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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으스스 정신병원 괴담?
걷기 좋은 곤지암!

by한겨레

영화 <곤지암> 곧 개봉

배경지인 곤지암 가보니

볼거리 놀거리 많은 여행지

제2의 '곡성' 꿈꾸는 곤지암

으스스 정신병원 괴담? 걷기 좋은 곤

이 봄, 곤지암 일대는 걷기의 소소한 미학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사진은 경안천습지생태공원. 이정국 기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곤지암 괴담’ 말이다. 최근 포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곤지암’이 자주 등장했다. 영화 <곤지암> 개봉을 앞두고, 관련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 누리꾼들은 어김없이 ‘곤지암’을 검색했다.

 

영화는 곤지암 정신병원에 얽힌 소문을 소재로 만들었다. 정신병원에서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병원장은 자살하고, 결국 문을 닫았고, 땅 주인은 행방불명되고, 그 뒤로 귀신이 ‘종종’ 출몰한다는 등의 괴담이다. 누차 말하지만, 괴담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철저한 허구다. 정신병원이었던 폐건물. 뒷얘기를 만들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다. 화제성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쪽에선 놓치기 싫은 먹잇감이다.

으스스 정신병원 괴담? 걷기 좋은 곤

이 봄, 곤지암 일대는 걷기의 소소한 미학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사진은 앵자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전경. 이정국 기자

이런 상황에서 곤지암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 영화의 개봉은 국내 공포 마니아들의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과 실제 있었던 소문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몰입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공포영화의 흥행 관건은 관객의 몰입인데, 실존하는 지역을 내세움으로써 몰입감을 극대화한 것이다. 영화 <곡성>도 유사한 예다. 이야기는 가짜지만, 진짜 세계와 연결해 리얼리티를 느끼게 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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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 포스터. 홍종길 기자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곤지암은 한해 1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지인 곡성처럼 될 수도 있다. 공포 마케팅을 잘 활용한다면 말이다. 공포를 내세워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공포 마케팅은 세계적인 유행이다. 특히 관광 산업과 연계돼 있다. 수많은 왕과 왕비가 처형당했던 영국의 런던타워, 프랑스 파리의 지하묘지 카타콤, 싱가포르의 구 창이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유령이 출몰해 심령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해당 나라에선 이들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여름철에 운영하는 경남 합천의 고스트파크나 에버랜드의 호러메이즈 같은 공포 체험 시설이 인기다. ‘인공적’인 시설물이라는 점에서 외국 사례와 똑같진 않지만 공포를 내세워 사람을 잡아끄는 점은 유사하다.

 

공포영화의 배경지라고 해서, 곤지암 일대가 으스스하고 기괴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번주 이에스시(ESC)가 다룬 곤지암은 괴담의 진원지가 아니라, 갈 만하고 놀 만한 관광지로서의 곤지암이다. 더구나 2년 전 경강선이 개통되어 뚜벅이 여행족들에겐 이만한 여행지도 없다. 하루 ‘짠내투어’ 하기 좋다.

으스스 정신병원 괴담? 걷기 좋은 곤

이른바 ’곤지암 정신병원’이라 불리는 ’남양 신경정신병원’의 굳게 닫힌 출입문. 이정국 기자

곤지암읍이라는 행정구역에 한정하지 않고, 곤지암 나들목 일대를 훑고 다녔다. 기자들이 걷고 뛰며 완성한 곤지암 여행 지도라고 보면 되겠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너끈히 도착할 수 있는 이곳에서 서울 근교의 매력을 발견했다. 곤지암의 재발견이랄까.

 

나지막이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세 사이사이에는 걷기 좋은 길이 넘쳐나고 구수한 먹을거리가 있었다. 참, 괴담이 화제가 됐으니 괴담의 진원지인 정신병원 터에도 가봤다. 한마디로, 별거 없었다.

 

곤지암이란 지명에는 재미난 전설이 있다. 조선 중기 무신이었던 신립과 얽힌 얘기다. 그가 임진왜란 도중 전사하자, 당시 광주(현 곤지암읍)에 묏자리를 잡았다. 묘 근처에 고양이처럼 생긴 바위가 있었는데, 말이 그 바위 앞에선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은 이 앞을 지나갈 땐 말에서 내려야 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한 장수가 “왜 오가는 사람을 괴롭히느냐”고 소리치자, 바위가 두개로 갈라지고, 그 옆에 큰 연못이 생겼다고 한다. 이 바위를 곤지암으로 불렀다. 곤지라는 연못 옆의 바위란 뜻이다. 지금도 곤지암읍 한가운데에는 두개로 쪼개진 바위가 서 있다. 연못은 복개돼서 없어졌다.

 

지나가던 말이 갑자기 멈춘 것을 현대의 관점으로 해석해 보면 말에서 내릴 만큼 여행할 것이 많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좋은 여행지에선 차에서 내려 걷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기자들이 둘러본 곤지암은 그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곤지암

행정구역상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해당하는 지역이지만, 일반적으로 중부고속도 곤지암 나들목 일대를 칭함. 조선 중기 무신 신립의 묘 인근에 있는 큰 바위 곤지암(昆池岩)에서 이름을 따옴. 최근 곤지암 정신병원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 <곤지암>의 개봉을 앞두고 ‘실검’(실시간검색어) 1위를 기록함.

곤지암/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