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가 돼지를 만난 날...맛 폭죽 터졌네

[푸드]by 한겨레

'커버스토리' 제주 고사리 맛집들


삼겹살과 함께 굽는 고사리 맛 독특

해장국에도 듬뿍 들어가는 고사리도

고사리 백숙, 고사리전 등 ‘홈쿡’으로도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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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는 독특한 식재료다. 흔히 말린 고사리를 익혀서 무쳐 먹지만, 고사리의 진가는 다른 식재료와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극대화된다. 은은하면서도 독특하고, 알싸하지만 과하지 않다. 말린 고사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욱 진해져서 좋고, 알싸하면서 아삭거리는 생고사리는 또 다른 매력이 이채롭다. 주연인 듯 조연인 듯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결코 그 존재감을 잃지 않는 고사리 요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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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만든 ‘고사리 백숙’. 송호균 객원기자

통통한 고사리와 고소한 돼지 만남…돼지고기 고사리 구이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에 위치한 ‘돈블랙’은 지역 주민이 사랑하는 신흥 돼지고기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제주산 돼지고기를 ‘워터 에이징’ 방식으로 숙성시키는데, 진공 포장한 고기를 영상 2℃ 온도의 물속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식감은 살리면서 육즙이 고루 분포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부위별로 큼직하게 저민 고기를 넓은 불판에서 굽는데, 말린 고사리를 물에 불리고 삶았다가 함께 구워주는 게 돈블랙의 특징이다.


돼지고기와 고사리의 풍미가 불판 위에서 서로 어우러진다. 겉면이 살짝 노릇노릇 익은 고사리 한 줄기로 고기를 돌돌 말아 멜젓(멸치젓)에 살짝 찍어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고사리 특유의 알싸하고도 구수한 맛과 향이 육즙 흐르는 돼지고기와 만나니 금상첨화다. 주인이나 직원이 숙련된 솜씨로 고기를 구워주는 점도 장점이다.


‘돈블랙’ 주인인 양지훈(39)씨는 본래 강원도 강릉에서 제주산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을 운영했었다. 2년 전 돌연 제주로 이주해 돈블랙을 열었다. 자신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제주산 고사리가 생산되는 곳으로 아예 이주한 것이다. 양씨는 “제주 고사리는 삶으면 통통하면서 몰랑몰랑한데, 향이 그윽하고 돼지고기 특유의 기름진 부분과 잘 맞는다”며 자랑한다. “초반에는 온 가족이 고사리를 직접 따서 충당했는데, 손님이 늘면서 물량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지금은 사서 쓰고 있다.” 돼지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고사리는 무한리필이다.


200g 1인분 1만4000~1만8000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동로48번길 9. 010-3957-6965.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은 휴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성읍칠십리식당’도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되면서 명성을 얻은 곳이다. 귤나무로 초벌구이한 고기를 다시 불판에서 고사리와 함께 구워 먹는 게 특징이다. 훈연 과정을 거쳐 귤나무 특유의 향을 입은 고기는 구운 고사리와 함께 먹으면 독특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초벌 과정에 10~20분 정도 시간이 걸리므로 참고하자.


170g 1인분 8000~1만3000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 74. 연중무휴. 064-78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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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쭉한 국물 한 숟갈에 저절로 감탄이…제주 전통식 고사리 육개장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우진해장국’은 전국구 맛집으로 통한다. 돼지 등뼈와 잡뼈 등을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잘게 찢은 고기와 고사리를 넣고, 메밀가루도 추가해 걸쭉하게 끓여낸다. 흐물흐물한 고사리와 고기를 국물과 함께 머금으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쪽파와 고춧가루가 묵직한 국물과 어우러져 보기엔 자극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심심하고 슴슴한 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 온 집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게 이 집 고사리 육개장의 특징이다. 깍두기와 김치, 오징어 젓갈 등 곁들여 먹는 반찬도 정갈하고 맛이 좋다. 오징어 젓갈은 따로 판매도 한다. 다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른 탓에 대기시간이 길다는 게 단점.


9000원. 제주시 서사로11. 연중무휴, 포장 가능. 064-757-3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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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고사리 ‘홈쿡’…백숙과 고사리전, 생나물

직접 채취한 고사리는 말렸다 저장해도 되지만, 바로 조리해 먹어도 좋다. 한번 삶은 고사리는 하루 정도 찬물에 담그면 아린 맛이 옅어진다. 닭백숙에 고사리를 넣으면 국물 색이 살짝 짙어지면서 고사리 향이 살짝 더해진다. 밀가루 반죽에 대파와 고사리, 홍고추 등을 넣고 지져낸 고사리전은 고기를 넣지 않아도 고기의 풍미와 맛이 느껴질 정도로 별미다. 육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생고사리 나물은 제주에선 봄철 어느 백반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반찬으로 말린 고사리나물과는 전혀 다른 식감과 풍미를 자랑한다.


고사리 백숙

재료: 생고사리 200g, 생닭 10호(950g), 통마늘 10개


1. 적당한 크기의 닭을 손질해 찬물에 넣고 끓인다. 2. 통마늘 한 줌과 한번 삶은 생고사리를 함께 넣고 40분~1시간 정도 더 끓인다. 3.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고사리전

재료: 불려서 삶은 고사리 200g, 대파 반 뿌리, 홍고추 한 개, 애호박 ¼개, 밀가루 한 컵, 물 한 컵, 달걀 1개, 간장 반 큰 술, 들기름 반 큰 술


1. 고사리와 대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2. 반으로 가른 홍고추는 송송 썰고, 애호박은 채 썬다. 3. 밀가루와 물, 달걀을 넣은 반죽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넣는다. 간장과 들기름도 섞는다. 4. 기름 두른 팬에 노릇노릇할 때까지 지져낸다.


생고사리 나물

재료: 생고사리 200g, 다진 마늘 한 큰술, 다진 파 한 큰술, 간장 반 큰 술, 깨 반 큰 술


1. 고사리를 15분 정도 삶았다가 물을 빼둔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살짝 볶는다. 3. 고사리를 넣고 5분 정도 더 볶는다. 4. 소금과 후추, 간장으로 간한다. 기호에 따라 들깻가루를 넣거나 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제주, 글·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2020.04.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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