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죠·에스키모밥이 인종차별 아니라고?

[비즈]by 한겨레

[현장에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거세지자

글로벌 식품업계 인종차별 브랜드 퇴출 나서

국내 기업은 인종차별적 제품명 버젓이 출시

글로벌 기업 지향다면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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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외벽에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함께 걸려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근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브랜드 퇴출이 잇따르고 있다. 앤트 제미마, 엉클 벤스, 버터워스 시럽 등 미국인에게 친숙한 식품 브랜드 제조사들이 이달 들어 브랜드 퇴출을 발표했다. 이유는 하나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흑인 로고를 쓰는 이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다.


글로벌 식품기업을 지향하는 한국 업체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내 식품업계도 인종차별에서 마냥 자유롭진 않다. 롯데제과가 지난해 재출시한 초코바 ‘블랙죠’는 ‘흑인 죠’란 뜻이다. 1980년대 첫 출시 당시에는 포장지와 방송 광고에 아예 흑인 어린아이 캐릭터가 등장했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노골적이었다. 이 제품을 캐릭터만 펭귄으로 바꿔서 재출시했다. 지난해 나온 농심의 ‘에스키모밥’의 ‘에스키모’도 북극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에 대한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런 이름의 제품이 나온 게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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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가 80년대 출시한 초코바 ‘블랙죠’(왼쪽)과 농심 ‘에스키모밥’.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이런 사실보다 더 낯 뜨거웠던 건 인종차별을 대하는 회사 쪽의 반응이었다. 지난 26일 롯데제과에 ‘블랙죠란 제품명이 인종차별적이지 않냐’고 문의했다. 회사 관계자는 “재출시하면서 (인종차별을 고려해) 캐릭터도 바꿨다”며 “이름까지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면 저희도 당황스럽다”고 했다. 같은 날 농심에도 ‘에스키모밥에 대한 (인종차별이라는) 소비자 의견이 없었냐’고 물었다. 회사 관계자는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과연 그럴까. 최근 네슬레는 인종차별적이란 이유로 캐러멜 ‘레드 스킨스’(아메리카 원주민 비하 표현)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했고, 아이스크림 ‘에스키모 파이’를 판매하는 미국 제조사도 제품명과 캐릭터를 모두 퇴출하겠다고 한 바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면 달라야 한다. 지구 반대편의 인종차별 소식까지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지금처럼 기업이 차별 이슈에 무감했다간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캠페인에 100만 달러(약 12억원)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은 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일깨워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을 노린다면 지금이라도 인종차별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방탄소년단에서 배워야 한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2020.06.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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