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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주인도 여성, 손님도 여성···
“우린 수다 떨어요!”

by한겨레

요즘 게스트하우스, ‘여성 전용’ 등 다양

아이와 한옥 민박 찾는 이도 많아

‘나 홀로 독서족’엔 ‘셀프 감금’ 민박

 

머무는 곳이 달라지고 시야가 바뀌는 경험을 통해, 바닥난 에너지와 영감을 충전하는 짧은 여행은 꼭 휴가철이 아니어도 좋다.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부터 한옥 스테이, 책이 가득한 게스트하우스까지, 휴식에 도움이 될 만한 게스트하우스를 ESC가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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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포근한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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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정, 꾸다, 갈맥이둥지.(왼쪽부터) 게스트하우스 제공

오지민(가명·29)씨는 이따금 ‘힐링’ 하러 거주지인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간다. ‘연뮤덕’(연극과 뮤지컬 덕후)이자 빵 덕후인 오씨는 주목하는 배우의 공연 일정에 맞춰 주말 휴가를 잡고, 제빵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가 밀집한 마포구 서교동과 연남동에서 빵 순례를 한다. 공연의 감동과 탄수화물의 은총이 함께하는 혼자만의 휴식. 문제는 숙소였다. 호텔에 묵자니 공연 한번을 더 볼까 싶고, 가격이 애매한 호텔은 모텔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모텔 천장에 설치된 거울에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받지 않아도 됐을 스트레스다.

 

공연장이 모여 있는 혜화동의 ‘호호정’은 전직 여행기자이자 여행 콘텐츠 개발자인 김남경씨가 작업실을 겸해 연 아담한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공용침실(도미토리)과 온돌방을 합쳐 최대 7인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차 없이 떠나는 주말여행 코스북>을 공저한 김씨에게 여행 정보를 구할 수도 있다. 호호정에서 만난 여성 게스트들끼리 공연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정감 어린 빈티지 소품과 포근한 패브릭으로 꾸민 연남동 ‘갈맥이둥지’는 화보 촬영 장소로도 소문이 났다. <빨강머리 앤>의 두 친구 이름을 딴 ‘앤 셜리’와 ‘다이애나 베리’는 2인실, 5인실 공용침실(도미토리)룸은 ‘비밀의 화원’으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녀 취향의 인테리어가 셀카 욕구를 마구 자극한다. 타이나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의 여성 여행객이 두루 찾는다고 한다.

 

경기도 가평의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 ‘꾸다’는 때가 맞고 뜻이 맞아야 머물 수 있는 곳이다. 꾸다지기가 여행 중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게스트를 받지 않기 때문에 포털 다음 카페를 통해서만 예약 신청을 받는다. 방문자들은 여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꾸다의 원칙에 주파수를 맞추는 30, 40대 여성이 주를 이룬다. 널찍한 거실에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고 면 생리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꾸다는 책 한권을 잡고 느긋하게 뒹굴거나 잡념을 잊는 손바느질로 ‘심심함을 느릿하게 즐기’고픈 여성들이 조용히 쉬어 가기 알맞다.

  1. 호호정: 서울 종로구 혜화로 23(blog.naver.com/enkaykim)
  2. 갈맥이둥지: 서울 마포구 연희로1길 19(galmac.me)
  3. 꾸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호반로 2509-34(cafe.daum.net/guesthousekkuda)

고즈넉한 한옥에서 하룻밤…한옥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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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고재 서울, 인우하우스, 서촌 여락재.(왼쪽부터) 게스트하우스 제공

가끔은 엠디에프(MDF) 합판에 무늬목 시트지를 바른 가짜 나무 가구들이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돌과 흙을 재료로 잘 다듬어 가꾼 한옥이라면 잠시나마 자연물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지 않을까? 반들거리는 나무마루에 맨발로 첫발을 딛고, 마당의 돌담을 망연히 바라보거나 기와로 된 처마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봄비 소리에 온전히 귀를 내주는 휴식은 서울 도심에서도 가능하다.

