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기총 후원금으로 개인 빚 이자까지 냈다

[이슈]by 한겨레

차츰 드러나는 전 목사 횡령 의혹

경찰, 전 목사 개인계좌 1곳서 확인

10억원 받아 3억여원 빼돌린 혐의

‘공직선거법 위반’ 구속영장 신청

측근 계좌도 확인 땐 횡령액 늘 수도

전 목사 “경찰에 물어보라” 해명 거부

한겨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후원금 등 수억원을 보수단체와 특정 정당으로 송금하거나 보수집회 행사비, 개인 이자 상환 등에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목사는 한기총 명의가 아닌 자신의 개인 계좌로 한기총 후원금을 받고 이 가운데 최소 3억여원을 한기총의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횡령)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이단성을 의심받는 목사를 한기총 회원으로 받아주고 같은 계좌로 5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받는다.


20일 <한겨레>가 경찰 조사를 받은 복수의 한기총 관계자 등을 취재한 결과, 전 목사는 지난해 2월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뒤 자기 개인 명의 계좌로 여러 교단과 교회에서 후원금 등 명목으로 10억원 안팎의 돈을 받았다. 이중에는 이단성을 의심받아 한기총에 가입하지 못하다가 전 목사가 지난해 대표회장이 된 직후 가입이 허락된 변아무개 목사의 돈 5억원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전 목사의 개인 계좌에 입금된 10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기독교 교단과 연합기관, 교계 지도자의 연합체인 한기총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정황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해당 계좌에서는 한 보수단체 대표와 기독자유당에 2천여만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전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집회 행사비에도 1억원이 훌쩍 넘는 돈이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밖에 전 목사가 진 개인 빚 이자를 갚기 위해서도 수천만원이 지출됐고, 전 목사가 출판한 책 보수 언론 광고 비용으로도 1억원 넘는 돈이 쓰였다. 해당 통장에는 전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에서 입금된 돈도 일부 있지만, 그 돈을 제외하고도 횡령 의심 금액이 최소 3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전 목사의 계좌 1개에서 이같은 혐의들을 확인한 상황이다. 최근 전 목사의 측근 계좌로도 한기총 회비 등이 납부된 사실이 확인돼 다른 계좌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횡령 의심 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한겨레>는 한기총에서 행정보류 징계를 받은 ㄷ교단이 지난달 28일 임원회에서 징계해제를 받은 직후 회비 2050만원을 전 목사의 측근이자 한기총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박중선 목사의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전 목사가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받는 와중에도 회비 목적의 공금이 한기총 계좌가 아니라 개인 계좌로 입금된 것이다. 이 밖에도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을 하면서 다른 개인 계좌들도 여러 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 비대위 관계자는 “한기총 행사 당시 전 목사 개인 계좌뿐만 아니라 전 목사가 총재로 있는 대국본 계좌, 지인 계좌 등을 소개하며 후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나. 경찰에게 물어보라”며 해명을 거부했다. 한기총 대변인은 “전 목사의 개인 문제라 따로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2020.02.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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