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제주에서 뭐 먹젠? 도민 추천 맛집 13곳 공개합니다

[푸드]by 한겨레

올여름 제주 여행객 봇물이라는데


5년차 도민 추천 ‘찐’ 맛집 소개할 터


한국 현대사 녹아든 미식도 살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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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다. 두 돌도 안 된 큰 아이와 100일이 막 지난 젖먹이를 안고 제주에 왔다. 도시를 버리고 섬에 안착한 지난 5년은 제주를 편견 없이 탐험하는 시간이었다. 그 중 ‘제주 미식’은 주요한 탐험 테마였다.


도민으로 살면서 친해진 제주 토박이들로부터 식당 추천도 많이 받았다. 때로는 감동했고, 어느 정도는 만족했으며, 가끔은 실망했다. 어쨌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고른 식당은 ‘유명 맛집 순례’보다 결과적으로 성공률이 높았다.


서울에 살며 제주로 여행 갈 때면 우리 부부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맛집 동선을 짰다. 오로지 테마는 한 가지. ‘무엇을 먹을까’였다. 2박3일을 여행하면서 12끼 이상 먹기도 했다. 1박2일일 때도 5~6끼는 먹었다. 먹기 위한 여행이었다.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뭘까,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식도락에는 뭐가 있을까. 각종 음식 사진들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면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정말 이틀만 계셨나요. 끼니 수가 안 맞는데요?’


제주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여행자로서 집착했던 ‘탐식의 전투성’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정 서너명이 배불리 먹을 만큼의 음식을 한꺼번에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내일 다시 오면 되니까.


각종 산해진미가 여행자의 입과 눈을 유혹하는 제주지만, 정작 제주민의 역사는 ‘허기’의 역사였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제주에는 ‘칼 받은 3월, 호미 받은 4월’이라는 말이 있다. 칼을 들고 산나물이라도 캐어 굶주림을 면하거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보리 이삭을 따려 호미를 들고 밭으로 향했던 심정을 나타낸 말이다. 보릿고개뿐만 아니라 육지와 관의 수탈로 제주민은 늘 굶주렸다. 제주에 유독 ‘배고픔’과 관련된 설화가 많은 것도 그 방증이다. 한라산 영실의 오백장군은 사실 500명의 형제였는데, 어머니가 죽을 끓이다가 솥에 빠져죽은 사실을 모르고 죽을 먹은 아들들이 영실에서, 이를 알아챈 막내는 울다 지쳐 차귀도에서 각각 바위가 되었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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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외식업의 역사도 사실은 현대사의 상처와 무관치 않다. 제주에는 원래 변변한 식당이 없었다. 밥은 늘 집에서 먹었다. 불을 피워 조리할 시간이 없는 생활력 강한 해녀들은 된장 푼 물에 물에서 건져 올린 잡고기들을 뼈째로 툭툭 썰어 넣어 밥을 말아 훌훌 먹고는 다시 물에 들어갔다. 일제 강점기부터 1948년 4·3 항쟁까지 고난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제주민은 일본으로 많이 건너갔다. 1933년 당시 재일 제주민은 약 5만여명으로, 제주도 인구의 4분의 1을 넘는 숫자였다고 한다. 노인이 되어 고향을 찾은 이들이 정작 고향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어디에도 없었다. 옥돔미역국이나 갈치구이, 자리물회 등을 파는 향토음식점들이 생겨난 데는 고향을 찾은 재일 제주민의 요구가 컸다고 한다.


현대사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지금의 제주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미식의 섬’이 됐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이번 여름, 제주는 최고의 휴가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번 휴가에 당신은 제주에서 뭘 먹을 것인가? 지금부터 시작한다. 5년차 제주 거주민이 안내에 나선다.


