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한 갑질’ EBS미디어 황인수 대표…피해자 극단적 선택 시도

[이슈]by 한겨레

직원들에게 “너희는 C급·D급, 아무것도 아니야” 막말


리무진 시트 포함된 업무차량 관철하려 고성·폭언에


우울증 진단받은 직원 병가 요청 반려…강제출근 지시도


황 대표 “몇몇 직원 업무처리 문제점 지적했던 것…피해자에게 강제출근 지시한 적 없어” 해명

한겨레

교육방송(EBS) 자회사인 이비에스(EBS)미디어 황인수 대표의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황 대표의 폭언과 모욕, 협박 등 ‘극한 갑질’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이 직원 외에도 최소 3명이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비에스미디어는 ‘방귀대장 뿡뿡이’, ‘번개맨’ 등 교육방송 캐릭터 사업권과 ‘다큐프라임’, ‘보니하니’ 등의 방송권을 가진 회사다.


교육방송에서 30년 이상 피디(PD)로 근무했던 황 대표는 지난해 7월 이비에스미디어 대표로 취임했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비에스미디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일지를 보면, 황 대표는 취임 직후 다수의 직원들 앞에서 “나는 계속 에이(A)급들과만 일을 해왔다. 너희는 시(C)급, 디(D)급이다. 너희들은 교육이 필요하다. 몇 가지만 실행하면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한겨레>와 만난 복수의 이비에스미디어 직원들은 “취임 이후 첫 두 달이 가장 강도가 심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통상의 업무 지시를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갑질과 괴롭힘 행위가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대표적인 것이 차량 관련 문제였다. 황 대표는 취임 직후 업무용 차량이었던 ‘현대 제네시스 G80’을 내켜 하지 않고 리무진 시트가 포함된 ‘기아 K9’ 최상위 옵션 차량을 원했다고 한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인사와 총무 업무 담당 직원에게 수차례 폭언과 고성을 반복하며 괴롭힘 행위를 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녹취를 보면, 황 대표는 기존 차량에 타며 “누가 이런 차를 가져왔냐. 반납해야지. 양아치가 담배 물고 타던 차야?”, “K9 뽑아 줄 수 있는 데로 가란 말이야. 뭐하러 이렇게 지금 똥차를 타고 있어” 등과 같은 폭언을 했다.


이 밖에도 황 대표는 주말 차량 이용 일지 작성을 위해 ‘대략적인 일정을 알려주면 알아서 정리하겠다’는 직원에게 “내가 너한테 차량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야?, 너네 나 감시하는 거냐, 길들이냐?” 등의 말을 했다. 또한 주말 차량 이용 여부를 묻는 직원에게 고성으로 “○○○, 너 지금 사적 사용? 블랙박스 열어봤냐? 너 나 감시하냐?”라고 했다. 이 음성은 대표실이 있는 이비에스미디어 4층 직원들이 모두 함께 들었다고 한다. 이후 황 대표는 직원이 대표이사 차량 내부 블랙박스를 열어 뒷조사를 했다며 “차량 반납하겠다”, “사적으로 차량 쓰시지 말라면서요. 대표이사가 X같아?” 등의 말을 하며 고성을 질렀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부장급 실무 책임자 ㄱ씨가 지난 1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며 병가 사용을 요청하자, 황 대표는 이를 반려했다. 뿐만 아니라 “제출한 진단서로는 출근 가능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경영지원팀장에게 ㄱ씨를 ‘강제 출근’시키라고 지시했다. 당일 임원회의에서 황 대표는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하라는 거 하라고, 왜 지시사항을 불이행하는 거야. 반항하는 거야?” 등의 발언을 하며 ㄱ씨를 법률적으로 조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ㄱ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비에스미디어 노조의 설명을 보면, ㄱ씨의 극단적 선택 시도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자 회사에선 ‘ㄱ씨가 원래 약물 중독이었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ㄱ씨는 관련 병력 및 약물복용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의무기록사본, 자살 시도 구급 기록 등을 노동조합에 제출하고 병가를 얻어 폐쇄 병동에 입원한 상태다.


황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녹취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폭언과 고성을 하지 않았다”며 “직원들을 최고로 대우해주려고 노력했다. 몇몇 직원들의 업무처리에 문제가 있어 문제점을 지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출근 지시는 그 코드(정신 질환)로 장기 병가를 줄 경우 산업재해 판정 등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노무사의 의견을 받아서 한 것이고, 약물 중독 관련 허위 사실은 유포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네이버에서 한겨레 구독하기

▶신문 구독신청 ▶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0.03.12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