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by한겨레

섬진강 래프팅, 바나나보트 타기 등 수상레저 가능 

혼자 놀기엔 카누가 안성맞춤 

9월 문 연 ‘지리산정원’ 야생화도 볼거리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31일 이정국 기자(오른쪽)가 전남 구례군 섬진강에서 카누 체험을 하고 있다. 섬진레져스쿨 제공

생각만 해도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지리산. 등산 장비도 없고, 같이 여행 갈 짝도 없는 당신에게 지리산은 엄두가 안 나는 산이다. 친구들이 종종 산행 자랑을 할 때 부럽긴 해도 말이다. 하지만 선입견일 뿐. 지리산은 등산 외에도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동반자? 없어도 된다.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인생’이 인생 철학인 욜로(YOLO.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현재를 즐기자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족에게 지리산은 오히려 안성맞춤이다. ‘나 홀로 당일치기’ 지리산 여행, 당신도 도전해볼 차례다.


내 친구 케이(K)에게. 항상 바쁘게 사는 넌 입만 열면 “쉬고 싶다”고 했지. 기억나? 언젠가 “지리산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던 거. 하지만 “혼자라서 엄두가 안 난다”고 했지. 늘 지리산 여행을 포기하던 널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어. 내가 먼저, 혼자 지리산을 다녀온 거야. 


“혼자 오셔도 돼요.” 


뜻밖이었어. 나 홀로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지리산에서 래프팅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는데, 혼자서도 된다는 거야. 래프팅은 대학생 엠티(MT)나, 회사원들 워크숍에서 단체로 가서 하는 거 아니었나. 흔히 강원도 인제 내린천을 많이 떠올리지.

섬진강의 평화로운 래프팅

반신반의하면서 지난달 31일 차를 몰고 전남 구례로 향했어. 목적지는 섬진강. 섬진강에서도 래프팅이나 바나나보트 타기 같은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대. 지리산 하면 산만 가는 줄 알았지? 최근에 생긴 줄 알았는데 벌써 20여년 정도 됐다는 거야. 한참 사람들이 몰릴 땐 7~8개 업체가 성행했대. 그런데 각 지역에 대형 워터파크가 생기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해. 요샌 두 곳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어. 


서울에서 출발한 지 4시간30분 만에 섬진강에 도착했어.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가는 길이 ‘예술’이야. 산은 강을 넘지 못해. 총면적 483.022㎢(국립공원관리공단 기준)의 거대한 지리산은 엄마 같은 섬진강의 품 안에 들어와. 지리산 하면 당연히 산을 생각하지만, 전북 진안에서 발원해 구례, 하동, 광양을 거쳐 바다로 나가는 섬진강은 지리산의 한 부분이야.


서울에서 섬진강이 흐르는 구례군 토지면까지,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서두르면 오전 중에도 도착할 수 있어.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상레저는 카약이야. 문제는 카약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거지. 배가 잘 뒤집히기 때문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게 초보자는 쉽지 않은 거야. 더군다나 처음 강 위에 올라가는 건데 혼자 카약을 타는 건 위험할 수도 있어. 업체는 가이드를 동반한 카누를 추천해줬어. 배가 뒤집힐 위험도 적고 가이드가 동승하니까 무섭지도 않지. 1회 이용 요금은 3만5000원이야. 가이드 비용은 별도고. 


6㎞ 정도 차를 타고 상류로 이동해 카누를 타고 돌아오는 코스인데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려. 섬진강은 내린천처럼 물살이 세지 않아서 편안하게 래프팅을 즐길 수 있어. 원래 카누는 나무로 만들지만 고무로 만든 간이형 카누도 써. 나무 카누를 타는 게 폼도 나겠지만, 그걸 들어서 물에 띄우는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가벼운 고무 카누를 레저용으로 많이 쓰고 있지. 


고무 카누를 띄워놓고 서서히 노를 젓기 시작했어. 물살이 약하긴 했지만, 배는 강을 따라 하류로 저절로 흘러가. 노를 심하게 젓지 않아도 알아서 가더라고. 동승한 가이드 황치관(21)씨가 “가만히 계셔도 저절로 가요. 세게 젓지 말고 풍경을 즐기세요”라고 하더라고. 주변을 보니 “캬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 강 위에서 왼쪽으로 펼쳐진 지리산과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을 바라보는데 울컥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까. 중간에 루어 낚시를 하는 사람도 만났는데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스크린 밖으로 나온 거 같더라고. 하류로 갈수록 수심이 깊어지는데 물살은 오히려 더 느려져. 강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는 게, 이 섬진강 래프팅의 묘미야. 


코스 중간에 작은 백사장이 나와. 잠시 쉬는 곳이기도 해. 누워서 일광욕 즐겼는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았어. 다시 배에 올라타서 이번엔 등을 기대 잠시 누워봤어. 따가운 햇살이 얼굴을 콕콕 찌르고 바람이 코끝을 살살 간지럼 태우는데 잠이 솔솔 쏟아졌어. 이런 여유라니. 조선시대 양반들이 괜히 강에 배 띄워놓고 시를 읊은 게 아니더라고. 


