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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강원 태백 구와우마을~매봉산 고랭지배추밭, 황지동~장성동~철암동~통동

샛노랑 해바라기 물결에
눈까지 시원

by한겨레

샛노랑 해바라기 물결에 눈까지 시원

태백시 구와우마을 해바라기밭.

‘이 폭염에 웬 버스 여행?’ 할 수도 있지만, 강원 산골 ‘해발 700m의 고원도시’ 태백이라면 좀 다르다. 태백산(1567m)을 비롯해, 매봉산(1303m)·백병산(1259m)·함백산(1573m) 등 고봉들이 병풍처럼 에워싼 산속 도시다.


“아무리 더워도 열대야를 모르고 지내요. 아침저녁으론 춥다니까네. 그러니 모기도 없지.” 관광안내원도 시청 공무원도 일반 주민도 한입으로 쏟아내는 태백의 으뜸 자랑거리는 ‘서늘한 여름’이다.


지난주 직접 찾은 태백, 한낮 불볕더위는 서울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건 분명했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밤 9시, 서울 기온이 섭씨 29~30도를 가리킬 때, 태백시 도심 황지동의 기온은 19~20도로 10도나 차이가 났다.


한낮이 덥긴 해도, 에어컨 빵빵하고 텅 비어 더 시원한 완행버스가 있다. 태백시 황지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다시 터미널로 돌아오는, 2개 노선의 완행버스를 타고 태백시 일대를 여행했다. 해바라기 만개한 구와우마을과 매봉산 고랭지배추밭(풍력발전단지)을 둘러보는 북부 코스와 태백시 주요 도심인 황지동~장성동~철암동~통동(통리)을 한바퀴 돌아오는 동남부 순환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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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버스터미널의 황지~장성~철암~통리 순환 시내버스.

백만송이 해바라기밭과 천만포기 고랭지배추밭

태백역 앞 태백시외버스터미널. 태백 시내와 외곽을 운행하는 화성고속·영암고속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가 함께 쓰는 터미널이다. 회사 이름이 ‘고속’일 뿐, 버스는 그냥 ‘완행버스’다.


터미널 앞에 좌판을 벌인 할머니한테서 삶은 옥수수 한 봉지를 사들고, 구와우마을·삼수령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기다렸다. 하장·임계·조탄행 시외버스를 타면, 해바라기가 장관인 구와우마을 거쳐 매봉산 들머리인 삼수령(피재)으로 갈 수 있다. 잘 봐둬야 할 게 버스 운행시각표다. 구와우마을까지 버스로 불과 8~10분 거리지만, 하루 8회만 운행하고, 배차 간격도 들쭉날쭉(1시간~2시간40분)이기 때문이다.


8시50분 터미널 출발 버스에 오르면서 교통카드를 내밀자 운전기사가 “내릴 때 카드를 찍으라”고 알려준다. 거리마다 요금이 다른 시외버스이니 하차 때 요금을 계산한다. 손님 3명을 태우고 황지동 도심을 벗어나 35번 국도로 접어든 버스는 몇 정거장 안 가 구와우마을에 닿았다.(버스삯 1500원)


