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8천년 된 동물미라…누구냐 넌?

[테크]by 한겨레

시베리아 영구동토 녹으면서 노출

두달된 수컷새끼 속눈썹까지 온전

디엔에이 검사 불구 종 구분 못해

해동으로 수만년된 동물 잇단 채집

한겨레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서 1만8천년 된 개처럼 생긴 동물 미라가 발견됐지만 과학자들은 늑대새끼인지 강아지인지 구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러시아 공동연구팀은 최근 언론에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지난해 코와 털, 이빨, 수염, 속눈썹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동물미라를 발견했지만 이 동물이 개한테서 왔는지, 늑대 후손인지 알아내려는 디엔에이(DNA) 검사가 실패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로선 늑대와 개의 공통조상에게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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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미라는 시베리아 동부 야쿠츠크 인디기르카강 강변에서 지난해 여름 발견됐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설립한 벤처인 고생물유전학센터 연구팀은 동물미라의 갈비뼈 한 조각을 분석해왔다. 지금까지 연구팀은 동물이 수컷이라는 것, 젖니를 가진 생후 두달 정도 된 새끼라는 것, 1만8천년 전에 살았다는 것 등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동물에게 ‘도고르’(Dogor)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야쿠트인 말로 ‘친구’라는 뜻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동물이 늑대인지, 개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개라면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 된 종이다. 하지만 연구팀의 일부는 이 동물이 개와 늑대의 공동 조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 야쿠츠크 북동연방대의 북방응용생태연구소 연구원인 세르게이 페도로프는 “(동물미라가 1만8천년이나 됐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결과이다. 개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추가 연구 결과를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동물미라 사진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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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유전학센터 연구팀 일원인 다비드 슈탄톤은 “개와 늑대를 구분하기는 비교적 쉽다. 우리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기에 이 동물이 개인지 늑대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동물이 개와 늑대의 공동조상한테서 나온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 된 집개는 1만4700년 전 것이다. 2017년 <네이처>에는 3만5천년 전에 살았던 집개처럼 생긴 ‘개’(canine)에 대한 논문이 실렸다. 이 연구팀은 개와 늑대가 공통조상으로부터 3만6900년~4만1500년 전에 분화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이 이후에도 일부 개 품종은 늑대와 함께 양육됐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개가 왜, 언제부터 인간에 의해 사육됐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집개의 조상을 ‘극히 붙임성이 높도록’ 만들어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게 만드는 유전적 변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몇몇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시베리아에서는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은 동물 표본들의 발견이 잇따르고 있다. 2017년에는 2달 된 말 새끼가 가죽이나 발굽 등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됐다. 이 망아지는 3만~4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빙하시대에 살았던 고양잇과 동물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이 동물을 명확하게 종분류하지 못하고 동굴 사자이거나 유럽 시나소니일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해 6월에는 야쿠티아의 어느 강에서 빙하시대에 살았던 늑대의 잘린 머리가 발견됐다. 늑대는 4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에는 더 끔찍한 것도 발견됐다. 54개의 잘린 인간 손이 발견됐는데, 동물들과 달리 이 손들은 현대인의 것이었다. 러시아 당국은 인근 법의학실험실에서 불법적으로 버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2019.12.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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