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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시랑 경제랑
사람마음 읽는 ‘절친’이더라

by한겨레

시랑 경제랑 사람마음 읽는 ‘절친’이

그림 실천문학사 제공

안도현·박노해 시인 등 40편의 시로

쉽고 재미나게 풀어보는 경제 이야기 

 

시랑 경제랑 사람마음 읽는 ‘절친’이
경제 카페에서 읽은 시

이하 엮고 씀, 하동석 그림

실천문학사·1만2000원 

 

“훗날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많은 길이 놓여 있는 10대들에게 다가올 법한 영미시다. 청소년 애송시를 엮은 책인가? 점심 메뉴에서부터 선택지 앞에 서 있는 인생, 그 길로 가지 않았다면? 나머지 길에 놓인 ‘기회비용’을 취했을 것이다. 바로 ‘버리는 카드’가 기회비용.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택한 길의 이익이 더 커야 잘된 선택이다. 그러니 길을 갔으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달릴 것. 


우리 삶에도 시에도 경제가 있다. 이 책은 시로 접근한 경제책이지만, 시를 읽는 다른 방법일 수도 있겠다. 문학과 경제가 이렇게 사이 좋았나 싶게 지은이는 시에서 경제학적 작동원리를 짚어낸다. 등단 시인이자 개인재무설계사(AFPK) 등 각종 금융자격증을 지닌 경제 칼럼니스트 이하씨는 시 40편을 꺼내들고 40가지의 경제 이야기를 편안한 말투로 이끈다. 경제학의 기본이론과 경제사, 실물경제와 재테크 상식까지 아우르는 한 편 한 편의 이음새가 실밥 안 보이는 공그르기 바느질 같다. 윤성학의 ‘소금 시’는 몸집을 키워가는 제국주의의 괴물 경제학을, 김기택의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아파트숲 도시의 ‘하우스 푸어’ 이야기를, 박노해 ‘가리봉 시장’의 “300원어치 순대 한 접시”는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재료다. 


결국 경제도 시처럼 인간의 마음을 공식화하거나 통계화한 거란 얘기다.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의 화자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래를 기다린다. 인간의 마음은 없는 걸 갈구하는 법. 포획이 금지돼 있어 제 스스로 어망에 걸려들어야 유통될 수 있는 고래는 워낙 희소해서 값이 천정부지로 뛴다. 반면 어디에나 있는 공기는 0원인 자유재다. 효용성과는 다른 희소성의 원리 때문이다. 손택수의 ‘홍어’로는 보완재와 대체재를 설명한다.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와 싸먹는 김치인 삼합은 삼형제. 셋 중 하나가 값이 올라가면 덩달아 수요가 떨어진다. ‘의리의 재화’인 보완재와 달리 대체재는 ‘라이벌 재화’다. 쇠고기 값이 오르면 돼지고기로 갈아타니까. 


책은 골목상권을 밀어낸 대형마트, 쌍용차 노동자 해고 문제도 다룬다. 대형마트의 시식코너를 “거대자본가들이 당신에 베푸는 복지혜택”이라는 하상만 ‘대형마트로 간다’라는 시는 반어적 표현으로 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 옆에 있던 빈 소주병을 소재로 쓴 공광규의 ‘소주병’은 금융위기 여파로 빈 소주병처럼 버려진 쌍용차의 가장, 나아가 자본주의 아래 가장의 위기를 드러낸다. 청소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