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까지 한꺼번에…3D프린팅 주택이 또 한번 진화했다

[테크]by 한겨레

미 신생기업, 경량의 특수 합성석재 개발

자외선으로 즉시 경화…수평 프린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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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과 벽체는 물론 지붕까지 한번에 완성하는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선을 보였다. 3D 프린터로 지은 20평짜리 단층 주택. 마이티빌딩스 제공

3D 프린팅 건축 기술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바닥과 벽체 뿐 아니라 지붕까지 한꺼번에 프린팅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신생기업 마이티 빌딩스(Mighty Buildings)는 최근 3D 건축 프린터로 벽과 바닥뿐만 아니라 천장, 지붕까지 집의 외관 전체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두 채의 시범주택을 완공했다. 이 회사의 6미터 높이 3D 프린터 빅지(Big-G)는 초당 12cm의 속도로 24시간 안에 32.5제곱미터(약 10평) 규모의 단층 건물 외관을 완성한다. 침실 1개, 욕실 1개와 간이 주방을 갖춘 65제곱미터(약 20평)의 주거 건물은 구조 완성에서 설치, 마무리까지 총 5주가 걸렸다.


마이티 빌딩스의 3D 프린터는 천장과 지붕까지 프린팅하는 게 특징이다. 최고경영자 겸 공동 설립자 슬라바 솔로니친(Slava Solonitsyn)은 “전체 건축 과정의 80%를 자동화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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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빌딩스의 3D 건축 프린터 시범 장면. 자외선으로 즉시 경화시킨다. 마이티빌딩스 제공

콘크리트보다 4배 가벼워…건축비 45% 절감


자동화의 비결은 이 회사가 개발한 LSM(Light Stone Material)이라는 이름의 건축재료에 있다. 이 회사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지원 아래 주방 조리대에 사용되는 인조대리석 코리안(Corian)과 비슷한 류의 가벼운 합성 석재를 개발했다. 콘크리트보다 4배나 가볍고 방수, 방화 기능도 갖췄다고 한다. 이 소재를 3D 프린팅에 넣어 노즐을 통해 뽑아내면서 자외선 빛에 노출시키면 즉시 딱딱하게 굳는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돼 수평으로 넓혀가며 지붕을 만들 수 있다. 솔로니친은 이 기술을 내세워 2018년 와이컴비네이터 프로그램을 졸업하면서 벤처캐피털로부터 3천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3D 프린팅 주택 건축에서 자동화 되지 않은 것은 나머지 창문, 배관, 전기 공사다. 이들 작업은 공장에서 인쇄된 주택이 현장으로 옮겨진 뒤 진행된다. 욕실은 전문업체에 맡겨 별도로 설치한다. 인건비, 재료비 절감 덕분에 마이티 빌딩스의 3D 프린팅 주택 건축비용은 캘리포니아의 일반 주택에 비해 45% 덜 들어간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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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지은 10평짜리 단층 별채.

“노동력 대체 아닌 노동력 부족 해소”


마이티 빌딩스는 3D 프린팅 주택은 건축비가 무척이나 높고 건설 인력이 부족한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말한다. 이 회사 지속가능 최고책임자 샘 루벤(Sam Ruben)은 “우리는 노동력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라 노동력 부족, 특히 숙련 노동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인터넷 미디어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6년 맥킨지연구소는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2025년까지 주택 350만호를 건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축 공사가 전례없는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현장에서 집을 짓는 것보다는 1년 내내 공사가 가능한 공장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마이티 빌딩스는 주장한다. 이 회사의 3D프린팅 주택은 현장 시공이 아니라, 회사 공장에서 구조물을 프린팅한 뒤 트럭으로 옮겨와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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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짜리 3D 프린팅 주택의 내부.

“단독주택 대량생산 시대 열겠다”


이 회사는 이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단독주택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주택을 한 채씩 공급하는 방식 대신 주택 개발업체와 손잡고 대량 공급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환경면에서 이점이 많다. 우선 재료가 덜 들어간다. 버리는 재료가 없고 여러 재료를 쓸 필요가 없다. 마이티 빌딩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건축물의 벽체에는 10여가지 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마이티 빌딩스는 한 가지 재료만 쓴다. 배관과 전선이 들어갈 통로도 이 과정에서 동시에 만들어진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지붕과 바닥과 벽 전체를 한몸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따로따로 제작해 결합하는 방식에 비해 지붕과 바닥, 벽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아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현재 이 회사가 제작할 수 있는 집은 10평 원룸(11만5000달러)에서부터 방 3개, 욕실 2개인 집(28만5천달러)까지 6개 모델이다. 건축비는 1제곱피트(0.09제곱미터)당 평균 314달러. 마이티 빌딩스는 당장은 단독주택의 뒤뜰에 지을 수 있는 별채 제작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일단 바닥과 벽체 3D 프린팅 기술 적용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지붕까지 합친 완전한 3D 프린팅 주택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2020.08.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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