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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내연기관차 살까, 전기차 살까…볼보-테슬라 비교해봤어요

by한겨레

볼보 ‘XC60 B6’ - 테슬라 ‘모델 Y’


7천만원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비교 시승해보니

한겨레

볼보 XC60 B6 앞모습

“지금 전기차 사도 될까요?”


요즘 자동차를 바꾸려는 소비자가 자주 묻는 말이다. 시장에 쏟아지는 전기차를 사야 할지, 아니면 기름 먹는 내연기관 신차를 구매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엔 물론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라는 중간 선택지도 있다. 차 고르기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푸념이다.


그래서 가격이 같고 성격은 확연히 다른 2대의 차량을 비교 시승해봤다. 볼보 ‘XC60 B6 AWD 인스크립션’은 휘발유 엔진을 기본으로 하고 엔진을 보조하는 소형 전기모터를 넣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테슬라 ‘모델Y 롱 레인지’는 순수 전기차다.


둘 다 가격대가 7천만원가량인 사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볼보는 지난달 국내에서 신차 1264대를 팔아 벤츠, 베엠베(BMW), 폴크스바겐에 이어 수입차 판매 4위를 차지한 신흥 강자다. 테슬라 모델Y는 지난달 한국에서만 3328대가 팔려나가며 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구매 계약 이후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인기 차량이라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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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Y 앞모습

외관만 보면 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외양을 중시하는 소비자 선호에 맞춰 완성차 업체도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차량 실내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볼보 XC60은 고급 차에서 흔히 보는 가죽과 나무 소재를 좌석과 내장재 곳곳에 적용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안락하고 화려하다. 반면 테슬라 모델Y는 ‘딴판’이다. 실내가 너무 간결하다. 일반 차에 있는 운전석 앞 계기반이 사라지고 가운데 15인치 대형 화면만 붙어있다. 운전자가 누르고 조작해야 하는 각종 버튼도 테슬라 쪽이 훨씬 적다.


실제로 주행 중 각종 기능을 사용하는 데는 테슬라 모델Y가 훨씬 더 편했다. 마치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조작이 직관적이어서다. 다만 터치스크린 사용 경험이 적은 어르신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시야도 계기반을 없애고 큰 창을 단 테슬라가 더 탁 트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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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 B6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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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Y 실내

주행 질감도 둘 사이에 차이가 컸다. 볼보 XC60은 1969cc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었다. 엔진 회전수가 꽤 올라가야 변속이 이뤄지는 탓에 정지 상태에서 보통 속도로 출발해도 거친 내연기관 엔진 소리가 났다. 그러나 테슬라 모델Y는 시동 버튼이 아예 없고 가속 페달을 밟아도 전기모터 2개 돌아가는 조용한 소리만 들렸다.


페달을 밟았을 때의 즉답성은 전기차가 앞선다. 다만 모델Y는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전기모터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을 하며 차의 속도를 알아서 줄이는 회생 제동 기능이 수시로 작동해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승차감은 둘 다 단단한 편이어서 고급 차다운 부드러움을 느끼기 어렵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은 부족한 충전 인프라다. 테슬라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하려면 테슬라 전용 ‘수퍼차저 충전소’를 찾아가거나 아니면 충전 단자에 전용 어댑터를 꼽고 일반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이용해야 한다.


수퍼차저 충전소는 아직 전국 39곳에만 설치돼 있고 그나마도 고급 호텔, 리조트 등에 위치해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지 않다. 전기차를 산다면 반드시 집이나 직장 근처 충전 인프라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충전 시간도 문제다. 실제 모델Y의 주행 가능 거리가 146km 남았을 때 제원상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인 511km까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55분가량(최대 120kW 수퍼차저 이용시)이 걸렸다. 단순히 연료비 절약만 따져보고 전기차를 택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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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Y 슈퍼차저 충전 모습

전기차를 타보니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한계도 눈에 띄었다. 휘발유와 디젤 태우는 엔진 소리와 구동 중 변속 충격이 사라지니 운전이 한결 쾌적했다. 차를 오래 타고 다녀도 스트레스가 덜 하다는 얘기다. 전기차의 이런 장점이 곧 내연기관 차의 단점이다.


주행 보조 장치와 실내 수납공간, 공간 활용 등은 전기차 쪽이 우세하다. 내연기관 차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이 사라지고 굴러다니는 컴퓨터와 같이 첨단 기술의 적용 수준을 높였기 때문이다.


비포장도로도 달려봤다. 이 점에선 볼보 쪽에 한 표를 주겠다. 전기차는 아래 깔린 배터리가 손상될 수 있다는 걱정 탓에 마음대로 달리기 어려웠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