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거대 악어는 왜 두 발로 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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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화석서 육식공룡과 비슷한 악어 확인…“공룡도 진화 초기 두 발 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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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 자혜리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 원시 악어가 공룡처럼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원시 악어가 두 발로 걸었는지 주목된다.


악어는 공룡과 함께 2억5000만년 전 중생대 초에 출현한 대표적 고대 파충류이다. 그러나 아직 살아남은 악어의 모습이 악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같은 파충류이지만 악어와 육식공룡은 걷는 자세가 다르다. 악어는 육지에서 스쿼트 자세처럼 다리를 반쯤 굽히고 어기적거리며 걷는다. 반면 육식공룡은 타조나 사람처럼 두 발로 사뿐사뿐 걷는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골격구조가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두 발로 걷는 악어가 있다는 사실은 2004년과 2015년 미국 와이오밍과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중생대 초인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 잇따라 원시 악어의 골격 화석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형 원시 악어가 두 발로 걸었다는 결정적 증거인 발자국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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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장, 발자국 화석 권위자인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이 12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논문에서 마침내 그런 증거가 나왔다.


지난해 6월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의 해변 전원주택 단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약 100개의 발자국 화석을 분석한 연구자들은 이것이 1억1000만년 전 앞발과 꼬리를 치켜든 채 두 발로 가뿐하게 걸었던 길이 3m의 거대한 두 발로 걷는 악어라고 결론 내렸다.


김경수 교수는 “악어의 전형적인 걸음은 쭈그려 앉은 자세여서 양쪽 발 사이의 간격이 넓다”며 “그러나 사천의 원시 악어 발자국 흔적은 마치 두 발로 균형을 잡으며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양발 사이의 간격이 좁다”고 말했다.


공룡이나 새는 발가락으로 걸어 발자국 화석에는 발가락이 남는다. 그러나 악어는 발바닥으로 걷기 때문에 사람처럼 발바닥이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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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화석 가운데는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무늬와 거의 일치하는 피부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것도 악어의 발자국임을 뒷받침한다. 꼬리가 끌린 자국이 없고, 앞발 자국 위에 뒷발 자국이 중복해 찍힌 흔적이 없는 것도 두 발 보행의 증거로 제시됐다.


그렇다면 당시 한반도 남부 호숫가를 두 발로 어슬렁거렸던 거대한 원시 악어의 모습은 어땠을까. 김 교수는 “육식공룡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에는 육식공룡과 초식공룡은 물론 포유류, 도마뱀, 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과 빗방울, 물결, 펄이 말라 갈라진 흔적 등 당시의 호숫가 환경을 말해주는 화석이 다수 나왔다. 수심이 얕은 호수 주변이 광범하게 드러난 곳이었다.


여러 개의 보행렬 화석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 원시 악어는 무리생활을 했고, 거대한 몸집에 비추어 다른 육식공룡과 경쟁하며 사냥했을 것이다.


김 교수는 “보행 방식이 육식공룡과 비슷한 원시 악어가 1억년 이상 동안 미국과 한반도에 걸쳐 분포했다는 것은 이런 악어가 꽤 성공적인 몸 형태였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오늘날과 같은 악어의 모습이 악어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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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룡도 진화 초창기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 두 발 육식공룡이 먼저 나왔고, 이후 몸집이 커지면서 네 발 초식공룡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했다”며 “이런 점에서 진화 초기에 두 발로 걷는 원시 악어가 출현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혜리 원시 악어는 육식공룡처럼, 긴 꼬리로 균형을 잡으면서 앞발을 든 채 긴 뒷다리로 민첩하게 걷고 달리면서 백악기 호수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을 것이다.


인용 저널: Scientific Reoprts, DOI: 10.1038/s41598-020-66008-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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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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