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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by한겨레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충북 괴산의 한 시골마을에 문을 연 숲속작은책방의 전경. 마당 오른쪽에 어린이책 오두막이 보인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동네책방의 즐거운 진화가 시작된다

50대 부부가 시골 책방을 열었다

좋은 책을 권하고 함께 읽는 공간

책 읽으며 쉬는 ‘북스테이’도 시작

온라인서점, 대형서점의 공세 속

살아나는 전국 동네책방 현장보고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백창화·김병록 지음

남해의봄날·1만6500원

 

무슨 책을 봐야 하는지 알려주겠다는 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그 책을 어디서 사야 하느냐’고 묻는 책이 있다. 온라인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게 당연한 세상임에도, 구태여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지은이들의 설명을 찬찬히 따라가보면, 정말로,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고 싶어진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사실 50대 부부의 귀촌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2002년부터 어린이책도서관을 운영하던 부부가, 나이가 들고 아이도 다 큰 상황에서 더 이상 도시생활을 참지 못해 2011년 충북 괴산의 한 마을로 귀촌을 감행했다. 마을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예쁜 그림책을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연히’ 그 꿈은 깨졌다. 세상일이 그렇게 쉽나.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전원주택 정면은 책방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내부의 1층 거실은 천장까지 책으로 빼곡하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전원주택 단지 조성공사는 결국 부도수표만 남긴 채 끝이 났다. 전원주택 조성사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 여기서도 벌어진 것이다. 도서관이 들어가기로 돼 있던 마을회관은 준공조차 하지 못했다. 귀촌의 이유를 상실한 부부는 2년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참다못한 남편은 어느날 톱과 드릴을 들었다. 어린이도서관 운영 때 배웠던 목공 솜씨를 발휘해 집 안을 채워나갔다. 마당에 예쁜 오두막까지 지었다. 모든 공간 구성과 가구 배치는 책 읽기에 맞췄다. 외국의 여러 유명한 책마을에서 보고 배운 것을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2011)으로 묶어낸 적이 있는데, 그걸 직접 적용해 본 것이다. 이렇게 집이 책을 읽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소문을 듣고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손님의 취향과 상태에 맞춰 좋은 책을 골라줬고, 이들이 그 책을 사갔으면 좋겠다 싶어 돈을 받고 팔았다. 도서관을 위한 장서는 따로 빼뒀으니 굳이 쟁여 둘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차 새 책을 구해 약간의 이문을 붙여 팔았고, 결국 2014년 4월 ‘숲속작은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서점 사업자등록증을 받았다. 동네 책방들이 문을 닫는 세상에 새로 동네 책방을 연 것이다. 그것도 시골 구석에. 

 

숲속작은책방은 장소만 특별한 게 아니다.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책을 권하는 책방, 책을 강매하는 책방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는 책 한 권씩 꼭 사가야 하는 소비의 의무가 있다’고 못박았다. “서점은 이야기와 삶, 생각이 모이는 곳이다. 서점은 사라져서는 안 될 업종이기에, 처음부터 ‘강매’로 출발했다.” 이렇게 해서 책이 팔릴까. 책의 막바지에 부부는 말한다. “우리 책 ‘쫌’ 팝니다!”

 

책의 진가는 부부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책방이 무엇인지 탐색한 2부와 4부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부부는 1년 동안 전국의 동네 책방 70여곳을 찾아, 그곳이 “공간 자체가 갖고 있는 품격과 교류로 매혹적인 ‘문화 살롱’이 되고 있음”을 확인해 보여준다.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부산 인디고 서원.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진주의 진주문고.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먼저 부산에는 ‘연대할 줄 아는 청년들’을 키워온 ‘인디고 서원’이 2004년 문을 연 이래 튼튼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옥인동으로 옮긴 서울의 ‘길담서원’은 2008년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둥지가 돼왔다. 또 경기 고양시 일산의 ‘알모’와 부산 연제구의 ‘책과아이들’은 어린이청소년 전문 서점으로 오랫동안 어린이의 꿈을 키워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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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책방 피노키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땡스북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일단멈춤.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동네 책방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곳도 있다. 2011년 문을 열어 성업 중인 서울 홍대 앞 ‘땡스북스’는 디자이너인 책방 주인이 자신의 안목으로 고른 책을 판다.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책’을 팔겠다는 새로운 방식인데 그게 통한다고 한다. 서울 상암동의 ‘북바이북’은 대중의 기호에 맞춘 책을 선정하지만, 술을 먹을 수 있는 책방 등 개성적인 운영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이밖에 서울 연남동의 ‘책방 피노키오’는 그림책 전문서점으로, 마포 ‘짐프리’와 서대문구 ‘일단멈춤’은 여행책 전문서점으로 각각 자리를 잡았다. 

50대 부부가 귀촌해 낸 시골책방 “

통영 봄날의책방. 사진 남해의봄날 제공

전국 곳곳에서 개성을 뽐내는 독립출판 서점을 소개받을 때는 반갑고, 오래된 책 공간으로 지역 문화계의 등뼈가 되고 있는 지역 중견서점들은 함께 가꿔가고 싶어진다. 경남 통영에서 이 책을 낸 출판사와 함께 동네 책방 ‘봄날의 책방’을 운영하는 정은영 대표의 활약상도 눈길을 끈다. 이들 책방은 개성있는 책 소개와 유통의 공간이 되면서, 그런 책을 펴내는 작은 출판사들한테 숨구멍 구실을 한다. 또 불완전하나마 지난해 11월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들 동네 책방 가운데는 ‘북스테이’의 실험으로 나아간 곳도 있다. 숲속작은책방의 경우, 주인 부부는 집 2층 다락방을 민박으로 내놨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그래서 군더더기 떼고 책 읽기와 잠자기만 할 수도 있다. 1만2000권의 책이 준비돼 있는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의 ‘모티브원’, 대전 달동네의 ‘대동작은집’, 강원 화천의 ‘문화공간 예술텃밭’ 등도 각각 개성있는 북 스테이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유흥지에서 굽고 먹고 마시는 쪽과는 족보가 전혀 다르고, 명상 중심의 템플스테이와도 색깔이 다르다. 

 

이들 동네 책방의 ‘정신’은 무슨 책을 파는지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대형 베스트셀러나 자기계발서는 팔지 않는다. 대신 생태의 가치를 담은 책, 인간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책을 판다. 부부는 주장한다. “독립서점에서 쇼핑하는 건 정치적 선택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옳다. 지역을 지키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것은 당신이 ‘독서시민’인지 단순한 소비자인지를 가늠하는 일이다.” 

 

책의 뒤에는 전국의 동네 책방 지도가 붙어 있다. 지도를 펼쳐 가까운 동네 책방을 확인하고 오늘 저녁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책방 주인한테 좋은 책을 권해 달라고 해도 좋다. 새로운 독서 체험이 될 듯하다. 스위스의 한 작은 동네에 있는 책방의 벽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