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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홍준표·안철수, 그들이
드루킹 사건에 ‘오버’하는 이유

by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02


홍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으로 잡은 정권”

안 “지난 7년간 조작된 댓글공격과 싸워”

대선패배-정치실패 댓글조작 탓 돌려

핵심은 ‘선거 브로커’ 드루킹 불법행위 여부

김경수 의원 등 연루 의혹도 밝혀져야

홍준표·안철수, 그들이 드루킹 사건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2017년 5월9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 상황실에 들러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대선 패배를 수용한 뒤 옷을 여미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017년 5월9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사람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1342만3800표 41.08%를 받아 당선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785만2849표 24.03%로 2등을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99만8342표 21.41%로 3등이었습니다. 꽤 큰 표 차입니다.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9일 밤 홍준표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각각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밤 10시30분 서울 여의도 당사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송사)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만족하겠다. 이번 선거 결과는…. (결과를) 수용하고 자유한국당을 복원하는 데, 거기에 만족하겠다. 기자 여러분 감사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밤 10시35분께 국민의당 개표 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헌정기념관을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 많이 부족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가길 희망한다. 지지해준 당원 당직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입니다. 대선 직후 발언을 찾아본 이유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최근 발언 수위가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드루킹 사건’은 범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건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먼저입니다. 그 이후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대통령 측근이 연루된 사건인 데다 경찰의 수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특검을 임명해서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의 공세에도 꽤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과격합니다. 드루킹 사건 직후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4월15일 오후 4:45


안희정도 가고 민병두도 가고 정봉주도 가고 김기식도 가고 김경수도 가는 중입니다.

김기식 검증 책임지고 조국도 가야 하고 임종석도 위험하고

경제 파탄의 주범 홍장표 경제수석도 곧 가야 합니다.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으로 잡은 정권이 민심을 이겨 낼 수가 있을까요?

좌파들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6·13까지 아직 가야 할 사람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들이 가야 자유대한민국이 살아납니다.

깨어있는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

4월16일 오전 6:54

이번 주 갤럽 등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소폭 반등할 겁니다.

아무리 악재가 있어도 그들만이 답변하는 여론조사에서는 변동이 없으니까요.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정권은 괴벨스 정권이라고 누누이 말해왔습니다.

문 정권 실세들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처럼 조작된 도시가 아니라 조작된 정권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안희정, 정봉주, 김기식, 김경수 사건이 지금처럼 조작되면 나중에 진실이 밝혀집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깨어있는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으로 잡은 정권”, “조작된 도시가 아니라 조작된 정권”이라는 표현이 무척 자극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댓글조작과 여론조작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말입니다. 홍준표 대표 자신도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그다음 글에서는 수위를 조금 낮췄습니다. 

4월17일 오전 8:09


(앞부분 생략)

특검으로 가야 진실을 밝힙니다.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 사건은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서라도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히겠습니다.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여론조작과 댓글조작으로 정권을 운영하고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괴벨스 정권입니다.

깨어있는 국민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킵니다.

 

“여론조작과 댓글조작으로 정권을 운영하고 유지”한다고 했을 뿐, “여론조작과 댓글조작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페이스북에 쓴 글은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도 홍준표 대표 못지않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일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기자회견인데도 서울시장에 왜 출마하는 것인지, 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없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좀 길지만 워낙 절절한 내용이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조금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지명되었지만 지금은 선거 운동이 진행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정치인이 노도처럼 일어나는 국민 분노를 외면하고 제 당선만 위해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혁신경영을 기치로 출마 선언한 이후 2주간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었다. 비서진을 데리고 피감기관 돈을 받아 외국여행을 하고 자기가 앉을 자리에 정치자금을 탈법 기부한 행위가 국민감정을 자극했지만 이는 어쩌면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


정체가 드러난 지 1주도 안 돼 초등학생도 다 아는 전국적 인물이 된 드루킹은 이미 한 여론조작 기술자 필명이 아니다. 드루킹은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 선거 제도를 공격한 최악의 조직 선거범죄 이름이다.


19대 대선 불법 여론조작 게이트가 드루킹 게이트인 것이다. 국민은 드루킹에 속았고 전국 이곳저곳에 제2, 제3의 드루킹 집단을 운영하면서 댓글 민심을 조작한 집단은 권력을 잡았다.


그들은 수많은 인사 참사와 정책 실패도 여론조작을 통해 국민의 눈을 속이고 덮었다. 전 정권이 저지른 댓글공작을 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자신들은 댓글로 여론을 호도했다.


댓글 주범이 징역 4년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어제도 자신들이 지난 몇 년간 벌인 범죄 행위를 덮기 위해 국민의 눈을 그쪽으로 돌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관련자를 구속하고 사건 기록을 검찰에 넘긴 지 4주인데 수사를 아직도 경찰에 맡겨 둔다. 지난 4주간 수사는커녕 사건 은폐하고 증거 덮고 수사받아야 할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 수준을 나타낸다.


