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무스’ 두 마리였다!… ‘더킹’으로 본 말 연기의 세계

[컬처]by 한겨레

극중 황제가 타는 백마

실제로는 두 마리

자세히 보면 코 색깔 달라

‘벤자민’은 연기 잘하고

‘맥시무스’는 잘 달려


천성 무던해야 스타 길

“끼 타고난 애들도 있지만

대개는 반복 훈련

계속 누워 있게 하는 데 한 달”


최고 스타는 7년차 ‘제국이’

영화 ‘남한산성’ 이병헌 탄 말

6년차 ‘마리오’는 뮤비 전문

한겨레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의 신스틸러로 떠오른 백마 ‘맥시무스’는 실제로는 두 마리가 촬영에 참여한다. 이민호를 싣고 달리는 장면은 실제 이름도 같은 ‘맥시무스’가 촬영하고, 광화문 장면 등 연기적인 부분은 ‘벤자민’이 맡는다. 에스비에스 제공

“왜 그래, 맥시무~스!”

<더 킹: 영원의 군주>(에스비에스) 방영 2회 만에 유행어가 된 그 이름. 김은숙·김고은·이민호까지 ‘이름값 장인’을 제치고 시청자 뇌리에 각인된 그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말. 극 중 대한제국 황제인 이곤(이민호)이 타고 다니는 ‘정7품 백마’다. 처음엔 오글거리는 이름 때문에 눈길을 끌었는데, 어느새 기품 있는 자태와 감정을 담은 듯한 표정 연기가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맥시무스 실물 영접’ 등 갖가지 후기도 올라온다.


신스틸러로 떠오른 ‘맥시무스’의 진짜 이름은 ‘벤자민’과 ‘맥시무스’다. 실제로는 두 마리가 촬영에 참여한다. 숲에서 이민호를 태우고 힘차게 달리는 말은 극 중 이름과 같은 맥시무스지만, 1회 광화문 장면 등 질주 장면 외에는 대부분 벤자민이 도맡는다. 벤자민은 연기를 잘하고, 맥시무스는 뛰는 모습이 역동적이다. 자세히 보면 코 색깔이 검은빛(벤자민)과 분홍빛(맥시무스)으로 살짝 다르다. 맥시무스는 배우 이병헌의 동생 이지안이 타던 말이고, 벤자민은 벨기에 태생으로 대통령배 등 큰 대회에 출전했던 말이다. 벤자민을 관리하는 킴스승마클럽의 김교호 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9월 고급스러운 백마를 찾아달라는 제작진 요청으로 국내외 말을 수소문했다”며 “한 승마 선수가 소유하고 있던 벤자민을 드라마를 위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속 한 장면. 이 말은 벤자민이다. 에스비에스 제공

하지만 백마라고 무조건 맥시무스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말도 개, 원숭이 등 다른 동물처럼 데뷔하려면 훈련을 거쳐야 한다. <더 킹>이 드라마 데뷔작인 벤자민도 대본을 받고 2개월 정도 연기 훈련을 했다. <더킹>, <킹덤2>(2020), <기름진 멜로>(2018), <남한산성>(2017) 등 많은 작품에 말 배우를 출연시킨 김교호 대표를 통해 말 연기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배우는 오감이 살아 있어야 연기를 잘하는데, 말은 천성이 무던해야 스타가 되기 쉽다. 성격이 예민하면 촬영 현장의 소음과 낯선 스태프들 때문에 놀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친해지는 친화 단계를 거친 뒤 소리, 바람 등 환경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한다. 하지만 말도 배우가 되려면 개인기가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연습을 하다 보면 앞발을 잘 드는 말, 쓰러지는 걸 잘하는 말, 수레를 잘 끄는 말 등 각자 잘하는 게 하나씩 보인다”며 “각자의 특성을 집중적으로 훈련한다”고 말했다. 벤자민은 주인공이 대사를 하는 동안 자태를 유지하며 가만히 서 있는 기본 연기를 잘한다. <킹덤2>에서 수레를 끄는 말 ‘탱국이’는 옆구리와 엉덩이에 수레 손잡이가 닿아도 자태가 흔들리지 않고 잘 걷는단다.

한겨레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말이 ‘말’을 알아듣나? 연기는 어떻게 가르치지? <더 킹>에서 맥시무스는 정태을(김고은)이 당근을 주자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김 대표는 “끼를 타고난 애들도 있지만, 대개는 반복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쓰러져 계속 누워 있게 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리는데, 각설탕 등 간식을 주며 반드시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노하우도 필요하다. 김 대표는 “가만히 서 있다 걷게 하려면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 말을 현장에 데려가기도 한다. 친구 말을 눈에 보이는 데에서 잡고 있으면 말이 다가온다”고 했다. 놀라는 장면은 말 친구들 울음소리를 녹음해 뒀다 현장에서 들려주는 방법도 쓴다. 놀라서 눈이 커지며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는 것.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건 간식이다. 김 대표는 “앞에서 간식 봉지 소리를 내면 고개를 돌리거나 걸어온다”고 했다. 벤자민은 마카롱의 과자 부분인 ‘꼬끄’를 가장 좋아한다.

한겨레

드라마 <기름진 멜로> 의 한 장면. 에스비에스 제공

복잡한 촬영 현장에서 말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벤자민은 평일 저녁에 광화문 한복판을 걷는 촬영을 소화했다. 김 대표는 “말이 피곤하지 않게 대기 시간에는 전용차에서 쉬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벤자민은 사람들이 보는 데서 대소변을 해결하지 않아서 촬영 중에 부르르 떨면 차에 데려가서 배변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고 전했다. 촬영이 끝나면 염분 관리도 해주고, 체력 관리를 위해 영양제도 먹인단다.


말 배우의 전성기는 10대 후반. 사람으로 치면 40~50대 이상이다. 그때가 되면 여러 훈련을 통해 고급 기술을 익혀 농익은 연기가 나온단다. 벤자민은 18살로, 사람으로 치면 50대다. 말 배우도 스타 라인이 있다. 데뷔 7년 된 ‘제국이’가 가장 유명하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이 타고 나오는 말이자, 가수 빅뱅의 뮤직비디오 ‘베베’에 나온 말이다. 데뷔 6년 된 ‘마리오’는 뮤직비디오 전문이다. 워너원의 ‘활활’에서 해변을 달리고, 박재범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그 말이다. 김 대표는 “스튜디오 촬영을 두려워하는 말이 많은데 마리오는 실내 촬영에 특화됐다”고 한다. 벤자민과 맥시무스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다. 벤자민은 이미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 걸그룹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쳤다.

한겨레

영화 <남한산성> 의 한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사극에만 출연하던 말이 현대물에도 자주 등장하면서 말 배우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업체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곳은 4곳 정도고, 촬영 날짜에 따라 인건비 등이 다 포함된 출연료를 받는다.


하지만 말 배우도 사람처럼 누군가 찾아줘야 계속 성장할 수 있다. <기름진 멜로>에서 정려원의 말로 화제를 모은 ‘임마’는 이후 부르는 곳이 줄어 현재는 일반 승마용으로 쓰인다. 김 대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선 긴 다리와 매끈한 자태 등 말의 외모를 중요시해 한국 조랑말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2020.04.2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