평화로운 배타기지만, 주의할 건 있어. 아무리 물살이 잔잔해도 일단 속옷까지 다 젖는다고 봐야 해. 갈아입을 옷과 신발은 필수야. 워터슈즈가 있으면 더 좋고. 욕실은 마련돼 있으니깐 걱정 마. 업체 정보 등은 구례군 관광 누리집(tour.gurye.go.kr)을 보면 돼.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지리산정원 야생화테마랜드에 핀 털부처꽃. 구례/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야생화보고, 일몰 감상으로 마무리

샤워를 마치고 향한 곳은 새로 단장한 지리산정원이야. 원래 지리산 자락에 연결되어 있던 야생화테마랜드, 지리산자생식물원, 구례생태숲, 구례수목원 등을 하나로 묶어서 ‘지리산정원’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 1일 지자체에서 정식으로 문을 열었어. 이곳에선 지리산 토착 야생화 100여종 100만송이를 만날 수 있어. 이번에 실내 식물원도 만들어서 사시사철 야생화를 만날 수 있지.

 

흐드러지게 핀 꽃밭을 생각하면 안 돼. 이곳은 자연적으로 피어난 야생화 감상이 핵심이야. 예쁘게 꽃밭을 만들어놓은 꽃박람회 같은 곳은 아니라는 거지. 듬성듬성 피어 있지만, 평소에 보기 힘든 벌개미취, 꿩의비름, 털부처꽃, 범꼬리 등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 계절이 바뀐 지금에는 야생화가 많지는 않은데, 가을이 되면 지리산의 단풍과 함께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난다고 해. 지리산 중턱(해발 601m)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도 환상적이야. 지리산정원 안에는 ‘숲속수목가옥’이라는 숙소도 있어. 나중에 기회 되면 하루 숙박을 하고 싶더라고. 예약은 누리집(ecopark.gurye.go.kr)에서 하면 돼.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지리산 성삼재 휴게소의 일몰 풍경. 구례/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한가지 팁을 추가하자면, 섬진강에서 ‘지리산정원’ 가는 길에 운조루와 천년고찰 화엄사가 있어. 시간이 되면 들러보면 좋아.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 선비 류이주가 낙안군수로 있을 때 지은 고택이야. 당시 양반이 살던 집의 구조가 잘 보존돼 있어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가보길. 화엄사는 지리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국보인 각황전, 석등 등이 유명해. 워낙 규모가 큰 사찰이어서 처음 가는 이들에겐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지는 곳이야. 이곳은 사찰 음식으로도 유명해. 사찰 음식 강연도 열리고 손뜨개질 강좌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니 누리집(hwaeomsa.com)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가면 좋아.

 

자, 이제 지리산 당일치기 여행의 마지막이야. 추천할 곳은 성삼재 휴게소.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지만, 이곳의 일몰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 지리산 종주를 하는 등산객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지.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있으니, 커피 한잔 들고 일몰을 감상하면 분위기가 끝내줘.

 

이렇게 나의 당일치기 지리산 여행은 끝났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 가장 힘든 건 떠나겠다는 결심이지. 자, 용기를 내봐. 떠나는 사람만이 지리산을 느낄 수 있어.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지리산정원에서 바라본 구례 전경. 구례/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 교통편

 

-서울 기준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구례화엄사 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열차는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구례구역에 내리고, 고속버스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례군행을 타면 된다. 구례군에 도착해선 군내 버스를 이용하면 유명한 관광지는 다 갈 수 있다. 문의: 구례군 관광 대표전화 (061)780-2450

 

◎ 지리산 혼밥족 식당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밥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혼자 먹는 밥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나 지리산 하면 떠오르는 산채정식 같은 음식은 혼자서 먹기엔 부담스럽다. 지리산에서 ‘혼밥’을 하기에 좋은 곳을 골라봤다.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부부식당’의 다슬기 수제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부부식당은 다슬기 수제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섬진강 특산물이기도 한 다슬기는 평소 흔하게 접하는 멸치육수 수제비하고는 또 다른 시원함을 안겨준다. 곁들여지는 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섬진강 주변에도 유명한 다슬기 수제비집이 많지만 구례읍 안에선 부부식당이 가장 소문이 났다. 홀에 탁자가 있는데 혼밥족들이 합석을 많이 한다. 항상 대기 줄이 있으니 미리 ‘혼자 왔으니 합석하겠다’고 알리는 게 좋다. 오후 2시30분부터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다슬기 수제비 8000원. (전남 구례군 구례읍 북교길 5-12/061-782-9113)

 

평화식당은 육회비빔밥을 하는 곳으로 3대를 이어온 구례의 터줏대감이다. 한우가 유명한 구례여서 신선한 육회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탁자마다 있는 노란 주전자에 끓여 먹는 ‘보리새우국’으로도 유명하다. 이 국물이 슴슴한 육회비빔밥에 조미료 같은 구실을 한다. 여타 남도음식처럼 간이 세거나 반찬이 다양하지 않아 호불호가 나뉘기도 한다. 육회비빔밥 9000원. (전남 구례군 구례읍 북교길 12/061-782-2034)

욜로족을 위한 지리산 당일치기

목월빵집.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목월빵집은 최근 여행객들 사이에서 뜨고 있는 구례 ‘신상’ 맛집이다. 구례에서 나는 우리밀로 치아바타, 통밀빵 같은 빵을 만들어 낸다. 달걀, 설탕, 우유, 버터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담백하고 건강한 맛이다. 점심 이후에 가면 빵이 거의 떨어지고 없으니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가면 좋다. 통밀목월팥빵 2000원, 산동막걸리 오곡빵 4500원.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성산길 18/061-781-1477)

Jirisan

1967년 12월 한국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 1호.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 남악, 두류산, 방장산으로도 일컬음.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915.4m의 천왕봉.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 도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483.022㎢에 이름. 동식물 1200여종이 서식하는 한반도 생태계의 보고이자 등산 애호가들의 성지.

구례/글·사진 이정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