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야~ 제주 고사리야~ 올 봄에도 왔구나

[여행]by 한겨레

제주 고사리 채취하려면?


해발 400~500m·오름 주변 등

백고사리와 흑고사리는 값어치가 달라

장화·등산화·‘고사리 앞치마’ 필수품

고사리 벌판엔 인적이 드물긴 하지만

1~2m 떨어져서 따는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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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제주 서귀포시에 사는 이시형·홍송 부부가 나란히 고사리를 따고 있다. 송호균 객원기자

알아야 면장을 하듯, 알아야 고사리도 딴다. 사실 부모님을 모셔 가면 모든 궁금증은 한꺼번에 해결된다. 그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들판을 누벼온 ‘프로페셔널 고사리스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회를 봐서 넌지시 한 마디 건네 보라. “제주에 고사리 따러 가실래요?” 어른들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목격된다면 100%다. 그들은 며칠 전부터 부풀어 오른 가슴을 부여잡고 잠을 설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고사리를, 어떻게 따야 하는지 당신에게 정확히 일러줄 것이다. 딴 고사리를 처리하는 방법도 야무지게 배울 수 있다. 효도는 덤이다.


물론 여행과 이동을 자제하며 몸을 사려야 할 시기다. 그래서 올해 고사리 채집에 나선 이들은 지켜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서로 최소 1~2m 떨어진 상태에서 채취한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채취하지 않는다.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채취한다. 올해가 어렵다면 내년이라도 ‘고사리 따기’는 꼭 한번 기획해볼 만한 여행의 새로운 테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게 여의치 않다면 아래의 팁을 참고하도록 하자.

언제, 어디에서 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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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사리. 송호균 객원기자

고사리를 처음 따는 사람들이 꼭 묻는 게 있다. “아무 데나 들어가서 따면 되나요?” 그렇다. 땅은 주인이 있어도, 고사리는 주인이 없다. 남의 집 마당에 들어가는 수준만 아니면 된다. 제주에선 해발 400~500m 내외에 위치한 들판이나 오름 주변이 고사리 서식지라고 보면 된다. 그중에서도 제주의 중산간 북부와 남부를 각각 가로지르는 제1 산록도로(1117도로)와 제2 산록도로(1115도로) 인근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특별한 관광지도 아닌데 차들이 줄지어 서 있거나, 들판에 땅만 쳐다보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목격한다면 바로 그곳이 고사리 채집 포인트다. 섬 서쪽인 제주시 한림읍의 ‘성이시돌목장’ 일대, 동쪽 조천읍 대흘리와 세미오름 일대에서 고사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서귀포권인 남원읍 수망리에서는 매년 고사리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취소됐지만, 수망사거리를 중심으로 고사리는 얼마든지 널려 있으므로 채취하면 된다.


접근이 쉬우면서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최고다. 전문적인 고사리꾼들은 상품가치가 높은 흑고사리만을 골라 따기 위해 가시덤불 속을 뒤지거나 인적이 드문 산자락을 누비고 다니지만, 초보자들은 차를 대고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 주변이나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탁 트인 곳에서 채취하는 것이 좋다. 그런 곳에도 얼마든지 좋은 고사리가 많다. 4월 한 달이 고사리 채취의 절정기다. 5월 초·중순까지도 딸 수 있다.

뭘 따야 하나?

잎이 넓은 고사리는 질기기 때문에 채취하지 않는다. 식용 고사리는 ‘백고사리’와 ‘흑고사리(적고사리)’로 나뉘는데, 상대적으로 줄기가 굵고 거무튀튀한 흑고사리를 더 상품성 있는 것으로 친다. 한 줄기로 뻗어 나가는 흑고사리와 달리 백고사리는 보통 머리 쪽에서 세 줄기로 갈라져 자란다. 맨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 한번 삶아보면 색상 구분이 확실해진다. 삶은 뒤에는 백고사리는 초록색이고, 흑고사리는 짙은 갈색이 된다.


양치식물인 고사리는 습하고 어두운 곳에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양지바른 곳에서 훨씬 더 잘 자란다. 상품가치가 높은 흑고사리는 갈대나 가시덤불이 무성한 곳을 뒤져야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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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재래시장에서는 대략 1만원대에 다양한 색상의 고사리 앞치마를 판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등산화는 필수다. 장화가 있으면 더 좋지만, 일반적인 등산화로도 충분하다. 풀숲을 뒤지다 보면 진드기 등 해충이 들러붙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진드기가 생각보다 많으니 영유아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고사리를 담을 손가방이나 최소한 비닐봉지라도 준비해야 한다. 가벼운 쇼핑백도 괜찮다. 제주의 재래시장에선 ‘고사리 앞치마’를 대략 1만원대에 판매하는데, 앞쪽에 채취한 고사리를 바로 넣을 수 있는 커다란 주머니가 있고, 주머니 아래쪽에는 딴 고사리를 한 번에 풀어놓을 수 있는 지퍼도 달렸다.


장시간 고사리를 만지다 보면 풀독이 오르거나 손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얇은 장갑이 필요하다. 선글라스나 모자 등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준비하면 좋다. 날이 따뜻하다고 반소매나 반바지 차림으로 고사리 채취에 나서는 건 곤란하다.


차도 주변에서 하는 고사리 채취는 길을 잃을 염려가 없지만, 그래도 혼자 움직이는 것보다는 일행과 함께 나서는 걸 권장한다. 제주에선 매년 고사리 시즌이 되면 각 지역의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 등 관공서에서 고사리꾼을 위한 호루라기를 무료로 배포한다. 길을 잃거나 일행과 헤어지게 되었을 때 신호를 보내기 위한 용도다. 지나치게 깊숙한 산속에선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생수 등 간단한 음료나 간식도 있으면 좋다.

딴 고사리는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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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가량 삶아내면 백고사리와 흑고사리의 색이 확연히 구분된다. 거무튀튀한 쪽이 상품가치가 더 높은 흑고사리다. 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채취한 고사리는 당일 바로 삶아야 한다. 끓는 물에 10분~15분 정도 삶으면 충분한데, 손톱이 살짝 들어갈 정도로만 물러지면 된다. 삶은 고사리는 햇볕에 널어 말리는 방법과 생나물로 냉동 보관하는 방법이 있다. 고사리를 말릴 때는 물을 잘 빼고 서로 겹쳐지지 않게 펴서 말리면 된다. 가정에선 흔히 커다란 채반이나 모기장 위에 펼쳐서 널지만, 외지에서 온 여행객이라면 적당한 크기의 깔개나 돗자리면 충분하다. 숙소의 모기장을 떼어 그 위에 고사리를 널었다가 잘 말린 후 다시 설치해도 무방하다.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좋은 날에는 한나절 만에도 잘 마른다. 생나물로 보관하고 싶을 때는 한 번에 사용할 만큼만 소분해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하면 된다. 여행객일 경우 집으로 가져가기가 난감할 수도 있다. 길이 있다. 아이스박스가 있다면 냉동한 고사리 봉지들을 그대로 넣어 가면 된다. 여분의 아이스 팩에 동봉해 소포로 보내도 된다.


우체국쇼핑몰 누리집(mall.epost.go.kr)이나 농협몰(nonghyupmall.com)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제주산 말린 고사리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대략 100g당 1만원~1만5000원 선이다.


제주/글·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2020.04.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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