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그때 그시절 예능이 방영됩니다

[컬처]by 한겨레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 ‘진짜 사나이’ 등

종영 프로그램들 다시 제작 방영

퀴즈쇼·1대1 토크 프로도 부활


제작비·시청률 감소로 가성비 추구

인기 검증된 과거 콘텐츠 재활용

곧이어 그때 그시절 예능이 방영됩니다

한국방송 제공

“야 친구야 나와라” 빠바~바~바~~~~ 시그널 음악으로 쓰였던 ‘파워 오브 러브’ 의 멜로디만 들어도 떠오르는 그 장면, 바로 연예인이 보고 싶은 지인을 만나는 순간이다. 1994년 시작해 2010년까지 16년간 사랑받았던 <티브이(TV)는 사랑을 싣고>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를 중심으로 ‘레전드 방송사고’의 한 장면으로 더 유명하다. 탤런트 전혜진이 첫사랑을 찾았는데, 이 첫사랑 ‘오빠’가 후다닥 달려 나와서는 전혜진을 지나쳐서 진행자인 이금희 아나운서를 왈칵 안는다. “많이 변했네!”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재미있는 상황이 또 일어날까? 기대감과 함께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가 8년 만에 <2018년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28일부터 매주 금 오후 7시30분)로 살아난다. <한국방송1>(KBS1)이 가을 개편을 맞아 부활했다. 김용만과 윤정수가 진행한다.


그리움을 담은 가을, 유독 과거를 싣고 돌아온 프로그램이 많다.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 외에도 <문화방송>(MBC)이 <진짜사나이 300>을 9월21일부터 금 밤 9시50분에 방영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내보낸 <일밤-진짜 사나이>의 새 버전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육군을 뽑는 ‘300 워리어’ 선발 여정을 그린다. 강지환, 안현수, 펜타곤의 홍석, 블랙핑크의 리사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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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300'. 문화방송 제공

예능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맷들도 2018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김혜수 플러스 유>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자니윤 쇼> 등 1990~2000년대는 ‘일대일 토크’프로그램이 주름잡았다. 손님 한명이 진행자와 긴 시간 이야기하는 진행 방식은 한동안 명맥이 끊겼는데 다시 시작한다. 유희열이 진행하는 <대화의 희열>(한국방송2·KBS2)이 지난 8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 제작진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대화의 과정이 때로는 치열한 깨달음으로, 때로는 허심탄회한 위로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저기 ‘퀴즈’도 샘솟는다. <도전! 추리 특급> <생방송 퀴즈가 좋다> <퀴즈 여행 달려라 지구촌> 등 퀴즈는 과거 예능의 꽃이었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중심에 서면서 한동안 사라졌는데, 최근 활발하게 관련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티브이엔·tvN)이 지난달 29일 시작했고, <2018 퀴즈 온 코리아>(한국방송1)도 24일 찾아온다. 이집트, 카메룬 등 21개국에서 예선전을 거친 각국 대표들이 대결한다. 2012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것이지만, 올해는 규모가 더 커졌다. 노래 제목을 맞히는 <뜻밖의 큐>(문화방송·MBC)와 가사를 맞히는 <놀라운 토요일>(티브이엔)도 방영 중이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상금을 건 퀴즈프로그램을 최근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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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퀴즈 온 더 블럭'. 티브이엔 제공

2017년 끝난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에서 인터넷 문화와 티브이를 접목하는 등 앞선 시도가 활발하던 티브이는 왜 갑자기 과거를 돌아보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선 제작비 절감 등 적은 돈으로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성에 주목한다. 티브이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예능 피디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토크쇼와 퀴즈 등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다”고 말했다.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도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예능 피디는 “요즘은 프로그램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몇달 해보고 반응 없으면 바로 폐지하는 만큼, 검증된 과거 포맷을 가져와 실패율을 줄이려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지상파의 경우 주요 시청층인 장년층 이상의 추억을 건드려 인기를 끄는 노스탤지어 바람을 기대하기도 한다. 또 다른 피디는 “관찰과 여행, 먹방(먹는 방송) 등 뻔한 포맷이 쏟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이면서도 차별화된 포맷을 찾다 보니 과거 인기 키워드를 들추게 된 듯하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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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을 진행하는 유희열. 한국방송 제공

물론 이들 프로그램은 과거 버전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움을 가미했다. <2018 티브이는 사랑을 싣고>는 연예인이 직접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단발성으로 하는 지인 찾기 느낌을 더했고, <놀라운 토요일>은 노래 가사를 맞히면서 유행하는 ‘먹방’을 접목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더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영광에 기대고, 포맷을 답습하는 시도에 도전이 줄어들면서 결국 예능의 발전을 멈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 황용호 <한국방송> 방송본부장은 최근 열린 개편 간담회에서 “관찰 예능과 토크쇼 범주로 보면 새롭거나 신선한 범주는 아니지만, 여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믿음이 높은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2018.09.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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