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짝꿍 신원호 PD·이우정 작가…“세상 모두가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

[컬처]by 한겨레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 합작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

“판타지라도 ‘나도 좋은 사람 돼야지’

생각하게 하는 것이 나의 판타지”

일로 만난 사이→친구같은 사이로

신인·무명 배우 발굴해 스타 키우고

배우 잠재력 끌어내 명품 프로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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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 티브이엔 제공

지난달 28일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티브이엔)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로 사랑받았다. 실제로 환자를 저렇게 생각하는 참의사는 없다며 ‘판타지 드라마’라는 비판도 일부 나왔지만, 이런 의사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99즈’같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외로운 현대인의 마음을 툭 건드렸다. ‘이익준’을 연기한 조정석은 최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속에 담긴 따뜻함과 감동, 유머가 강력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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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 . 티브이엔 제공

따뜻함과 감동, 유머가 빚은 힘은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 두 사람이 결합해 낸 시너지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배경과 소재는 달라도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따뜻함’이다. 신원호 피디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작품을 하면서 목표는 늘 따뜻한 온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삶과 죽음이 오가는 병원이라는 배경에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며 감동이 배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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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 티브이엔 제공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두 사람이 빚는 따뜻함은 결이 좀 다르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들추며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는데, 사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이상향에 가까워 꿈을 꾸는 듯한 느낌도 준다. 그들의 작품 속엔 악인이 없다. 팍팍한 현실을 친구, 가족, 이웃의 정과 사랑으로 따뜻하게 품는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덜컥 눈물이 나기도 한다. 신 피디는 “좋은 사람의 집단을 판타지로 여기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더욱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사가 어디 있느냐’는 댓글을 많이 봤는데,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보면서 ‘나도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나의 판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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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 티브이엔 제공

이런 바람은 이우정 작가를 만나 더욱 극대화됐다. 두 사람은 2005년 <해피선데이-여걸식스>(한국방송2)로 처음 만난 뒤 환상의 짝꿍이 됐다. 신 피디는 처음엔 “일로 만난 사이”였지만, “이젠 친구와 일하는 느낌이라 더욱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고 있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이어져온 힘이다. 신 피디는 “웃음 뒤에는 경계심이 다소 풀어지기 때문에 여타의 감정이 다소 쉬워진다”며 “이 작가는 웃기지 않으면 콘텐츠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부분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이익준을 중심으로 한 코믹한 상황이 울다가 웃게 하며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연애’와 ‘추억’이란 코드에 작품마다 배경음악(오에스티)을 적절히 얹는다. “과거를 고증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는 음악이다. 그 어떤 소품이나 세트보다 시대를 환기하는 미장센 역할을 한다.” 신 피디는 첫 연출 뒤 두세 편을 제외하고 모든 작품을 이 작가와 함께했다. 15년 동안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은 없었을까. “드라마는 대본이 전부다. 의견이 갈려도 대본을 쓰는 사람의 판단을 먼저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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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 티브이엔 제공

캐스팅 우선순위가 ‘인지도’가 아닌 ‘연기’라는 점에서도 둘은 의견이 같다. 두 사람의 첫 드라마인 <응답하라 1997>에서 당시 신인인 에이핑크 정은지와 서인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작품마다 연기 잘하는 신인 혹은 무명을 발탁해 스타로 이끌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류준열·박보검 같은 신인은 물론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호산·이규형·정문성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연극무대 위 스타까지 발굴·투입해 현실감을 살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전미도의 캐스팅은 ‘사건’이었다. 수많은 스타가 이 배역을 탐냈는데 두 사람은 전미도를 택했다. 신 피디는 “평소 연극을 보러 다닌다. 오디션을 앞두고는 공연장에 가서 배우들을 눈여겨보고 괜찮은 분은 기억해뒀다 만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을 할 때도 있다는 솔직한 답변도 내놨다. “전미도가 오디션 때 너무 잘했지만 드라마 첫 주연이라는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조정석·유연석의 추천과 칭찬으로 고민을 수월하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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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선데이-여걸식스> . 한국방송 제공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혜리에게서 덕선의 모습을 끄집어내는 등 배우들의 잠재력을 이끄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이런 두 사람의 호흡은 연말 촬영에 들어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도 이어진다. “내 아이디어의 원천은 ‘데드라인과 회의 테이블’”이라는 신 피디의 말은 결국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을 의미한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빚어낼까. “보고 나서 할 얘기가 남는 콘텐츠, 끝나도 여운이 남는 이야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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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피디. 티브이엔 제공

신원호+이우정 함께 빚다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는 2005년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여걸식스>(한국방송2)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이후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화제작을 함께 빚으며 최고의 콤비로 떠올랐다.


2005년 <해피선데이-여걸식스>

2012년 <응답하라 1997>

2012년 <더 로맨틱 & 아이돌>

2013년 <응답하라 1994>

2015년 <응답하라 1988>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

2020년 <슬기로운 의사생활>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2020.06.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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