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과 의원의 ‘엘리베이터 키스’ 카메라에 딱 걸렸을 걸?

[컬처]by 한겨레

진짜 보좌관들이 본 jtbc 드라마 ‘보좌관’

“치열한 국회 묘사…작가취재 10점 만점에 7점”

“법·예산 통과될 때, 직접 쓴 질의서 보도될 때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일하는 보람 느껴”

한겨레

언뜻 보면 ‘금배지’ 300명만 눈에 들어오지만 여의도 정치의 신진대사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건 수면 아래에서 일하는 참모 2700명이다. 의원실마다 보좌관·비서관·비서·인턴 등 9명이 6g의 배지를 보좌한다. 지난 14일 시작한 <제이티비시> 금토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기존 정치극에선 음지에 머물던 보좌진을 양지의 활극으로 불러올렸다. 대한당 원내대표 송희섭(김갑수) 의원실의 장태준(이정재) 수석보좌관과 대한당 비례 초선 강선영(신민아) 의원의 러브라인과, 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정쟁과 모략을 양 축으로 삼아 치열한 보좌관들의 일상을 다룬다. 22일치(4회) 방송이 시청률 4.4%(닐슨코리아)를 올리며 순항 중이다. 특히 새 에피소드가 방영되면 국회 보좌진의 단톡방에선 자신들의 세계를 얼마나 실감나게 재현했는지를 놓고 품평회가 펼쳐진다고 한다. 제이티비시 쪽은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작가(이대일)가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상주하며 여러 현직 보좌관을 취재해 대본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실제 보좌관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회 근무 햇수가 5~20여년에 이르는 남녀 보좌관들에게 물었다.


오랫동안 의원과 ‘동지’에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고참 보좌관 ㄱ은 “국회가 치열하게 사는 동네라는 느낌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17년차 보좌관 ㄴ도 “다큐가 아니라 드라마라는 점”을 전제로 “작가가 취재를 나름 열심히 한 것 같다. 10점 중 7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ㄴ은 “국정감사 시즌이 오면 드라마에서처럼 밤을 꼴딱 새우는 경우가 많다”며 “워라밸은커녕 ‘워레벨’(전쟁 수준)의 근무 강도”라고 전했다.


극중에선 당내 라이벌끼리의 갈등 수위가 매우 높다. 원내대표 선거를 거치며 철천지원수가 된 송희섭과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 조갑영(김홍파) 의원은 검찰에게 정보를 찔러줘 뒤통수를 치거나 ‘쪼개기 후원 명단’을 들이대며 협박도 한다. 보좌관들 역시 원내대표·대표 등 당내 선거는 계파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매우 치열하게 전개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의원들의 캐릭터엔 아쉬움을 나타냈다. 원내대표실에서 일했던 보좌관 ㄷ은 “예전엔 원내대표 선거 때 의원들에게 선물공세도 펼쳤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선’이 있어서 식사나 차담을 하며 표를 달라고 설득하는 정도다. 또 아무리 정치적 경쟁자라고 하더라도 다선 의원들은 ‘비 오는 날 짚신 파는 장사치’만큼 넉살이 좋아서 사적으로 만나 얼굴 붉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극중에선 약이 오른 조갑영 의원이 장 보좌관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일은 절대 없다. 의원들은 다른 방 보좌관하곤 아예 말도 섞지 않는다”고 보좌관들은 꼬집었다.


보좌관들이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경찰대 출신인 장 보좌관이 동기인 현직 경찰에게 자료를 받거나 검찰을 찾아가거나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기업인을 협박하는 장면 등이었다. ㄴ은 “피감기관에 정식으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제보자를 만나거나 논란이 되는 현장을 발로 뛰는 일이 많다. 고급 정보를 접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구두로 전해 듣는 정도지 문서를 통째로 빼오는 불법행위는 절대로 안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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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들이 가장 수긍하는 대목은 드라마 속 기자와 보좌관들의 ‘공생’ 관계였다. 드라마 속에서 송 의원실의 윤혜원(이엘리야) 비서는 과거에 일했던 언론사 선배를 찾아가 기사를 써달라고 하며 국감 때 특종거리는 모두 몰아주겠다고 제안한다.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선 기자들과 접촉해 넌지시 정보를 흘리는 장면도 나온다. ㄱ은 “‘큰 건’이 나오면 모든 언론사에 공개하는 것보다는 ‘단독’ ‘특종’으로 한 언론사에만 주는 게 더 효과적일 때가 있고, 기자들은 어떤 사실을 먼저 보도하기보다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함으로써 폭로의 부담을 덜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ㄴ은 “솔직히 요즘엔 드라마에서처럼 기자들을 일일이 접촉하기보다는 ‘받은 글’ ‘비공개’ ‘대외비’ 등의 제목을 붙여 카톡에 띄워서 몇바퀴 돌면 금방 소문이 퍼진다”고 전했다.


드라마에서 인턴 한도경(김동준)은 본청의 중앙홀을 내려다보며 “여기가 우리나라의 심장이군요”라며 감탄한다. 과연 보좌관들도 심장부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을까?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당으로선 법과 예산으로 결론을 낼 때, 야당일 땐 여당의 횡포를 막아냈을 때” “내가 쓴 질의서가 의원의 입을 거쳐 언론에 보도됐을 때” “나의 정무적 판단이 옳다는 것이 입증됐을 때” “선거에서 이겼을 때” 등등.


보좌관과 의원의 연애는 가능한 일일까? “뭐, 이정재·신민아 둘 다 워낙 잘생기고 예쁘니까요.”(보좌관 ㄹ) 내친김에 궁금한 것 하나 더. 강선영 의원은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연인 장 보좌관에게 “회관 엘리베이터엔 시시티브이가 없다”고 말하며 입을 맞춘다. 진짜? “본청 승강기엔 카메라가 없다. 하지만 회관엔 있다.”(국회 사무처 설비과) 음, 두 사람 딱 걸린 거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2019.07.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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