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한국은 돈 써도 되는 나라…재정 엄청 건전하다”

[비즈]by 한겨레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인터뷰 ①


“대공황 발언은 수치로 제시한 것”


“한국은 재정이 엄청 건전한 나라”


“재난 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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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온전하게 해결하는 데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봅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코노미 인사이트> 10돌을 맞아 4월20일에 한 전화 인터뷰에서 “18개월 안에 백신이 나온다는 전제 아래, 경제가 온전히 옛날로 돌아가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한 말에 대해선 “막연히 공포를 조장하는 게 아니며 객관적인 수치로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은 재정이 엄청 건전한 나라”라며 재정 투입에 소극적인 기획재정부를 비판했고, 논란 중인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는 “재난지원금은 일단 전 국민에게 다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은가.


▶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려면 치료 백신이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감염병 백신은 개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일러도 12개월, 보통 18개월 걸린다고 한다. 언젠가 개발되겠지만, 18개월 뒤에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곧바로 경제는 좋아지지 않는다. 도산한 기업이 정비돼야 하고,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경제를 다시 바로 세우는 데 6개월가량 걸린다. 18개월 안에 백신이 나온다는 전제 아래, 경제가 온전히 옛날로 돌아가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이다.


교수님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이종우 애널리스트는 “경제에 도움은커녕 공포만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 나는 객관적인 수치로 얘기했다. 막연히 공포를 조장하는 게 아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뒤 신규 실업자만 2200만 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실업률이 30%를 넘어설 수 있다. 수치만 보면 대공황 때에 버금가는 위기다. 물론 대공황 때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잘 안 하려 했고 중앙은행이 보수적이어서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일부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말대로 서너 달 지나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뭐가 더 심각하다고 보나.


▶ 글로벌 금융위기 자체는 금융시장 경색에서 왔다. 그 부분을 풀어주면 경제는 다시 좋아질 수 있었다. 이번 사태는 금융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있다. 생산 자체가 안 된다. 영국과 미국을 보면, 사람들이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배달도 안 되고, 유통도 안 된다. 돈이 있어도 쓸 수 없다. 생산,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위기다.


코로나19 사태를 푸는 방식 가운데, 중앙은행의 금융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 가운데 무엇이 효과적이라고 보나.


▶ 재정정책이 효과가 있지만 잘 디자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게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 보조금을 줄 때 ‘친환경 투자를 더 많이 하라’ ‘사회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더 많이 하라’ ‘사회적 약자 처우를 개선하라’ 같은 조건을 붙여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돈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걸 기회로 삼아 우리가 어떻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들지 생각하며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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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와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주목하는 현상이 있다. 영국에서는 ‘키워커’(Key Worker), 미국에선 ‘에센셜 임플로이’(Essential Employee)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의료진, 슈퍼마켓 노동자, 배달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로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최소한 안전마저 확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


그동안 시장에서 돈 많이 받는 직업이 중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낮춰봤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간 다음엔 정말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분야에서 일했지만 대우를 제대로 못 받는 분을 위해 처우를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이 가사노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 먹거리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우리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가사노동 가치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본원적 시장주의 문제가 드러났기에 지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신자유주의 전체를 놓고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문제로 재정 투입에 다소 소극적이다.


▶ 한국은 재정이 엄청 건전한 나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다. 이게 제일 낮은 곳이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로 35~4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보수적인 기관에서도 오죽하면 한국은 돈 좀 더 써도 된다고 할 정도다.


주목할 점은 복지정책을 제일 잘하는 북유럽 나라들이 재정건전성에서 세계 최상위라는 점이다. 복지지출을 많이 한다고 재정을 엉성하게 운영하지 않는다. 재정건전성을 입에 달고 사는 미국은 GDP 대비 국채 비율이 100% 넘는다. 복지정책이 제일 센 나라가 재정도 건전하다. 복지와 재정건전성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무슨 근거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논란 중인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재난 지원금은 일단 전 국민에게 다 주어야 한다. 말 그대로 재난이 있으니 긴급 지원을 하는 것인데, 개개인별로 소득이 상위 몇%냐 이런 것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저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이니 재난 지원금 같은 것은 모든 사람에게 다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설사 상위 20~30%는 안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세금으로 상위 소득자한테서만 재난 지원금 해당 부분을 걷어가면 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장하준 교수 인터뷰는 ② “코로나 사태는 신자유주의 바꾸는 계기”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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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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