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못 벗어 기저귀까지”…119 구급대원 ‘출동 7시간’

[이슈]by 한겨레

구급차 안 특수필름 붙여야 출동


환자 접촉 피하려 방호복 못 벗어


30도 넘는 날씨에 온몸이 땀범벅


이송 뒤 차량 소독에 4시간 걸리고


별도 격리실서 3시간 대기해야


의료·방역팀 절반 “근무지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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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까지 환자를 이송할 때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 수 없으니까 구급대원들이 기저귀를 차고 환자분한테도 드렸어요.”


지난 9일 만난 서울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의 이시형(39) 소방장이 멋쩍게 말했다. 그는 최근 5개월 동안 코로나19 관련 주요 이송 업무에 빠지지 않고 투입됐다. 1월 말에는 전세기로 입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을, 2월에는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한 귀국민을, 3월에는 이란 교민과 국외입국자들을 이송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3월3~9일 대구에서 확진자를 이송하던 일이다. 당시 대구에서는 하루 평균 확진자가 350여명씩 발생했다. 그는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대구 근무를 자원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불이 나면 보통 대피하지만, 소방관들은 그 반대로 불이 있는 곳에 가는 게 할 일이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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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환자 이송은 이송 자체보다는 이송 준비와 뒤처리에 더 시간이 걸린다. 출동하기 전 119구급대원들은 구급차 내부에 빈틈없이 특수필름을 붙인다. 환자의 침방울이 묻어 감염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레벨디(D) 방호복을 입고 출동한 뒤에도 환자와 1∼2m 거리를 유지하고, 구급차 안에서도 중증환자를 제외하면 환자와 밀접 접촉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에는 땀으로 온몸이 젖고, 보안경에 습기가 차 앞이 안 보이기도 한다. 실제 지난 9일 인천 한 선별진료소에서는 보건소 직원 3명이 더위 속에서 업무를 하다 실신하기도 했다. ( ▶ 관련기사 : 30도 넘는 폭염에 3㎏ 방호복, 천막진료소 의료진이 쓰러진다)


확진자 등을 이송한 뒤에는 구급차를 두차례 소독한다. 먼저 소독약을 뿌리고, 이후 환자가 앉았던 자리와 천장·바닥, 문틈과 각종 장비까지 환자의 침방울이 묻을 수 있는 모든 곳을 꼼꼼히 닦아낸다. 한번 소독할 때마다 2시간가량 소요되는데,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이뤄진다. 소독 뒤에는 소방서 내 별도 격리실에서 3시간가량을 대기한다. 덕분에 현재까지 구급대원이 환자에게서 감염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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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관련 환자를 이송하고 있지만, 서울은 감염병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지난 1월27일부터 전담구급대를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7시 기준, 서울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의심환자가 총 7836명 이송됐으며 이 가운데 26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편,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이날 발표한 ‘1차 경기도 코로나19 의료·방역 대응팀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50.1%가 현 근무지가 감염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번 조사는 간호사와 보건소 공무원, 의사 등 11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이뤄졌다. 또 응답자의 62.9%가 코로나19 업무로 인해 정서적 고갈(번아웃) 상태를 보였다.


서혜미 최하얀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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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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