글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일러스트 이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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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제주 무늬오징어, 속껍질 벗겨내니 탱탱한 속살 납시오


제주 거주 5년차 도민 추천 맛집 13곳


올여름 제주 여행객을 위한 맛집 목록


제주 제사 음식부터 영국 피시앤칩스까지


뜨는 고기국수계의 샛별도 ‘완전’ 갈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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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거주 5년차 자존심을 걸고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행자를 위한 맛집’을 추렸다. ‘제주의 식탁’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돼지고기구이나 해산물 식당은 기본이다. 예로부터 도민들이 집에서 즐겨 해먹던 ‘진짜’ 전통 음식과 제주의 식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해 ‘제대로’ 만든 서양 음식들까지 골라 담았다. 제주의 동서남북 어느 쪽을 여행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진짜 제주 맛집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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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권】



생돈구이촌 ①


제주 돼지고기는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주시의 ‘생돈구이촌’은 도민들이 알아주는 맛집이다. 2011년께 개업한 이 집의 고기 맛은 에둘러가지 않는 ‘직선’이다. 제주 고깃집들은 초벌구이할 때 귤나무로 훈연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 집은 오직 연탄만 쓴다. 주인 양석훈(48)씨의 우직한 고집 때문이다. 고기를 찍어 먹는 멜젓(멸치젓)은 보통 젓갈에 소주를 부어 살짝 끓여내 뻑뻑하지 않은데, 생돈구이촌은 예외다. 뻑뻑하게 조리된 양념장 형태의 멜젓이 나온다. 기본 찬으로 몸국(돼지 뼈를 우린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푹 끓인 제주 전통식)이 나오는 것도 이 집의 특색이다. 지난 8일 저녁께 찾은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양용진(55) 원장은 이 집의 오랜 단골이다. 양 원장은 “연탄이 돼지고기 맛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이 집은 특히 다른 고깃집에 견줘 고기를 구워내는 방식이 탁월하다”며 “고기 본연의 맛을 도드라지게 하는 멜젓도 아주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양씨는 “맛있는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생각에서 흑돼지는 취급하지 않고, 백돼지만 판다. (돼지고기 400g은 3만원· 600g은 4만2000원/제주 제주시 노형동 1289-7/064-747-2368/16:00~23:00/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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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또르따스 ⑬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한 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2016년 9월께 문을 연 멕시코 음식 전문점 ‘라스또르따스’를 찾을 수 있다. 멕시코에서 4년 동안 살다 온 사장 기세경(38)씨가 주인인데, 제주에서 멕시코 음식점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란다. 제주 화북이 고향인 아내 김혜윤(35)씨가 의기투합해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산 백돼지와 각종 채소류 등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하면서도, ‘제대로 된’ 멕시코 음식을 선보인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우선, 타코가 맛있다. 옥수수 토르띠아에 돼지 목살을 저온에서 장시간 익힌 ‘풀드 포크’(결 따라 살을 찢은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다. 멕시칸 샌드위치인 ‘삐깐떼’도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다. 멕시코식 빵 사이에 제주산 백돼지, 멕시코식으로 조리한 당근 피클과 신선한 아보카도, 토마토, 치즈 등이 어우러지는 맛이 절묘하다. 식사하면서 그림 같은 애월 해변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풍경 맛집’으로도 손꼽힌다. (타코 2조각 9500원·삐깐떼는 9000원/제주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 274/064-799-5100/11: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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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동권】



광명식당 ②


제주도 유명한 순댓국집이 많지만, ‘광명식당’은 전국구 맛집으로 통하는 노포(오래된 가게) 식당이다. 제주의 순댓국을 처음 접한 여행객들은 대체로 두 가지로 반응한다. 너무 가볍거나 혹은 너무 무겁다고 평가하는 거다. 전자가 육지화된 국물의 가벼움에서 오는 실망을 표현한 거라면, 후자는 제주 전통 순댓국을 접한 다음 나타나는 반응이다. 제주의 전통 피순대를 메밀가루와 모자반(몸)이 그득한 국물에 말아내는 방식으로 만든 게 전통식 순댓국이다. 광명식당의 순댓국은 ‘너무 가볍거나 혹은 너무 무거운’ 그 사이 어딘가에 절묘하게 위치한다. 동문시장 안에 있어 주차가 다소 번거롭고, 식당 내부도 아주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음식 맛으로 모든 단점이 가려지는 곳이다. (국밥은 7000원·푸짐한 접시순대나 모둠수육, 모둠내장은 2만원/제주시 동문로4길 9 동문공설시장/064-757-1872/11:00-18:00/주말은 15:0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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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식당 ③