구와우마을 산책길 지나

낙동강 발원지 ‘황지’ 건너

철암탄광촌 들르고 나면

어느새 ‘고원’의 서늘한 저녁


구와우마을 정류소(고갈두 식당 옆)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해바라기밭(해바라기축제장)이 있다. ‘구와우’ 지명은 주변 지형이 아홉 마리의 소가 누워 있는 형세인 데서 비롯했다. 12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선 여름이면 해바라기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2년째. 해바라기문화재단이 2만여 평의 산기슭에 씨를 뿌려 꽃피운 100만여 송이의 해바라기들이 장관을 이룬다. 해 뜨는 쪽을 향해 ‘불타오르는 해님’ 형상의 머리를 일제히 치켜든 샛노란 꽃들이, 꽃밭 한가운데 가르마를 탄 듯 반듯한 산책로를 품고 탐방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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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와우마을 해바라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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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홍재운 해바라기문화재단 대표는 “올해는 130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꽃피웠다”며 “8월10일 무렵까지 해바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해바라기밭뿐 아니라 코스모스밭·낙엽송 숲 등 주변에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거닐어볼 만하다. 휴게소에서 해바라기발효액과 오가피·쇠비름 등을 이용한 발효액 차를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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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다음 버스를 타고 잠시 올라, 매봉산 고랭지배추밭(풍력발전단지) 들머리인 삼수령(피재)에서 내렸다. 매봉산 자락 평원지대의 배추밭 경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피서철(7월 중순~8월 중순)엔 교통 혼잡과 밭 훼손을 우려해 일반 차량 진입을 막고, 삼수령에서 30분 간격으로 25인승 왕복버스(무료) 2대가 ‘바람의 언덕’ 전망대(차로 10분 거리)까지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42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배추밭과 산 능선을 따라 세워진 16기의 풍력발전기들이 어울려 펼쳐 보이는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배추 수확은 9월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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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 자락 고랭지배추밭과 풍력발전기들.

암반 뚫고 흐르는 황지천 물길 ‘구문소’ 눈길

터미널로 돌아와, 통리(통동)행 버스를 기다렸다. 이번엔 시내버스다. 태백시 주요 도심인 황지동·장성동·철암동·통리를 꿰는 노선버스(1번)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역방향으로도 같은 간격으로 운행(4번)한다. 시내버스엔 일반버스(1200원)와 좌석버스(1500원) 2종이 있어 번갈아 운행한다. 운전기사 말로는 “좌석버스에 (어르신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더 많은 게 다르다.”


버스에 오르니, 주요 도심을 잇는 노선답게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많이 탔다. 자리를 거의 메울 정도였다. 먼저 두어 정거장 지나 ‘황지공원’에서 내려, ‘황지’(황지못·황지연못)를 구경했다. 공원 숲 사이의 커다란 물웅덩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낙동강 발원지로 불리는 못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태백병원·태백경찰서가 있는 장성동을 지나 구문소로 향했다. 체육관 이름에도 아파트 이름에도 ‘고원도시’를 뜻하는 ‘고원’이 앞에 붙었다. 태백시의 5일장은 10여년 전부터 10일장(장성장 4·14·24일, 통리장 5·15·25일, 철암장 10·20·30일)으로 바뀌었다. 쇠퇴해가는 5일장에 변화와 활력을 꾀하고, 상설시장인 황지동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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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소. 오른쪽 물길의 바위굴은 자연동굴이고, 왼쪽 도로의 작은 구멍은 일제강점기에 뚫은 인공굴이다.

장성동 지나 황지천 물길 따라, 버스 타고 잠시 가면 바위 경관이 아름다운 구문소 앞에 정차한다. ‘구무소’(구멍소)에서 비롯한 지명인데, 폭포를 이루며 굽이치던 황지천 물길이 커다란 바위굴을 통과해 철암천과 만나는 지점이다. 약 1억년 전부터, 절벽을 사이에 둔 황지천 물길과 철암천 물길이 침식을 거듭하다, 절벽 안의 단층동굴과 이어지며 커다란 동굴 물길이 생겼다고 한다. 주변 바위에선 삼엽충 등 고생대 화석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황지천 물길 건너편에 이들 화석들을 전시한 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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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소 위쪽의 삼형제 폭포.

옛 탄광촌 풍경 보고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다음 볼거리는 철암역 부근의 철암탄광역사촌. 번창했던 탄광촌의 과거와 오늘, 옛 광원들의 희로애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탄광촌 거리와, 방과 계단과 복도들이 미로처럼 얽힌 상가 건물들, 빛바랜 식당·다방·슈퍼 간판을 그대로 보전하고, 내부는 옛 사진·그림·설치미술작품 전시관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해설사가 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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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탄광역사촌 건물 벽화.