비감한 마음으로 몇 개의 물음과 몇 개의 요구를 내놓겠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드루킹을 만난 사실이 없나? 대선 캠프에 최측근과 후보 부인이 깊이 연루된 이래 후보는 직접 관련이 없었는지 의문을 품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물음을 대신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선플 달기를 언급하자 홍해가 갈라지듯 행동그룹이 조직된 것을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드루킹 공직 요구 협박 사건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겠다. 자신의 최측근이 쩔쩔매고 청와대 실세 비서관이 무마 시도를 하고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수석이 전전긍긍하던 일을 대통령이 몰랐겠느냐는 말이 길거리 민심이다.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 우리 야당은 이런 기본적인 국민 물음에 답을 못 드리고 있다. 여러분의 분노를 잘 안다. 늦었지만 그 마음을 받들겠다. 세 가지를 요구한다.


1. 문재인 대통령은 특검법 논의조차 거부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즉각 특검 수용을 명령하라.

진상규명하라는 국민 요구에 대통령이 직접 응답해야 한다.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게 민주당임을 국민도 잘 안다. 더 이상 미루면 진실 은폐다.


2. 경찰은 이번 사건 전체에서 즉시 손 떼야 한다. 여론조작 게이트 관련한 자금 흐름은 진상규명의 핵심이다. 사건 은폐에 급급한 경찰이 자금 흐름에 손대는 것은 증거를 증발시키는 것으로 의심받을 것이다.


3. 모든 야당은 즉각 지도부 연석 모임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여론조작 게이트 진상을 밝히는 공동행동, 이것을 시작하면 저는 그 자리에 나가서 현 집권세력의 여론조작 실태를 증언할 것이다.


어느 야당 지도자는 진상규명은 특검에 맡기고 여야는 모두 지방선거에 집중하자고 한다. 하지만 앞뒤가 바뀐 말이다. 지금은 새로운 선거에 집중하기 힘든 민주주의 위기 상황이다.


국민 여러분 지난 7년간 저는 국민 앞에 나서서 새정치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지난 7년은 조작된 댓글 공격, 그리고 여론조작과 싸워온 시간이었다.


죽을 것같이 힘든 모함을 겪었고 송곳으로 찔리는 것보다 아픈 댓글에 피 흘린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들이 조작한 댓글, 그들이 기계를 동원해 퍼뜨린 댓글 속에서 안철수는 사회 부적응자였고 배신자였고 돈만 밝히는 인간이었다. 안철수의 여자는 목동에도 있었고 강남에도 있었다. 엠비 장학생이었다가 어느 날 박근혜가 키우는 인물이 됐다.


프로그램으로 살포된 댓글들은 수천만 개 송곳이 되어 국민을 공격하고 저를 찔렀다. 영혼이 파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악성 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 행위다. 손발을 묶어 현해탄에 내던지는 수장 이상으로 잔혹한 것이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과 다르지 않다.


저 안철수가 무엇이 되느냐는 중요치 않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댓글공작 같은 저열한 행위만 없어질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 회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론조작이 사라진 대한민국 정치가 이뤄진다면 그걸 새정치 희망으로 남기고 저 안철수는 사라져도 좋다.


지난 4일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저는 허위와 무능의 시대를 극복하고 진짜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허위의 시대를 넘는 게 너무도 어렵다는 걸 절감한다.


다시 한 번 요구한다. 문재인 대통령만이 특검 도입의 길을 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외면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이 진실을 감추는 거로 이해할 거다. 국민 의심은 곧 분노로 번질 것이고 분노는 정치인의 비장한 결심을 불러올 거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대통령이 하지 않을 경우 국민은 저항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댓글 조작하는 시간이 겨울이라면 따뜻한 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시간은 봄이다. 아름다운 봄날이다. 겨울이 가서 봄이 오는 게 아니다. 봄이 왔기에 겨울이 물러가는 것이다.

홍준표·안철수, 그들이 드루킹 사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2017년 5월9일 저녁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대국민메시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어떻습니까? 우선 ‘송곳으로 찔린다’, ‘피를 흘린다’, ‘영혼이 파괴된다’는 등의 표현이 너무나 강한 것이어서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그동안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저는 “악성 댓글 여론조작은 고문보다 지독한 가혹 행위다. 손발을 묶어 현해탄에 내던지는 수장 이상으로 잔혹한 것이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과 다르지 않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고문’에서는 1985년 전두환 정권의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던 김근태 전 의원이 떠오르고, ‘현해탄 수장’은 1973년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저지른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등산로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는 암살’은 박정희 정권과 맞서 싸우다 1975년 등산로에서 의문사한 광복군 출신 장준하 전 의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악성 댓글 여론조작이 그 정도로 잔인한 행위라는 의미겠지만, 동시에 여론조작의 피해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김근태, 김대중, 장준하의 반열에 올리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후보의 주장과 논리는 그 강렬함과 간절함에 비추어 설득력은 좀 떨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드루킹이 지난 대선 국면에서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드루킹의 불법 행위는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은 어떤 관계인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불법자금을 지원하거나 불법적인 지시를 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등등입니다.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일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아닙니다. 드루킹은 일종의 ‘선거 브로커’, ‘정치 브로커’입니다. 활동 무대가 디지털일 뿐입니다. 선거로 권력을 창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브로커나 정치 브로커는 현실적으로 없앨 수 없는 존재입니다. 미국에도 브로커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브로커가 있습니다.