아침마다 제주시 인근의 술꾼들이 속을 풀러 찾는 진정한 토박이 맛집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메뉴는 접짝뼈국과 각재기국(전갱이국)뿐인데, 모두 8000원이다. 제주식 돼지국밥인 접짝뼈국에는 많은 양의 후추가 뿌려져 있는데, 입안에 달라붙을 정도로 찐득한 국물을 넘기다 보면 후추 맛과의 조화가 오묘하다. 살점도, 뼈도 부드럽다. 함께 나온 푸성귀에 갓 지은 밥과 갈치젓을 싸먹는 것도 좋다. (8000원/제주 제주시 일주동로 383/064-755-0285/07: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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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해녀잠수촌 ④


제주의 진정한 ‘1등 국물 집’으로 꼽힌다. 이 집의 황돔지리는 무조건 먹고 봐야 한다. 주문과 함께 큼직한 황돔 한 마리를 통째로 끓이기 때문에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길쭉하게 썬 무와 미나리 맛이 일품인 황돔지리의 국물 맛의 비결은 의외로 ‘생강’이라고 한다. 입맛에 따라 다소 짜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심심한 맛을 좋아한다면 간을 약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다. (지리와 각종 물회는 1만2000원·보말국은 1만원/제주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391/064-782-9285/10:00~19:00/매월 1·3주 월요일 휴무)


【남동권】



윌라라 ⑤


‘제주에서 웬 피시앤칩스?’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어 연수를 하던 중 만난 서종옥(38)씨와 정홍용(44)씨가 의기투합해 2014년께 성산일출봉 인근에 개업한 ‘윌라라’에서는 제주에서 많이 잡히는 달고기로 만든 피시앤칩스를 맛볼 수 있다. 달고기는 서양에선 스테이크 등으로 즐기는 고급 식재료인데, 국내에선 많이 유통되지 않지만 제주에선 예로부터 회나 구이, 국으로 많이 먹었다.


특히 이들은 2018년 11월 영국의 교육기관인 ‘엔에프에프에프’(NFFF·National Federation of Fish Friers)에서 피시앤칩스 조리법 교육을 수료한 최초의 한국인이라고 한다. 서씨는 “개업 초기부터 최근까지 8번의 ‘레시피 업그레이드’를 했다”며 “양파 기름을 이용해 가마솥에서 튀겨내는 방식도 우리가 최초”라고 말한다. 직접 손질하는 제주산 달고기는 별도의 숙성과정을 거치는데, 그 레시피는 ‘영업비밀’이란다. 달고기뿐 아니라 상어고기로 만든 튀김도 맛볼 수 있다. 달고기와 상어고기, 감자튀김과 새우튀김, 치즈스틱에 간단한 샐러드가 포함된 콤보 메뉴가 2만6000원이다. 함께 제공되는 ‘몰트 비네거’(식초의 한 종류)에 곁들여 먹는 바삭한 생선튀김은 그 자체로 별미다. (콤보 메뉴 2만6000원/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중앙로 33/010-8392-5120/12:0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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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름식당 ⑥


매일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가스름식당’의 두루치기를 먹겠다. 고기와 나물, 채소류, 밥과 국물까지 ‘완벽한 한 상’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만큼 환상적이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가시리 마을이 ‘두루치기 마을’로 명성을 얻은 때는 비교적 최근이다. 가시식당과 나목도식당, 가스름식당은 가시리의 ‘두루치기 3대장’으로 꼽히는데, 그 말은 곧 제주도 내의 ‘두루치기 3대장’이라는 뜻이다. 가스름식당이 세 가게 중에서도 가장 늦게 개업했다지만, 벌써 25년이 넘은 노포 식당이다. 가시식당이 유명한데, 너무 달거나 짜지 않으면서도 입에 짝짝 달라붙는 가스름식당의 두루치기 맛은 이를 오히려 뛰어넘는다는 평이다.


