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촉’은 자신의 가족에게도 향할까

[이슈]by 한겨레21

아내·장모 연루된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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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의 ‘촉’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첩보나 제보가 수사할 만한지 잘 판단하고, 수사를 결심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8월 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전격적인 수사 착수도 그의 촉이 발동한 결과다. 조 전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에 대한 첩보를 보고받고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압수수색에 나섰다. 과잉수사라는 비판에도 검찰 특수부 인력을 대거 투입해 수사를 강행한 배경엔 그의 남다른 ‘수사 감각’이 있었던 셈이다.

장모·아내 사기 연루 의혹

그런 윤 총장의 촉이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의 촉이 가족 관련 의혹에선 다르게 작동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아무개씨가 연루된 사기 의혹 때문이다. 조 전 장관 수사 때 발동했던 그의 촉대로라면 자신의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의혹도 당연히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어야 한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최씨가 연루된 사기 의혹 가운데 가장 촉이 발동할 만한 것은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이다. 이 사건은 최씨의 딸 김건희씨가 윤 총장과 결혼(2012년)한 이후에 발생했다. 최씨는 동업자 안아무개씨와 부동산 투자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자금력을 증명하기 위해 2013년 4~10월 4건의 가짜 은행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 이 사실은 2016년 동업자 안씨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와 최씨의 부탁으로 위조했다고 진술했고, 최씨도 같은 재판에서 위조를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며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했다. 위조한 사람도, 지시한 사람도 모두 사문서 위조 혐의를 법정에서 인정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후에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공소시효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지금에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사건이 의정부지검에 배당된 지 5개월이 지났다. 의정부지검은 최근 최씨에게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의정부지검에 “최씨 관련 수사 상황은 일절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도 이 사건에 연루됐다. 최씨에게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어준 김씨는 당시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회사의 감사로 재직 중이었다. 김씨는 최씨의 친척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씨는 동업자 안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씨를 ”딸(김건희)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라고 정확한 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또 김건희씨는 어머니의 동업자 안씨에게 150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안씨가 최씨에게 부탁한 돈을 김건희씨가 대신 입금한 것이다. 안씨는 이 돈을 석 달 뒤에 김건희씨 계좌로 돌려줬다. 당시 최씨와 안씨의 동업 관계와 그 내용을 김건희씨도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건희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수상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지난해 7월 윤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김씨가 2013년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자동차 할부금융 회사) 주식 40만 주를 액면가 500원에 구입(총 2억원어치)한 것은 특혜라고 공격했다. 잘나가는 기업(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액면가로 매입하는 것은 오너 가족에게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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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 사건 관여 여부가 핵심

또 김씨가 2017년 1월 권 회장과 도이치파이낸셜의 비상장주식 20억원어치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는데, 이때도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김씨가 매입하기로 한 주식 가격은 주당 800원이었다. 반면 이보다 다섯 달 전인 2016년 8월 미래에셋이 도이치파이낸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매입했을 때 가격은 주당 1천원이었다. 기관투자가인 미래에셋보다 일반 개인인 김씨가 더 싼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주식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특혜가 분명하다”고 공격했다.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2017년 5월)된 직후 도이치파이낸셜의 주식 20억원어치 인수 계약을 취소했다. 또 한 달 뒤인 2017년 6월에는 2013년 매입한 40만 주도 액면가 500원에 모두 팔았다. 따라서 실제 차익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계약서 등은 청문회 때 제출하지 않았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40만 주 매각은)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액으로 처분했기 때문에 실제로 누구한테 처분했는지가 중요하다. 또 비상장주식 매매계약을 취소하면서 위약금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일반적 관례와 다르다”며 계약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윤 총장 장모 관련 의혹의 핵심은 과연 윤 총장이 장모 사건에 관여했는지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에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장모 사건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사건 피해자들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 총장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의정부지검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이를 명확하게 가려내지 못하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수사 나설까

더욱이 올해 안에 출범하게 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윤 총장 관련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공수처법은 검사와 판사, 경찰 관련 사건은 수사는 물론 직접 기소까지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윤 총장 장모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공수처가 수사에 나설 빌미를 주게 된다. 조국 전 장관 수사 때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2020.03.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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