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기 전파, 좁은 복도는 얼마나 위험할까

[테크]by 한겨레

배가 물살을 가르듯 등 뒤로 공기 흐름 형성

기침 5초후 5미터 뒤에서도 비말 구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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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복도에서의 공기 전파 위험을 시뮬레이션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이 감염자라면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은 얼마나 위험할까?


걷는 사람의 뒤쪽으로 공기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중국과학원과 중국과학원대 공동연구진이 서로 다른 형태의 공간에서 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미국 물리학회(AIP)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 12월15일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키 1.8미터, 보행 속도 초속 평균 1.5미터를 조건으로 놓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장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은 좁고 긴 복도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사람 뒤에서 어린이가 따라가는 경우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복도에서 어떤 사람이 기침을 하면서 걸어갈 경우, 숨을 내쉴 때마다 몸 주위 또는 뒤로 비말(침방울)이 확산된다. 연구진은 이 경우 형성되는 공기 흐름은 배가 나아갈 때 남기는 물살의 흔적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사람의 등 바로 뒤에서 침방출이 다시 모여 `재순환 기포(re-circulation bubble)가 생기고 이어 그 뒤로 허리 높이에서 길게 공기 흐름이 이어지는 걸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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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복도에선 비말이 사람으로부터 떨어져서 뭉쳐 다니며(왼쪽) 너른 공간에선 사람 등뒤에 붙어 다니면서 분산된다. 유체물리학 저널

사람의 등 뒤 2미터 지점에 이르면 공기 흐름은 입과 다리 높이에서는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지지만 허리 높이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흐름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공기 흐름 패턴은 사람의 몸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공기 흐름 패턴을 토대로 가상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비말이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살펴봤다. 폭 1.2미터에서 6미터에 이르는 여러 형태의 공간별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말 확산 방식은 두 가지로 확연하게 나뉘었다.


폭이 좁은 복도에서는 분리형 확산이 이뤄졌다. 비말 구름이 사람한테서 멀리 떨어진 상태로 바이러스를 가득 품은 채 떠다녔다. 폭이 넓은 개방 장소에서는 부착형 확산이 진행됐다. 비말 구름이 사람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마치 꽁무니를 쫓듯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에 따라 비말이 뭉치지 않고 분산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연구진은 “좁은 복도(분리형 확산)에서는 기침 5초 후 5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비말 입자 농도가 너른 장소(부착형 확산)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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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말 구름은 사람 키의 절반 높이에서 떠다니기 때문에 어린이가 더 위험하다. 유체물리학 저널

키 절반 높이서 비말 뭉쳐 다녀…어린이 더 위험

연구진은 따라서 좁은 복도 같은 곳에서는 안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염자가 자신의 앞쪽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경우에도 바이러스 입자가 포함된 비말을 흡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특히 어린이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비말 구름이 감염자 키의 절반 정도 되는 높이에서 떠다니는데, 이는 어린이의 입에 해당하는 높이다.


이번 연구는 유리벽이나 창, 에어컨, 화장실 같은 실내 공간에서의 바이러스입자 확산 패턴을 분석한 이전의 연구들과 달리 사람들의 이동 경로 역할을 하는 복도에서의 공기 흐름을 분석한 데 의미가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2020.12.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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