽체는 외부 시선을 가리는 동시에 정원의 근사한 조형물이 되어준다. 사각 정형석을 조합해 만든 길과 둥근 디딤석의 산책길의 어울림도 보는 재미를 준다.

정원 있는 삶과 치유, 일상의 회복

경북 영천시 화북면 보현산 자락. 뒤편의 동산이 땅을 포근하게 감싸는 이곳에 집을 짓고 정원을 조성한 지도 어느덧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해가 골고루 드는 대지는 정원을 들이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고, 평소 꿈꾸던 정원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모아왔던 부부는 집의 건축과 함께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정원 디자인을 진행했다. 당시 부부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방을 강타하며 찾아온 일상의 변화로 인해 외부와의 접촉에 극도로 예민하고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극복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두려움은 정원과 함께 지내온 시간 동안 눈 녹듯 사라졌다. 두 사람은 정원이 가져다준 진정한 힐링이야말로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경험이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늦가을의 절경을 이룬 집과 정원 풍경. 영천주택 윤택한家는 지난 2021년 2월 본지에 건축가의 글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윤준환

높은 대지의 경사진 진입로를 오르면, 현관 입구와 2층 거실에서 바라다보이는 메인 정원 옆으로 건물 외벽에서 연장된 벽체가 가로지르며 잔디밭과 이어진다. 그 너머의 풍경을 상상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면 사각 프레임의 정원이 정갈한 레이아웃을 이루는 앞마당이 펼쳐진다. 장미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작은 장미정원과 블루베리, 고수 등의 식용 허브를 심는 채소밭도 가장자리에 배치했다. 옹벽과 접한 정원 가장자리는 큼직한 바위로 둘러 안정감을 더하고, 여백이 된 뒤뜰은 부부가 자유롭게 식물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비워두었다.

윤택한家 정원의 사계절

4~5월 정원은 꽃이 피는 관목인 가침박달, 풍년화 등으로 봄을 연다. 여름이 다가오면 샐비어, 좁쌀풀, 숙근샐비어, 꼬리풀, 캄파눌라 등이 본격적으로 피어 정원의 전성기를 이루고, 가을엔 다양한 그라스류와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관목, 숙근초(솔잎정 향풀, 좁쌀풀)이 어우러진다. 겨울 정원은 잎이 떨어진 나무의 아름다운 선을 즐길 수 있으며, 마른 씨송이(seedhead)와 그라스류 위에 흰눈이 내려 평온한 풍경을 이룬다.


주차장 진입로로 올라오면 보이는 정원의 모습. 외벽에서 연장된 벽체는 개구부를 지나 앞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펼쳐지는 정원 풍경을 더욱 극대화해준다.


정원이 없는 뒤뜰이 보이는 선룸에서도 꽃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작은 수국 정원. 선룸 바로 앞에 코르텐 스틸로 둥근 형태의 틀을 짜서 간단히 설치했다.

TIP 1. 정원을 위한 토양 준비

 정원 조성에 앞서 준비해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토양’이다. 토양의 배수와 적절한 영양이 식물의 생장에 매우 중요한 까닭이다. 경사면의 대지에 정원을 만들 경우 일반적으로 배수는 양호하지만, 기존에 논이었던 땅이라면 물 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마사 등을 추가하여 원활한 배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단, 숙근초에 지나친 영양은 필요하지 않으며 상토 등을 섞어 적절한 보습과 영양을 더해준다.

TIP 2. 잔디 마당 조성하기

 잔디 마당을 조성할 때는 배수와 가장자리 정리를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잔디밭의 가장자리 정리, 즉 에지(edge) 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잔디의 영역이 불확실해지고, 전체적인 정원 디자인에도 영향을 준다. 잔디의 뿌리는 땅속 깊이 뻗어가는 게 아니라 흙 바로 아래서 사방으로 번지기 때문에 지표 5~10cm 정도까지 철,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된 에지를 묻고, 잔디 높이만큼 에지가 올라오게 설치하면 가장자리를 깨끗하게 유지하여 시각적으로도 아주 산뜻하다.

주차장에서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30×30, 30×60, 40×40, 40×60, 50×50 등 다양한 사이즈의 사각형 디딤석을 모자이크 형식으로 조합해 깔았다. 가장 흔하게 쓰는 현무암 부정형 디딤석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듯하게 절단된 정형 디딤석은 한층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해준다.


바위를 이용한 테두리 처리 디테일. 비교적 큰 바위로 중심을 잡고 마가목을 중심으로 위실나무, 셀릭스, 즈이나 등의 관목에 털수염풀, 유포르비아, 톱풀등 건조에도 강한 숙근초를 심어 공간을 정리했다.

SKETCH

좀작살나무(Callicarpa dichotoma) 키는 1.5m 정도로 자라며, 10월이면 열매가 보랏빛으로 익는다. 꽃과 열매가 작으며 잎 모양이 물고기를 잡는 작살을 닮았다.

마가목(Sorbus commixa) 큰 깃털 모양 잎이 특이하고 초여름에 흰 꽃이 무리 지어 핀다. 가을엔 붉은 열매가 달리고 단풍 색감도 아름다워 정원 포인트로 심기 좋다.

지팽이풀(Panicum virgatum ‘prairiefire’) 직립으로 곧게 자라 참억새(그린라이트) 대신 심기 좋다. 늦은 여름부터 잎이 자라 10월경 붉게 물든다.

1_작업 전 배수 상황 체크는 필수. 논흙인 경우 마사 등으로 복토하여 물 빠짐이 좋게 하고 배수관 마련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2_현장에서 용접 작업이 어려울 때는 미리 디자인에 맞추어 에지를 제작한 후 설치하면 좋다.

3_식물을 심기 전, 상토와 부숙토를 섞어 생장에 좋은 토양 환경을 만들어준다.

4_식물이 성장한 후의 크기와 디자인을 고려하여 미리 화단에 배치하여 본 후, 전체 배치가 정해지면 정식으로 심는다.
좁쌀풀(Lysimachia vulgaris) 키는 40~80cm 정도로 습한 곳이나 숲속에서 잘 자란다. 6~8월 노란 꽃이 청량함을 주며 10월이 되면 잎이 노랗게 물든다.

향등골나물(Eupatorium purpureum) 곧게 자란 1~2m의 줄기 끝에 자주색과 흰색이 섞인 꽃이 핀다. 번식력이 좋아 넓은 정원을 채우기 좋고 그라스와 잘 어울린다.

낙상홍(Ilex serrata Thunb. ) 높이 3m 정도로 자라며 암수딴나무이다. 10월에 붉게 물드는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되며, 겨울 정원에 생기를 주는 역할을 한다.

(위, 아래) 하늘에서 바라본 전경. 정원의 정면과 측면은 2m 높이의 옹벽으로 이어지는데, 옹벽에 접한 가장자리는 직경 1m 이상의 큰 영천석을 감싸듯 배치해 안정감을 주었다.

정원디자이너 김원희_ 엘리그린앤플랜트(Elly Green n Plants)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주의 정원을 지향하며 개인 정원뿐만 아니라 공공정원, 상업공간 등 다양한 정원·식물 작업을 한다.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정원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정원가 ‘피트 아우돌프’에 관한 영화 <Five Seasons>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2018년 일본 세계가드닝월드컵에서 ‘최우수디자인상’(최재혁 작가와 협업)을 수상했고, 2019년부터 매년 첼시 플라워 쇼에 프레스로 참석하여 다양한 정보 제공과 강의를 하고 있다. www.instagram.com/wonheekim33
구성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2021.12.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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