지금이야 유채밭과 말 목장, 두루치기 등으로 유명해졌지만 원래 가시리는 인구도 적고, 관광객도 전무한 곳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슈퍼마켓을 하던 주인 유경호(64)씨는 서귀포 남원사람으로, “장사가 너무 안되어서 식당으로 업종을 바꿨다”고 한다. 순대는 직접 만드는데, 큼직하면서도 터프한 밀도를 자랑하는 피순대 한 접시가 1만원, 두루치기는 7000원이다. 기본 찬으로 몸국이 제공되는데, 7000원짜리 몸국을 따로 한 그릇 청해도 좋다.


“도민과 관광객 비율이 반반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는 도내 노포의 공통점이다. (7000~1만원/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로565번길 19/064-787-1163/9:00~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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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네 식개집 ⑦


개업하자마자 노포의 풍모를 갖추는 식당들이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청자네 식개집’이 그렇다. 제주에서도 요즘은 찾기 어려운, 전통 제사 음식을 파는 식당을 ‘식개집’이라고 하는데, 2018년께 개업한 남원의 청자네 식개집에서는 ‘진짜배기’ 제주식 제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들어가기 망설여질 정도로 허름하지만, 내부는 깔끔하다. 남원이 고향인 주인 김청자(53)씨는 원래 관광업계에 종사했다고 한다.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을 했는데, 정작 제주의 맛과 멋을 소개할 만한 식당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직접 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이곳에서는 반드시 ‘빙떡과 솔라니’를 맛봐야 한다. 제주말로 옥돔을 ‘솔라니’라고 하는데, 짭짤한 옥돔구이를 심심한 메밀전병(빙떡)에 곁들여먹는 그 오묘한 맛은 직접 느껴본 사람만 안다. 제주에서도 방어는 모슬포, 자리돔은 보목, 옥돔은 태흥산을 최고로 친다. 이 집은 태흥산 당일 판매 옥돔만 쓴단다. 빙떡과 옥돔 세트가 3만2000원인데, 옥돔 한 마리 원가는 2만6000원~2만8000원이라고 한다. 제주 어디를 가도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옥돔구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역시 제사음식인 제주식 돼지고기 산적을 ‘적갈’이라고 하는데, 옥돔과 솔라니, 적갈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가 5만3000원이다. 시원한 옥돔지리는 1인분에 1만8000원, 모둠전은 3만5000원이다. (1만8000~ 5만3000원/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690/064-764-0707 /16:00~22:00/개인 사정으로 쉬는 날이 있으므로 사전 문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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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 연탄구이 ⑧


서귀포 보목동에 위치한 ‘구두미 포구’에서 산 쪽으로 1㎞ 정도 꺾어 올라가면 뒤로는 한라산이,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정갈한 고깃집이 나타난다. 보목이 고향이라는 주인 이경욱(38)씨는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정육점을 오래 운영한 장모는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고깃집이나 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집에서 경작하던 귤밭을 거닐던 이씨는 문득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귤밭 자리에 깔끔한 2층짜리 건물을 짓고, 연탄구이집을 열었다. 수십년 동안 돼지고기를 만져 온 장모와 성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친구의 도움으로 주방 일을 배웠다. 구두미 연탄구이는 문을 열자마자 서귀포 인근에서 손꼽는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당일 도축한 돼지고기를 공수해 3일 동안 숙성한 뒤 판다. 목살에 붙은 비계 부분을 따로 얇게 저며 익힌 부위가 첫 점으로 나오는데, 적절한 불향에 입안에 터지는 기름 맛이 기가 막히다. ‘솔듸’라 해서, 예전에는 잔칫날 날것으로 먹었던 돼지고기 부위라고 한다. 600g 기준 흑돼지는 5만4000원, 백돼지는 4만2000원이다. 7000원짜리 김치국밥에는 큼직한 고기가 푸짐하게 들었는데, 한번 숟가락을 대면 멈출 수 없을 정도다. (7000~4만2000원/제주 서귀포시 문필로 71/064-762-7004/12:00~22:00/매월 2·4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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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권】



