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제주 대표 건축가’ 김석윤 추천 건축 7선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by한겨레

자연을 닮은 너, 튀지 않아 눈길이 머문다

 

‘수풍석 미술관’ 건축-미술 경계 허물어

‘방주교회’ 연못 둘러 물 위의 배 표현

‘일본군 격납고’ 산과 겹쳐 기이한 느낌

 

“건축이란 땅에 대한 해석이다. “(김석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올레길. 제주도란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풍경들이다. 하나 더 있다. 건축이다. 2000년대 이후 제주에는 제주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축작업들이 활발하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 재일ehd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바람, 물, 돌을 테마로 한 미술관과 교회 등 수많은 건축가의 손을 거쳐 세워진 건축물들이 제주의 풍경을 더욱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제주가 ’현대 건축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관광지도를 펼치면 가치를 판단할 수 없는 박물관의 이름들은 즐비하지만 제주 건축물에 대한 제대로 된 소개는 잘 없다. 건축가 김석윤은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가의 한 사람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 건축가 회장을 역임했고, 제주현대미술관, 한라도서관, 제주 웰컴센터 등 내로라하는 건축물들을 지었다. 김석윤 전 제주 건축가 회장을 만나 추천받은 ’제주건축 버킷리스트 7곳’을 가보았다. 해설은 김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

1. 이타미 준의 작은 미술관들 (수,풍, 석, 두손)-건축이 된 미술, 미술이 된 건축.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수 미술관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이타미 준의 작업은 건축의 마무리가 섬세하고 격조가 있다. 비오.토피아에 있는 수풍석 미술관은 제주도의 으뜸 요소인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미술관으로 이타미 준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미술관이지만 전시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건축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어 건축이 곧 미술이 된 고급스러운 작품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을 담는 물의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 박물관, 긴 복도를 걷거나 돌 오브제에 앉아 외부의 나무판 틈새로 바람이 통과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풍 박물관. 이타미 준은 석 박물관에 대해 ‘하나의 사유이자 시적인 환상이다’라고 스스로 평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863, 예매 필수. 누리집: https://www.biotopiamuseum.co.kr, 문의: 010-7145-2366

2. 방주교회-한라산 허리에 얹힌 거대한 방주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서귀포시 안덕면 방주교회 앞에서 관광객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해발 400m의 오름 위에 교회가 얹혀있어 제주도의 하늘과 가장 가까운 교회다. 둘레에 연못을 배치해 정면에서 보면 정말 물 위에 뜬 방주처럼 보인다. 오각형의 기하학적 단순성으로 종교적 상징성을 담아냈다. 금속으로 된 지붕은 세 가지 재료를 사용했는데, 빛에 반응한다. 이타미 준의 말기 작품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113

3. 섯알오름 일본군 격납고 군- 폐허와 군집의 장엄함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섯알오름 일본군 격납고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건축에는 시간의 때가 얹혀있다. 이제는 검은 논밭이 된 대지 위에 20여 개의 식민지 시대 일본군의 콘크리트 격납고가 마치 고분군처럼 솟아있다. 이 유적은 지평선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송악산과 겹쳐지며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이한 장엄함이 있다. 침략전쟁을 위해 1920∼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이곳에서 날아오른 일본군 전투·폭격기가 난징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66ha 면적의 비행장 안에 폭 20m, 높이 4m 규모의 격납고 20개가 세워졌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70, 문의: (064)740-6000

4. 카카오 스페이스 닷원- 제주의 땅을 닮은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카카오 스페이스 닷원 카카오 제공

2000년대 초반, 인터넷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본사를 제주로 옮기기로 계획했다.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 제주의 쾌적한 환경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세계 건축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 건축가 조민석이 2년에 걸친 작업 끝에 ’스페이스 닷원’을 내놓았다. 그 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이제 스페이스 닷원에서 다음의 흔적은 지워졌고 이름도 카카오 스페이스로 바뀌었다. 그러나 제주의 땅 모양을 닮은 넓고 얕은 건물, 제주의 화산송이석 색깔과 화산동굴 같은 내부, 오름 같은 외부가 어우러진 스페이스 닷원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겨울 처마 아래 서면 난방기 돌아가는 소리와 바람 소리가 겹쳐 마치 우주선을 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외부인을 위한 카페도 있다.

제주시 첨단로 242

5. 섭지코지의 지니어스 로사이- 경관과 건축의 일체감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와 함께 섭지코지에 자리한 안도 다다오의 두 작품 중 하나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뜻이다. 글라스 하우스가 곶의 끝부분에 돌출돼 자연을 압도하는 듯한 부담감을 준다면 지니어스로사이는 땅 밑으로 잦아들며 자연을 존중하는 인상을 준다. 작가가 의식적으로 두 건축을 대칭을 이루게 해 음양의 대립을 의도했다는 해석도 있다.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일본 특유의 미감을 드러낸다. 땅속으로 건물을 묻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도 안도의 스타일이다. 멀리서 보면 그냥 벽만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일본식 선의 냄새가 배어난다. 지금은 아쉽게도 내부 수리 중으로 입구에 3월까지 입장할 수 없다는 표지가 붙어있다. 개장 일정은 미정이니 3월 이후 개장 여부를 확인한 뒤 찾아가야 한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1 문의: (064)731-7001∼5

6. 김중업의 소품 서귀포 소라의 성- 주변의 자연풍광과 곡선의 어우러짐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소라의 성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시인 황동규는 시 <겨울, 서귀포 ‘소라의 성’>에서 이렇게 썼다. ‘건축가 김중업의 한때 소망은/‘마음 놓고 울 수 있는 방 하나 있었으면!’/허름한 콘크리트 재료로 서귀포에 이 소라의 성’을 쌓을 때쯤?/나중에 번듯한 방 가지게 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미니성 앞은 바로 바다…(생략)’이라고 썼다. 소라의 성은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인 고 김중업(1922∼1988)이 설계한 작품으로 정방폭포 인근 해안 절벽에 1969년 12월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졌다. 원형 돌집 형태로 지어진 건축물로 소라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한때 식당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시가 사들여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는 제주올레 사무국과 제주올레 탐방 안내센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올해 보수공사를 거쳐 7월부터 시민들에 개방할 예정인데, 올레길 6코스와 이어지는 해안 절경과, 한국 현대건축물의 조화는 찾아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서귀포시 동홍동 234-2

7. 김창열 미술관 - 스케일과 소재미가 돋보이는 미술관.

섬 위의 건축, 예술이 되다

김창열 미술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물방울 작업으로 유명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미술관으로 홍재승 건축가(아키플랜)가 설계를 맡았다. 신전 또는 무덤 같으면 좋겠다는 김 화백의 요청에 따라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현무암을 연상시키는 검회색 콘크리트의 인상이 강렬하다. 빛이 반사될 수 있는 물의 중정을 만들어 ‘물방울 화가’의 작품세계를 반영했다.

제주시 한경면 용금로 883-5, 문의: (064)710-4150

제주/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