 

‘옛것을 즐기는 곳’이란 뜻을 품은 ‘락고재’는 북촌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명소다. 일제강점기에 한국과 주변국의 문화 연구를 위해 우리 지식인들이 독자적으로 조직한 학술단체인 진단학회가 사용했던 한옥을 대목장 인간문화재 정영진 옹이 보수해 한옥과 양반의 풍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높게 올린 누마루와 정자가 운치 있고 너른 대청마루에서는 진짜 장작을 때는 아궁이가 눈에 들어와 한옥의 정취를 돋운다. 궁중 한복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황토찜질방까지 갖췄다.

 

‘서촌영락재’는 과거와 현대가 만난 ‘반전 한옥’이다. 대갓집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둔 사랑채만한 아담한 크기지만 전통 창살이 제법 예스럽다. 문화재 한옥을 전문으로 복원하고 수선하는 대목장의 손을 거친 덕분이다. 다섯칸의 한옥은 놀랍게도 지하층으로 이어진다. 한옥에서 상상하기 힘든 지하층엔 현대적으로 꾸민 주방과 아늑한 침실이 있다. 한옥까지 가서 지하에 묵어야 할까 싶지만, 벽이 아닌 침실 천장으로 낸 창이 영락재의 두번째 반전이다. 하루에 한 팀만 받고 있어서 친구들과 오붓한 파티를 하기도 제격이다.

 

인우와 연우 남매의 할아버지가 직접 쓴 서예 작품과 자개장으로 꾸민 ‘인우하우스’는 시골집이나 외갓집처럼 친숙하고 그리운 한옥이다. 규모가 큰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어린이 동반을 사절하는 경우가 있지만, 인우하우스는 아이들과 함께 한옥 살아보기 체험을 하는 가족 손님도 많다. “처음에 홈스테이 개념으로 시작을 했고 저희도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실제 가족이 거주하는 살림집 한편을 내어주는 집주인 김미경씨의 말이다. 남편은 5분 거리에 있는 ‘연우하우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북촌 토박이라고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꾸리며 여러가지 자격증을 딴 김씨를 통해 한지와 매듭공예 체험도 가능하다.

  1. 락고재 서울: 서울 종로구 계동길 49-23(rkj.co.kr)
  2. 서촌영락재: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5가길 29(seochonyoungrakjae.com)
  3. 인우하우스: 서울 종로구 계동6길 9(inwoohouse.modoo.at)

책이 가득, 바다가 가득…일상을 벗어난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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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향, 별아라, 수에르떼.(왼쪽부터) 게스트하우스제공

자기 전에 읽을 셈으로 곁에 두었던 책 한권은 오늘도 제목만 읽었다. 습관처럼 틀어 둔 티브이(TV)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모처럼 빈 시간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 티브이가 없는 곳으로 ‘셀프 감금'을 시도해보자.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에는 티브이는 물론 어지러운 꽃무늬 벽지도 잡다한 소품도 없다. 나무색으로 통일한 실내와 깨끗한 흰색 침구, 그리고 책뿐이다. 방대한 공유서재인 1층 ‘지혜의 숲'은 3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이 중 지지향의 로비인 3구역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한다.

 

책으로 가득한 공간처럼, 바다가 가득한 공간도 일상의 좁은 방에서 꿈꾸는 로망이다. 모처럼 바다를 보러 떠나도 ‘오션 뷰’를 자랑하는 호텔이나 펜션들은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강원도 정동진의 ‘수에르떼’는 원형 건물의 통유리 복도를 통해 바다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다만 일출은 여름철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경남 남해의 장항해변에 위치한 ‘별아라 게스트하우스’도 1층 카페를 비롯한 모든 객실의 창문이 바다를 마주 본다. 아름다운 남해의 노을을 방안으로 들일 수 있는 곳이다.

  1. 지지향: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jijihyang.com)
  2. 수에르떼: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85(blog.naver.com/skyihj)
  3. 별아라: 경남 남해군 서면 남서대로1517번길 28(남해별아라게스트하우스.com)

게스트하우스

원래 외국인을 상대로 주택이나 빈방을 제공하는 도시민박이 취지였으나, 최근에는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용이 늘고 있는 숙박 형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며, 거실과 주방 등을 공유한다. 대부분 ‘도시민박’이나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해 영업 중이다. ‘공용침실’(도미토리) 형태의 숙소를 기본으로 하지만, 1인실이나 2인실 같은 ‘개인공간’을 갖춘 곳도 많다.

유선주 객원기자 기자 oozwis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