다시 버스를 타고 통리로 향하는데, 상철암 고원자연휴양림 들머리 정류소에서 젊은이 셋이 차에 올랐다. 조용하던 버스 안에 생기가 돈다. 방학을 맞아 고향집(철암)에 와 머물며 휴양림에서 ‘알바’ 일을 한다는 대학생들이다. 이날 받은 ‘알바비’로 “고기 구워 먹으러” 통리로 가는 길이란다.


통리 예비군훈련장 입구에서 내리면, 지난봄 방영돼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장으로 걸어오를 수 있다. 통골마을 거쳐 30분쯤 걸어올라야 하므로, 뙤약볕 쬐는 한낮 방문은 피하는 게 좋겠다. 따로 태백시티투어 버스(매일 운행)를 타고 둘러봐도 된다. 주촬영장으로 쓰인 곳으로 통하는 터널 앞에 군병원과 막사 등을 재현해 놓았다. 지진 흔적으로 촬영된 건물(옛 한보탄광 사무소·목욕탕 등)은 무너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관광객 중엔 드라마 등장 건물을 찍어 확대해놓은 대형 사진 앞에서 주인공 포즈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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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 ‘태양의 후예’ 촬영세트장 재현장소에 세워놓은 대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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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 ‘태양의 후예’ 촬영세트장 재현지에 세워놓은 대형 사진 앞에서 주인공 포즈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

시내버스는 폐역이 된 아담한 통리역 역사 앞에서 회차해, 송이재를 넘어 다시 황지동 터미널로 곧장 돌아간다. 통리 장터 앞에도 ‘태양의 후예’ 대형 사진이 세워져 있다. 저물 무렵 터미널로 돌아오니, 한낮 무더위는 씻은 듯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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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소 옆, 일제강점기에 길을 내기 위해 뚫은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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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촬영세트장 재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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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철암~통리~황지를 순환하는 1번 시내버스가 황지동 태백시버스터미널로 들어서고 있다.

태백시 버스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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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 동서울에서 태백시외버스터미널까지 시외버스(우등)가 20분~1시간10분 간격으로 하루 32회 운행한다. 강원 정선 고한읍에만 서고 무정차 직행하는 버스가 대부분이다. 3시간10분 소요. 열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태백역까지 하루 6회 운행한다. 3시간50분 소요. 태백시외버스터미널은 시외버스·시내버스 공용터미널이다.


먹을 곳 : 구와우마을 구와우순두부집의 순두부, 화전동(초막2길) 태백순두부집의 순두부(사진), 구와우마을 들머리(황지동) 초막고갈두 식당의 고등어찜·갈치찜·두부찜, 황지동 태백닭갈비집의 물닭갈비(국물 있는 닭갈비 전골), 강산막국수집의 돼지고기 수육과 막국수, 삼수동 충남실비식당의 한우 요리와 된장국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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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곳 : 태백시외버스터미널과 황지연못 사이에 모텔이 많다. 태백고원자연휴양림 휴양관·산막의 경우 8월말까지 주말 예약은 다 찼고, 평일에만 일부 남아 있다. 태백산민박촌과 오투리조트도 있다.


완행버스 : 여행에 비해 여유로움은 덜하지만, 태백시의 주요 볼거리를 두루 찾아가는 시티투어버스가 있어 이용할 만하다. 2개 코스가 있다. 태백역~구문소·고생대자연사박물관~철암탄광역사촌~황지자유시장~검룡소~용연동굴~태백역의 제1코스는 매일 1회 운행, 태백역~검룡소~통리10일장~‘태양의 후예’ 촬영지~철암탄광역사촌~구문소~365세이프타운 등을 도는 제2코스는 5·15·25일에만 운행. 예약 필수 어른 6000원, 초중고생 3000원.

 

한강·낙동강 발원지 축제 :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등을 내세워 벌이는 여름축제. 7월29일~8월7일 족욕체험과 검룡소숲길 걷기(검룡소), 복불복 이벤트 등 문화공연행사(황지연못), 명품 영화 상영(오투리조트) 등이 진행된다.


여행 문의 : 태백시 관광안내소(시티투어버스 예약 등) (033)552-8363, 550-2828.

태백/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