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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연금전문가 문형표는 어떻게 ‘연금 손실’을 초래했나

by한겨레

재판부,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 인정

“기금 독립성 침해하고 손해 발생” 심각한 범죄로 판단

“공단 기대되는 이익 상실…이재용 등 재산상 이익 얻어”

연금전문가 문형표는 어떻게 ‘연금 손

문형표 전 국민연공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원이 8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영본부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핵심 이유는 이들의 ‘삼성 합병 찬성’ 압력을 행사해 국민연금 기금 운영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손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재원에 손해를 끼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한 권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심각한 범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몇 가지 법리적인 쟁점에서 판단을 달리했지만,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대부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도대체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015년 5월26일 제일모직 주식 1대 삼성물산 주식 0.35의 비율로 합병 계약을 맺은 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주주총회의 승인을 앞두고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한 외국계 펀드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 직면했고, 여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주식 11.21% 보유)로서 합병을 좌우할 수 있는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이 주목을 받던 상황이었다.

 

문 전 장관이 나선 것은 그해 6월께였다. 그는 조남권 당시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삼성 합병 건은 성사되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고, 이에 조 국장은 6월30일께 홍 전 본부장에게 “합병은 (기금운영본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라. 삼척동자도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장관의 지시를 전달했다. 당시 국민연금공단은 에스케이(SK) 합병 여부를 논의했던 전례대로 투자위가 아닌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 합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 전 장관은 그해 7월께 “삼성물산 합병건은 100% 슈어(sure)하게 성사되어야 한다”며 전문위원 대응보고서 작성을 지시했고, 전문위원 중 반대하는 이들이 많자 결국 투자위만 열도록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넣어 이를 관철시켰다.

 

문 전 장관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 당시 홍 전 본부장은 전문위에서 논의를 주장했지만, 복지부 압력에 투자위 개최로 입장을 바꿨고 그 뒤론 찬성 결론을 내기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당시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은 적정한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대 삼성물산 0.46으로 보고, 만약 삼성이 제시한 합병 비율로 합병이 되면 공단에 1388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다고 계산했다. 그러자 홍 전 본부장은 손해를 무마시킬 수 있는 합병 시너지 수치 조작을 지시했고,“합병 시너지 효과가 2조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작성돼 투자위원들에게 전달됐다. 이렇듯 두 사람의 위법한 개입으로 국민연금공단 투자위는 2015년 7월10일 삼성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결을 했고, 7월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성사됐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 등이 이런 범죄에 가담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문 전 장관을 움직인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뇌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사람의 범죄와 그로 인해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 등은 분명하게 밝혔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의 개별 의결권 행사에 개입해 그 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 행위에 해당한다”며 “연금분야 전문가이면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국민연금기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불법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합병 시너지 수치를 조작하도록 해 이를 투자위 회의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일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찬성을 권유하는 등 찬성유도 행위를 한 것은 피고인의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전 본부장의 배임행위가 없었다면 기금운용본부로서는 전문위 부의나 합병 반대, 기권, 중립 중 하나로 의결해 캐스팅보터의 지위에서 주주가치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은 장래 기대되는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고, 반대로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는 이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변호사)은 “삼성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이익을 봤다고 평가해 당시 합병이 경영권 승계 과정의 일환이라고 간접적으로 적시한 것”이라며 “삼성 합병 비율이 불공정했고 국민연금공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