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죄인' 전두환 흔적, 더 늦기 전에 지운다

[이슈]by 한겨레

전국 곳곳 전두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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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대교 남단에 자리 잡은 청담도로공원 한강종합개발 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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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쓴 한강종합개발 기념비.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영원한 이 한강을 세계적인 강으로 밝히고 개발하여 미래의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고자 합니다. 1986년 9월10일 대통령 전두환’


청담도로공원은 서울 청담대교 남단 올림픽대로 사이에 교통섬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공원이다. 자주 막히는 구간이라 운전자들의 졸음쉼터로 주로 이용된다. 이 공원 가운데에는 1986년 한강종합개발 준공을 기념하는 대형 기념탑이 우뚝 서 있다. 기념탑 주위에는 전두환씨의 친필 기념비와 전씨를 찬양한 서정주 시인의 시비가 있다. 서울시내 한복판에 전씨를 찬양하는 기념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철거 요구가 이어졌고 서울시는 뒤늦게야 준공 기념탑 철거를 심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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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9일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기념비에 철거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씌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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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전두환 생가.

전두환씨의 잔재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군에서는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군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과 전두환 생가 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합천군은 공원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씨의 아호 ‘일해’를 딴 일해공원은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뒤 2007년 군민 공모를 거쳐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됐다. ‘대통령의 휴양지’였던 청남대에서도 전씨의 동상과 대통령길 등 기념물들이 철거된다. `대통령 테마길' 중에는 대청호 주변 1.5㎞에 이르는 ‘전두환 대통령길’도 포함돼 있다. 청남대에 전씨의 동상이 설치된 때는 비교적 최근인 201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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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전두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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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테마길' 중 대청호 주변 1.5㎞에 이르는 ‘전두환 대통령길’.

전씨의 흔적을 역사적인 교훈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전남 담양에 주둔한 공수11여단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간 중 진압부대로 참여했다. 전씨의 부대 방문을 기념해 부대 안에 기념비를 세웠다. 5월 단체들은 학살자 전두환을 기억하고 역사적인 교훈으로 삼도록 광주 서구 5·18자유공원(옛 상무대 부지)으로 기념비를 옮겨 거꾸로 눕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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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자유공원(옛 상무대 부지) 화장실 앞에 거꾸로 눕혀진 전두환씨의 공수11여단 방문 기념비.

그러나 역사적 교훈으로 되새기거나 철거를 결정한 기념물 말고도 전국에는 전씨의 당시 위세를 기록한 ‘흔적’들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준공 기념탑과 전씨 관련 기념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기념비와 기념식수, 몇년째 논란 중인 경기 포천의 ‘호국로 준공 기념비'도 건재하다. 누군가 전두환 이름 석 자를 지웠던 충주댐 기념비에는 `대통령 전두환'의 명패가 새로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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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구고속도로 대구 방향 지리산휴게소의 ‘88올림픽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와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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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인의 찬양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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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기념관의 전두환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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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철거 논란 중인 경기 포천 ‘호국로 준공 기념비’.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지만 4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씨와 추종자들은 5·18의 진실을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망언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번지면서 백년이 넘은 인종차별과 관련한 역사 인물들의 동상이 잇따라 제거되고 있다. 역사가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전국에 있는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청주 광주 합천 충주 인천 포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20.06.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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