 

선거 브로커나 정치 브로커는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선동과 비방은 이들의 강력한 무기입니다.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나 참모들 중에는 브로커들과 선을 대거나 관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문제는 불법 여부입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와 참모, 그리고 선거 운동원들이 해도 되는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후보와 캠프의 선거 참모들은 선거 브로커의 불법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법으로 금지한 수단을 동원해서 선거 운동을 하면 처벌을 받거나 당선되더라도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물론 가장 전형적인 불법은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입니다.

 

선거 운동의 방식도 여러 가지 법률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드루킹이 ‘매크로’를 이용해서 문재인 대통령 선거 운동을 했다면 불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선거 참모나 캠프에 줄을 댄 선거 브로커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안철수 위원장도 이른바 ‘제보 조작’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일이 있습니다.

 

드루킹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이 범죄라고 생각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도 별로 흥분하지 않는 이유는 ‘선거 브로커의 불법 행위’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선거 참모였던 김경수 의원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드루킹과 관련이 있는지가 추가로 밝혀내야 할 의혹의 핵심입니다.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의 수사, 또는 특검의 수사로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은 마치 드루킹의 불법 댓글공작이 아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없었던 것처럼 이상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주장입니다.

 

왜 그럴까요? ‘오버’하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입니다.

 

첫째, 실패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댓글공작 때문에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졌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얘깁니다.

 

둘째,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야 자신의 정치적 생존 공간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6·13 지방선거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선전해야 정치를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차기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의 이런 태도가 별로 효과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국회를 보이콧하고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서울경찰청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있습니다. 일종의 변형된 장외투쟁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대여투쟁은 점잖은 보수 정당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 중에는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의 투쟁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서울경찰청 앞 의원총회도 진정성과 열기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국회 본회의를 열어 대정부질문을 하거나,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정부 당국자들을 추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투쟁’도 별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7년 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사람들의 댓글공작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년은 조작된 댓글 공격, 그리고 여론조작과 싸워온 시간이었다. 죽을 것같이 힘든 모함을 겪었고 송곳으로 찔리는 것보다 아픈 댓글에 피 흘린 그런 시간들이었다”라는 등의 표현이 바로 그런 주장의 핵심입니다. 그런가요? 아무래도 안철수 후보는 지난 7년간 자신이 정치인으로 겪은 실패의 원인을 몽땅 댓글공작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1년 안철수 후보가 청춘 콘서트를 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김종인 윤여준 등 정치를 오래 한 원로들이 안철수 교수에 대해 하던 걱정을 저도 몇 차례 들은 일이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밤늦게까지 자신에 대해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를 모두 읽어보는데 댓글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으면 너무나 괴로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원로들은 ”안철수 교수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다른 것은 몰라도 정치는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안철수 후보가 지난 7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받은 상처들을 스스로 헤집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캠프에 있던 몇 사람에게 “‘엠비 아바타’가 드루킹이 만든 프레임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답변은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안철수 후보 자신이 토론회에서 ‘내가 엠비 아바타냐’고 문재인 후보에게 묻는 바람에 오히려 ‘엠비 아바타’가 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지금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입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등과 서울을 어떻게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드루킹 사건을 놓고 벌이는 안철수 후보의 강력한 정치투쟁을 유권자인 서울시민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안철수 후보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해도 당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정치적 타격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이 정당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더구나 바른미래당은 지금 서울시장을 제외하고는 유력한 광역단체장 후보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곤궁한 처지입니다. 안철수 후보가 당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전면 투쟁이 아니라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안철수 후보는 바른미래당의 인재영입위원장이기도 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22일 선거캠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피해자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 제기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시민의 헌신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민주세력을 가장한 사람들에 의해 짓밟혔기 때문이다.

 

날조된 풍문을 덧씌워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추락시키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말과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해 권력을 쟁취한다면 이 나라의 앞날은 이미 어두운 것이다. 가짜 민주주의 타파에 주저하면 위선과 무능의 시대가 계속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시들어버린다.”

발언의 수위는 여전히 강경하지만 논리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대선 불복이 아니라 민주주의 파괴라는 불의에 맞서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안철수 후보의 정치투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