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산자 60대, 상큼한 할머니의 유튜브

[컬처]by 한겨레

생활·문화 콘텐츠의 주인공


노후 희망은 취미, 여행, 운동…

유튜브로 새 트렌드 이끌어


문화예술 관람률 큰 폭 상승

60대 주연 영화들 흥행몰이

한겨레

유튜브 채널 ‘마음은 20대’ 운영자 임영숙(66)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저는 유튜브를 시작할 때 나를 재발견하고 아직 남아 있는 열정과 끼를 발산해서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계발로도 생각했지요. 또 하나의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임영숙)

유튜브 채널 ‘마음은 20대’ 운영자 임영숙(66)씨는 ‘60대 할머니의 일상을 다룬 채널’이라 내걸고 1년 전부터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다. 임씨의 채널은 ‘60대 할머니의 10㎏ 다이어트 후기’ ‘드디어 이스라엘 가다’ ‘새해에는 영어를 배운다’처럼 일상 속에서 실천 가능한 여러 도전기를 제시하고 있다.


‘60대 할머니의 외출 준비’ 영상에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출연해 “할머니들은 어떻게 화장하는지 시청자분들에게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쌩얼’은 안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머리 손질할 때 화장 다 하고 머리만 손질할 순 없잖아요.(웃음) 머리가 자꾸 빠지기 때문에 60대, 70대는 풍성한 머리를 만들기가 어려워요”라며 미용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드라이 방법을 소개했다. 댓글에는 “육학년 언니신데 머리숱도 어쩜 저리 많으시고 건강해 보이시고 부러워요. 할머니 소리 빼셔요” 같은 응원이 달리는가 하면, 또 다른 영상에는 “60대 중반이면 할머니라고 할 수 없죠. 요즘은 70대 중반 넘어가야 할머니죠”라는 반응이 보였다.

새롭게 정의되는 ‘할머니’ 정체성

한겨레

자신의 옷장을 공개하고 코디법을 설명하는 68살 유튜버 ‘밀라논나’ 장영숙씨.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중문화의 소비자로 머무르기보다 과감히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새 트렌드를 이끄는 60대가 많아지고 있다. 68살 장명숙씨의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는 지난해 10월 처음 영상을 선보인 뒤 가입 5개월이 지난 후 30만명이 구독하고 있다. 그는 은발 쇼트커트에 멋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나와 자신의 옷장을 공개하는가 하면, ‘20대 남자 코디법’ ‘25살과 패션 대결’ ‘이탈리아 브랜드 읽기’ 등 패션 콘텐츠를 올린다. 그의 영상은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을 간 뒤 평생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살아온 인생담을 담고 있다. 어떤 영상은 조회수 250만회를 넘고, 어떤 영상엔 댓글이 1천개 넘게 달렸다.


60대 유튜버들은 공통적으로 나이듦을 숨기지 않고 ‘할머니’라는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점에서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된다. 장씨는 영상에서 “삶에 찌들지 않은 상큼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며 ‘할머니’를 내세운 콘셉트로 패션 코칭을 하고 있다. 장씨는 자신의 보석함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여러분, 할머니 말 믿고 한번 해보세요”라며 코디법을 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정한 할머니 화법은 특히 젊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끈다. “패션도 멋지시지만 아들뻘 젊은이를 존중해주는 말투와 행동이 정말 존경스럽다”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지식을 나눠주는 것 같아 기분 좋게 들린다”는 댓글이 달렸다. 문화 생산자로서 60대의 왕성한 활동은 노년기에 갓 접어든 이들이 취미활동, 여행, 다양한 경험, 자기 계발 등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 6080 여성 1인가구 생활실태’ 설문조사(2016년)를 보면, 600명의 응답자들은 희망하는 노후 모습으로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며 보내고 싶다’(25.8%)를 첫손에 꼽았다. 2순위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계속하며 보내고 싶다’(20.7%)였다. 그다음으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여행을 하며 보내고 싶다’(15.7%)로 조사됐다.

60대 주인공 어색하지 않아

한겨레

영화 <북클럽>(2018)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문화 소비자로서 60대의 힘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면 영화나 전시회, 뮤지컬, 연극, 대중음악 등을 직접 찾아가 즐기는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연령별로 60대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6년 55.7%였던 60대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2년 뒤 2018년 64.7%로 9%포인트 올랐다. 상승폭이 큰 순서로 70살 이상(7.5%포인트), 50대(4.2%포인트)가 뒤를 이었다.


영화에서도 60대를 내세운 작품들의 흥행몰이가 이어진다. 60대 여성이 액션영화의 주연으로 나온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가 지난해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고, 60대 여성이 주인공인 스릴러 영화 <나이브스 아웃>(2019)도 80만명 넘게 관람했다. 두해 전엔 미국 60대 여성들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북클럽>(2018)이 입소문을 타고 잔잔한 인기를 끌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오늘날 60대는 중년도 노년도 아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가 됐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회 흐름은 앞으로 ‘뉴 세븐티’ ‘뉴 에이티’란 이름으로 70대와 80대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2020.07.0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