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SH·GH 사장이 직접 소개한 ‘공공주택 시즌2’는 이랬다

[자동차]by 한겨레

8·4 대책 이후 ‘공공주택 시즌2’ 담론 만개

집값 자극 없고, 내몰림 없는 공공 정비사업

카페·빨래방 2030 맞춤 ‘슬세권 공공임대’

낙인효과 없는 역세권 고밀 ‘기본주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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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의 반포 주공 재건축을 공공이 했다면 강남 집값은 어떻게 되었을까.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 시대를 열었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반포 주공 2단지를, ‘반포 자이’는 반포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다. 반포 주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1971년~1979년 강남을 개발하면서 당시 무주택 서민층에게 대규모로 공급한 ‘공공분양’ 아파트였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주도 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방안’ 토론회(공공주택 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바로 기존의 공공주택 공급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반포 주공 등을 당시 (주공이) 분양을 안하고 (임대 형태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지금 주거 문제 해결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택지개발을 통해 분양시장에 내놓으면 투기적 수요가 붙고 투기자산이 되는 일을 막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8·4대책으로 확정된 수도권 127만호 공급계획을 계기로 ‘공공주택 시즌2’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주최한 공공주택 토론회에서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SH),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이 직접 나와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는 공공주택의 미래상을 소개했다.

민간 정비사업 5대 부작용…공공 정비사업으로 가야

변창흠 엘에이치 사장은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해 온 수년 동안의 방식이 대상 아파트의 가격상승,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 개발이익 사유화, 원주민·임차인 내몰림, 서울 내 지역 격차 확대 등 5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지만,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공급되면 주택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애초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뉴타운 사업 추진할 때 1300개 구역이 지정됐고 그 중에 해제된 170개를 제외하고는 인허가나 착공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공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사업 기간이 길어진 탓으로 공공이 개입해서 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갈등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공급 확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8·4 대책 당시 구체화된 ‘공공 고밀 재건축’은 재건축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을 2배로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변 사장은 재개발·재건축은 민간이 주도한다는 통념과 달리 관련 법에 의해 규율되는 공공적인 성격이 있는 것으로, 추진 과정에서 공공이 개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재개발의 경우 애초 공공이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해야할 역할을 재개발 조합에 위임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재개발 조합은 행정기관의 지위가 부여되며 소송도 행정소송으로 진행된다”며 “재건축 역시 도정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편입되면서 정비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고,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이 용도 변경이나 수용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성공적인 공공 주도 주택공급 사례도 제시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50층 짜리 초고층 아파트인 더피너클앳덕스톤(The Pinnacle@Duxton)은 싱가포르 주택청(HDB)이 공급한 1849세대 공공임대 아파트다.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도시 재생, 도심 재개발 사례로 꼽히는 제13구역 ‘파리 리브 고슈(Paris Rive Gauche)’는 파리개발공사가 주도한 사업이다. 한국에서 엘에이치 등 공공이 주도한 정비사업으로 성남2단계 재개발사업, 서울 신림 재개발사업, 안양 덕천지구 주택재개발 사업 등은 원주민과 임차인들의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아파트를 짓는 동안 인근에 임시 거처를 공급하는 ‘순환정비방식’으로 공급됐다.

성냥갑 공공임대 탈피…‘슬세권’ 원하는 2030 맞춤 임대로

“2018년 1월 사장에 취임한 뒤 첫번째로 받은 민원이 ‘에스에이치 로고’를 지워달라는 것이었다.” 김세용 에스에이치 사장은 취임 이후 기존 공공주택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만을 하자, 재료, 디자인 3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하자는 이제 휴대폰으로 바로바로 접수해서 간단한 것은 즉시 해결하고 있고, 재료는 임대와 분양의 건축자재를 동일한 것을 사용하도록 바꿨다”며 “디자인은 국내 저명한 건축가들이 에스에이치의 모든 건축 심의해 성냥갑 아파트가 아니라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감안해, 주택과 더불어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슬리퍼 신고 모든 게 다 이뤄진다는 의미의 슬세권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런 일이 코로나 이후에 더 심화가 되고 있다”며 “신촌 동사무소 복합 개발을 하면서 여기에 빨래방과 편의점 등을 같이 넣어서 작동하게 하는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스에이치 신입사원들이 구내식당에서 혼밥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는데, 이런 변화 때문에 젊은 세대가 코로나 재택근무에도 업무역량 저하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2030 중심으로 주거에 대한 니즈가 기성세대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지고 있고, 주택공급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회에 버스차고지나 빗물펌프장 부지 위에 주택과 상업시설 등을 복합개발할 때 현행 공공임대주택만 건설할 수 있는 규정을 바꿔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투기자산으로 변하는 분양주택 말고 기본주택 공급

경기도는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발표 국면에서 ‘기본주택’이라는 새로운 공급유형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이헌욱 지에이치 사장은 “핵심 요지를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으로 해서 주거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주거 안정을 기할 수 있을까 그것이 근본적인 고민”이라며 “경기도의 기본주택은 공공임대 공급을 하면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현재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 공공임대 주택에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했었는데, 소득 기준이 안돼서 못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며 “저소득층 위주로 임대를 공급하면 지역사회에서 게토가 되고, 낙인효과, 상대적 박탈감 등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무주택자라면 소득 상관없이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하면 소셜 믹스는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기본주택은 역세권에 공급하되 싱가포르 더피너클 앳 덕스톤처럼 고밀 개발을 통해 개발한다는 원칙도 밝혔다. 그는 “현행 주택개발방식으로는 임대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는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과 현재 감정가로 공급하는 토지를 조성원가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주택기금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외국처럼 공공기관을 만들어서 공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이 사는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2020.09.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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