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향 의원 갑질, ‘아들 잃은 경비원에 막말’ 외에 또 있다?

[이슈]by 한겨레

아들 잃은 경비원에 ‘전보 조처’ 요구

자신 못 알아본다고 경비 업체에 항의하고

동거인을 아파트 헬스장 채용 의혹도

“동업자가 신불자여서 내 통장에 업무추진비

입금했을 뿐 내가 채용한 것 아니다” 해명

주민들, 탄원서 모으고 성금 1300만원 전달

전근향 의원 갑질, ‘아들 잃은 경비

“전근향 (구)의원도 자식을 세 명이나 두고 있으면서 어떻게 아들 잃은 아버지한테 그렇게까지 하는지 묻고 싶어요.”


같은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버지 경비원에게 되레 ‘전보 조처’를 요구한 현직 구의원이 당에서 제명된 가운데 부산시 동구의원들도 6일 이 구의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당 윤리심판원은 지난 4일 전근향 구의원에 대해 제명 결정을 내렸다. 제명은 당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의원직은 유지된다. 부산시 동구의회는 오는 10일 투표를 통해 전근향 구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원 3분의 2 가 찬성하면 의원직 박탈이 가능하다. 한 구의원은 “지금껏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이 전씨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데 동감을 하고 있어 중징계가 예상된다. 의원직 박탈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지난달 14일 부산 범일동 한 아파트에서 주행 중이던 에스엠5 차량이 경비실로 돌진해 근무 중이던 경비원 김아무개(26)씨가 숨졌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는 김씨의 아버지도 함께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아버지 김씨는 이 아파트의 입주민대표회장이자 더불어민주당 현직 구의원인 전씨에게 동료 경비원이자 아들인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전근향 구의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전 구의원은 경비업체에 연락해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같은 아파트에서 근무할 수 있었냐”며 “아버지를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 조처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전 구의원의 막말 논란이 일었다.


징계 절차를 밟기 전 구의원들은 해당 아파트를 찾아가 경비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구의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씨의 경비원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전근향 구의원이) 자기 얼굴 못 알아본다고 경비업체에 항의하고 경비원끼리 이간질을 시키기도 했다는 게 경비원들의 얘기다. 같은 구의원으로서 낯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웠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경비원 김씨가 이것 하나만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 ‘왜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인 나를 위해 성금을 모으고 탄원서를 쓰고, 구의원의 행태에 화를 내는지 생각해 보라’고. 해당 경비원은 아파트 입주 때부터 지금까지 7~8년간 성실히 일해왔고 주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전근향 의원 갑질, ‘아들 잃은 경비

차량 돌진 당시 아버지 김씨는 사고 지점에 가까이 있었으나 아파트에 떨어진 차량 잔해를 치우는 등 뒷정리를 하느라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 바로 달려가지 못했다. 전근향 구의원도 당시 사고 지점 가까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을 실은 119 구급대가 이날 오후 6시30분께 떠나고 아버지 김씨는 오후 8시께 뒤늦게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아들 김씨가 숨을 거둔 뒤였다.


이에 아버지 김씨가 입주민대표회장인 전근향 구의원에게 전화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자 돌아온 대답은 ‘알겠습니다’라는 한 마디였다. 이후 김씨는 경비업체를 통해 전 구의원이 아들과 함께 근무한 사실에 대해 항의한 내용을 전해 들었다. 입주자대표회장인 전 구의원은 아들 김씨의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듣고 분노한 주민들이 나흘 뒤 아파트 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근향 구의원의 또 다른 의혹이 폭로됐다. “아파트 헬스장 직원 월급 일부가 왜 전 구의원에게 입금되느냐”는 의혹이었다. 입주민대표회장인 전 구의원이 자신의 동거인을 아파트 헬스장 직원으로 채용하고 월급을 받아갔다는 게 주민 쪽 주장이다. 전 구의원은 공청회 이후 입주민대표회장에서 물러났다.


주민들은 또 지난 18일부터 아들 김씨를 친 차량 운전자를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모으고 있다. 차량 운전자 구아무개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며 피해자 쪽에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성금 1300만원을 모아 아버지 김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주민과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마친 한 구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되는 날, 동구의회 역사상 처음 벌어진 일이라 의원들은 대부분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해당 의원(전근향 구의원)은 아무렇지 않게 밥을 맛있게 먹고 의원 사무실에 가서도 예상을 깨는 발언을 하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 구의원은 이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서 각 당마다 공천을 받지만 인성적인 부분은 거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근향 구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비업체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와 아들과 아버지가 같이 근무를 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묻기에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아들이 숨진 아파트에서 아버지가 일을 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아 나중에 전보 조처를 요구했다”며 “아파트 헬스장 채용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 동업 관계인 분이 신용 불량 상태라 한때 월급이 아닌 업무추진비를 제 통장으로 받았으며 내가 채용을 한 것도 아니다. 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경비업체에 전화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2018.08.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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