갯바위횟집 ⑨


서귀포 횟집 중 ‘가성비의 왕’으로 꼽히는 집이다. 참돔과 벵에돔, 방어 등이 포함된 모둠회 한 접시에 각종 해산물 안주가 끝없이 나온다. 전복부터 자리돔, 갈치회, 멍게와 소라, 성게, 문어, 고등어회, 미나리에 상큼하게 버무린 생선 껍질무침 등 해산물 안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서귀포 시내에서 쌍둥이횟집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면, ‘갯바위횟집’은 쌍둥이횟집의 ‘로컬 버전’이라고 칭할 만하다. (2인용 한 상 8만원·3인상은 10만원/제주 서귀포시 동부로 18/064-763-3392/13:00~22:00/매월 1·3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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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미락 ⑩


제주가 자랑하는 활어회의 ‘대마불사’다. 도내에서 참돔과 돌돔, 벵에돔, 강담돔, 다금바리 등의 고급 어종을 즐길 수 있는 횟집이기도 하다. 1㎏당 참돔은 13만원, 돌돔은 20만원대로 비싼 편이지만, 그 값을 분명히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2층 좌석을 모두 테이블석으로 바꿨다. (13만~20만원/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190-7/064-794-0055/11:30~21:00/브레이크 타임은 15: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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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트멍 ⑪


‘드디어’ 제주에서도 제대로 된 무늬오징어(흰오징어) 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생겼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토끼트멍’은 원래 제육볶음이나 고등어구이, 물회 등을 파는 작은 동네 식당이었다. 주방 일을 돕던 아들 최재훈(32)씨는 무늬오징어 낚시에 심취해 있었다. 밤마다 인근 포구나 갯바위에서 굵직한 무늬오징어를 낚아 올리며 최씨는 메뉴를 바꿔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에선 1년 내내 잡히는 무늬오징어는 크게는 1~2㎏까지 성장하는데,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이를 취급하는 식당은 제주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토끼트멍에선 최씨가 직접 낚시로 잡은 무늬오징어를 판매한다.


특히 무늬오징어 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두꺼운 외투막(껍질)뿐 아니라 얇은 셀로판지 같은 속껍질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이는 고급 일식집 주방장이나 하던 조리 방식이다. 속껍질을 벗겨내지 않은 무늬오징어는 식감이 질겨 특유의 녹진한 감칠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토끼트멍에서는 속껍질까지 제대로 제거한 회를 코스로 맛볼 수 있다. 2~3인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9만원짜리 무늬오징어 코스에는 회와 숙회, 회국수와 버터구이가 나온다. 단품 회는 4만원이다. 여름철에는 8만원짜리 한치 코스도 있다. 재료 수급 관계로 예약은 필수다. (4~9만원/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182/064-794-7640/9:00~22:00/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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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 고을식당 ⑫


유명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시 삼성혈 인근의 국수거리에서 땀을 흘리며 1~2시간씩 기다리느니, 서남쪽으로 차를 달려 대정읍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정 고을식당’은 그야말로 고기국수계의 보석이요, 진정한 숨은 강자다. 노부부가 테이블 8개뿐인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데, 많은 양의 양파로 맛을 낸 고깃국물은 기름지면서도 시원하고, 달큰한 듯하면서도 감칠맛이 폭발한다. 잘 삶아진 돼지고기는 푸짐하고 부드럽다. 제주말로 뜨끈한 돼지국물을 먹고 난 뒤의 포만감을 ‘배지근하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배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돔베고기 1만2000원·고기국수는 6000원/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주서로 2258/064-794-8070/11:00~15:00/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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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글·사진 송호균 객원기자 gothrou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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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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