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다섯개 차린 ‘음주문화공간 기획자’ 비결은요…”

[비즈]by 한겨레

[한겨레] [짬] 직장인에서 창업 꿈 이룬 원부연씨

한겨레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나만의 가게’. 하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고 현실은 만만치 않다. 내가 맡은 일만 하면 됐던 직장생활과 달리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음식점을 내려면 관할 구청에 영업신고를,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신고를, 위생증은 보건소에서, 위생교육은 한국외식중앙회에서 받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모르면 처음부터 당황할 수밖에 없다.


원부연(35)씨는 잘 나가는 광고기획자의 삶을 접고 2014년 술집을 차려 현재 다섯 곳을 운영 중이다. ‘음주문화공간 기획자’를 자처하는 그는 최근 가게 창업 및 운영 노하우를 담은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프랜차이즈가 아닌 내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책읽는 수요일 펴냄)를 냈다. “술집이라고 해서 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사람과 콘텐츠로 채우고 싶었어요. 공간을 만들고 꾸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기획이죠.”


광고회사 다니던 서른살 첫 술집 개업

플리마켓·공연·미술전시 등 이벤트

5년만에 문화공간도 2곳 운영중


오픈 기획 노하우 ‘와이·하우·’

‘회사 다닐 때보다 괜찮습니다’ 펴내

새달 5일 ‘나만의 가게로 성공하기’ 강연

한겨레

그 역시 처음부터 술술 잘 풀렸던 건 아니다. 상암동에 열었던 첫 번째 가게 ‘원부 술집’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했다. 공간의 방향성은 뚜렷했다. ‘또라이가 되고 싶은 모범 직장인을 위한 술집?상암동 소셜클럽 원없이 부어라, 원부술집’. 처음에는 손님이 제법 들었지만 개업 특수가 사그라들던 2년째부터는 매출이 확 줄었다. 그래서 플리마켓, 희곡 낭독 공연, 미술 전시, 오픈 마이크 이벤트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블로그를 통한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모어댄 위스키’, ‘하루키 술집’ ‘보통 술집’ 등을 연달아 열었다.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부동산 영향에서 피하고자 여의도, 방배동 등에서 철거될 건물이나 폐업을 앞둔 가게 공간에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프로젝트 술집을 내기도 했다.


그는 “잘되는 가게에 ‘어쩌다 사장님’은 없다”고 말한다. 막연한 동경심만으로 시작하면 위험하다. 그는 광고기획자로 활동할 때 습관적으로 했던 콘셉트 잡기부터 기획과 스케줄링 등 전 과정을 술집 창업 때도 적용했다. 개업일을 정하고 역으로 스케줄링을 시작해 3개월짜리 플랜을 짰다. 운영·홍보·오프닝 준비·술과 안주 메뉴 준비·기타 안건 등 분야별 카테고리를 정한 뒤 직원들의 역량에 따라 업무를 나눴다. 또 실제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그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다른 가게를 찾아가서 관찰하거나 외국 사례, 공간 이미지 자료를 수없이 찾아본다.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며칠 동안 시험 운영 하면서 지인들의 아이디어나 피드백을 수집하기도 했다.


원씨는 “공간도 하나의 브랜드다. 창업에도 철저한 계획과 브랜딩이 필요하다”며 오픈 기획 노하우 세 가지 ‘와이·하우·왓’(Why·How·What)을 제시한다. 와이는 ‘왜 나는 가게를 열고 싶은가’ 스스로 묻는다. ‘그냥’이 아니라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게의 색깔이 뚜렷해진다. 하우는 ‘콘셉트, 타깃, 메뉴, 장소, 예산에 대한 답을 찾자’이다. 가게 위치·크기·메뉴·예산 등 다섯 가지 기준으로 가게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다. 예산을 짤 때는 정해진 돈으로 어느 부분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원씨는 가게 하나를 오픈할 때 평균 4000만 원 정도 들었다. 특히 공간 인테리어 방향성 정하기가 중요한데,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와 인테리어 회사에 맡길 때 비용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왓은 ‘무엇으로 손님을 끌어들일까’이다. 사람들의 욕구나 수요(니즈)를 파악하고, 트렌드를 연구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술집 뿐 아니라 문화공간도 직접 기획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대학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서울 신촌 하숙가 4층 옥탑을 리모델링한 문화 예술 소극장 ‘신촌 극장’을 만든 데 이어, 지난 19일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 ‘신촌 살롱’도 열었다.

한겨레

이처럼 가게를 여러 군데 운영하면 큰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원씨는 “한 달에 공간마다 1000만원 넘는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 원부 술집도 1500만원까지 올린 적도 있지만 절반 수준일 때도 있었다”고 했다. 매출 대비 순익은 본인 인건비를 포함해서 50% 정도다.


그는 ‘퇴사 후 나만의 가게로 성공하기’ 강좌도 연다. 새달 5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입구에 위치한 신촌살롱에서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함께 진행한다. 오픈 기획과 실행 노하우 뿐 아니라 좋은 상가 찾는 법, 폐업에 대처하는 자세 등 다방면으로 실질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신청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누리집(hanter21.co.kr) 또는 전화(02-3279-0900)로 하면 된다.


최화진 한겨레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10.29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