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년 집권 플랜’ 이해찬 택했다

[이슈]by 한겨레

[한겨레] 신임 당대표로 7선 이 의원 선출


지지 대의원들, 경륜·개혁성 인정


“입법 통해 정부정책 뒷받침해야”


한겨레

문재인 정부와 함께 국정운영의 쌍두마차인 여당을 이끌 새 대표는 ‘집권 20년 플랜’을 내세운 7선의 이해찬 의원이었다. 그는 당대표 선거 기간 내내 민주·개혁진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최소 20년 집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 추진력과 경륜을 높이 평가받은 그는 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전대)에서 송영길(30.73%)·김진표(26.39%) 후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42.8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그는 이번에 함께 선출된 박주민·박광온·설훈·김해영·남인순(득표순) 최고위원과 함께 2년 임기 동안 당을 이끌며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집권 중반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가 된 그에게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 ‘여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당·정·청 관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관련기사 보기 : 이해찬의 정치본색 “난 진보에 기여하는 성실한 개량주의자”


민주당 전대 현장에 직접 나와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들은 이 대표를 지지한 이유로, 재야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1988년 평화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의 개혁성과 추진력을 내세웠다. 경북 봉화에서 온 이상식(60) 대의원은 “1986년 농민운동가 양성 과정에 이 후보가 강사로 왔고 나는 교육생이었다. 그때부터 33년간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 의원인 윤미근(53) 대의원은 “이해찬의 정치는 올바르고 올곧았다”고 평가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정치적 동지’라는 점도 지지 요인이었다. 인천에서 온 유명상(47) 대의원은 “내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였는데 이해찬은 끝까지 노무현을 지켰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도 한결같이 뛰었다”고 말했다. 다시 ‘올드보이’(오래된 정치인)가 전면 등장하는 것에 대한 당 안팎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국무총리를 지낸 그의 경륜과 리더십이 다른 후보들을 제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기 안산에서 온 김민정(53) 대의원은 “이 후보가 노련하고 정무감각도 있고 경험이 많다”고 했고, 변영섭(50·충북 청주) 대의원은 “강한 민주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지지율 하락세에 있는 민주당의 존재감을 다시 키우고,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민생·고용 악화를 막기 위한 입법 성과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대의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대학생 대의원 김의겸(21·서울)씨는 “민생정책 중에서도 가장 안되는 게 일자리·경제 문제 아닌가. 결국 여권이 심판대에 오른다면 그건 경제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새 당대표는 경제 부문에 특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강아무개(57·경기 수원) 대의원은 “여당이 입법 성과를 내지 못해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입법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아무개(60·인천) 대의원은 “당내 갈등을 청산하고 원팀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내 분열과 야당의 공세를 막는 강한 리더십과 함께 민생·개혁 입법을 위해 다른 야당과의 협조를 이끄는 노련함도 동시에 보여달라는 당부가 섞여 있는 것이다.


이 대표도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민단체·노동조합 등과 민생경제연석회의를 구성해서 노동·고용 문제나 민생 관련 사안들을 최우선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또 치열한 3파전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송영길·김진표 후보에게 중책을 맡겨 ‘원팀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표는 “송영길 후보는 북방경제에 관심과 조예가 많다. 김진표 후보는 경제정책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과 열정을 가졌다”며 “(그분들이 주도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다양하고 유기적인 ‘당·정·청 협의’ 구상도 밝혔다. 이 대표는 “정기적으로 국무총리가 중심이 돼 총리·당대표,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안에 따라서 ‘국무조정실장-청와대 수석-장관-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또는 ‘당 정책위의장-장관-차관-기획조정실장’이 만나는 다양한 협의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선거제도 개혁만 다루면 협소하게 다뤄질 수 있다. 개헌과 연계해야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다”며 개헌과 연동해 논의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26일 이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이해찬 대표와 인연이 많아 당·청 관계가 궁합이 잘 맞을 것 같다. 입법 문제는 당에서 크게 도와주셔야 한다”며 당 신임 지도부를 곧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외에 자신이 임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 2명 가운데 1명은 노동 분야에서 지명하고 1명은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수석대변인에 홍익표 의원, 대변인에 이재정 의원과 이해식 전 서울 강동구청장, 대표 비서실장에 김성환 의원을 임명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올해 예산국회 때까지 김태년 의장을 유임시키기로 했다. 김태규 엄지원 김규남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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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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