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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시승기

BMW 330i,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by한국일보

중도 노선을 선택한 330i는 모든 게 부드러워졌다

BMW 330i, 그때는 맞고 지금은

BMW 328i가 330i로 교체되면서 출력은 7마력 상승했다. 사진=조두현 기자

3시리즈는 BMW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선 5시리즈가 인기지만, 전 세계에서 BMW 모델 중 3시리즈의 판매량이 가장 많다. 지금까지 1,400만 대 이상 생산됐고 지난해 3시리즈는 총 41만1,844대 팔리면서 지속해서 BMW의 베스트셀링 타이틀을 이어갔다.

 

1960~1970년대에 등장한 1500, 1600, 2002 등의 모델은 ‘BMW=스포츠 세단’ 공식을 만들며 3시리즈 등장의 밑거름이 됐다.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브랜드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도 1966년부터다.

 

1975년 세상에 처음 나온 BMW 3시리즈는 운전자에 초점이 맞춰진 인테리어 디자인과 뛰어난 운전 재미로 호평을 받았고, 이는 BMW의 전반적인 브랜드 캐릭터로 굳어졌다. 3시리즈 출시와 함께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BMW는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이란 표어를 별도로 만들어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3시리즈의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핸들링은 운전을 즐기는 전 세계 운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BMW 330i, 그때는 맞고 지금은

세대별 BMW 3시리즈의 모습. 사진=BMW 제공

지난 2011년 기존의 코드 네임 ‘E’ 대신 ‘F’를 달고 나온 6세대 3시리즈(F30)는 ‘운전의 즐거움’ 바이러스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나섰다. 새롭게 개발된 섀시는 전보다 안락했고 더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만족하게 했다. 반대로 기존의 코드 네임 ‘E’ 시절을 고집하며 그리워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하지만 6세대 3시리즈는 당시 BMW의 미래를 보여주는 청사진과 같았다. 이어서 출시된 다른 세그먼트 모델의 디자인 기준이기도 했다.

 

4기통 디젤 엔진에 터보차저를 단 5세대(E90) 320d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자 6세대 3시리즈는 320d가 주축이 돼 들어왔다. 이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솔린 모델은 320i와 328i가 선택됐다. BMW 코리아는 그 위론 수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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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3시리즈(좌)와 1세대 3시리즈(우)

지난달 19일 328i가 330i로 교체됐다. 7월에만 총 41대가 등록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과거 BMW의 모델명 두 번째 자리 숫자에 ‘3’이 들어갔다는 건 배기량이 3.0ℓ란 뜻이었다. 전설로 남은 부드럽고 강력하기로 유명했던 6기통 ‘실키 식스’ 엔진이 대표적이다. 지금의 330i는 사정이 바뀌었다.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다운사이징 된 2.0ℓ 엔진에 터보차저를 달아 성능만 3.0ℓ 급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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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i의 엔진은 과거 '실키 식스' 엔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힘이 부드럽게 솟아난다

새로운 330i의 최고출력은 328i보다 7마력 높은 252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5.7㎏·m 그대로지만 최저 엔진 회전수가 1,250rpm에서 1,450rpm으로 올라가 대역폭이 줄었다. 스트로크는 90㎜에서 94.6㎜로 늘었고, 실린더 안 지름은 84㎜에서 82㎜로 줄었다. 공차중량은 1,570㎏에서 1,605㎏으로 늘었다. 연비 변화는 대동소이한데, 고속 연비가 13.4㎞/ℓ에서 13.8㎞/ℓ로 향상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3g/㎞에서 152 g/㎞로 줄어든 점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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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위주의 실내 디자인은 초기 3시리즈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330i는 과연 과거 ‘실키 식스’ 시대의 영광을 재현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엔진은 기존 328i보다 기대 이상으로 조용하고 부드럽다. 오토 스타트 앤 스톱 작동 시 엔진에 불을 붙이는 찰나도 매끄러워졌다. 앞에 보이는 보닛 안에서 복잡한 폭발과 배기 과정을 거쳐 차가 움직인다기보다 누군가 뒤에서 가볍게 ‘후’하고 불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힘을 이렇게 생크림 바르듯 전달할 수 있는지 보닛 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엔진과 ZF의 8단 자동변속기(8hp50)는 갓 결혼한 커플처럼 합이 아주 잘 맞았다. 그 합은 운전자의 마음을 꽤 잘 파고든다. 패들 시프트를 딸각거리며 운전자가 직접 합을 맞춰 나가는 재미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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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핸들링은 전 세대보다 덜해졌다. 대신 일상에서 부드럽고 조용한 주행에 적합하다

그런데 모든 것이 부드러워졌다.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감 역시 부드러운 편인데 이 때문에 응답 속도가 느리다. 차체 앞뒤 무게 배분은 50:50이지만 고속 주행과 코너를 돌아나갈 땐 어쩐지 뒤가 좀 더 가볍게 느껴진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에 맞춰 전자 자세 제어 장치를 끄면 생각보다 쉽게 오버스티어를 경험하게 된다. 한편, BMW의 각 주행 모드는 성격이 뚜렷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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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된 '커넥티드드라이브'의 기능은 유용하고 산뜻하다

체감 속도도 빨라 계기반의 속도계는 생각보다 낮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과거에 3시리즈만이 자랑했던, 그래서 다른 D 세그먼트 차들이 그렇게 따라잡으려고 애썼던 날카로운 핸들링은 느끼지 못했다. 대신 불필요한 움직임이 뒤따라왔다. 운전하는 내내 댐퍼가 스프링을 좀 더 단단히 옥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3시리즈는 매서웠고 열렬했는데, 지금의 330i는 편하고 부드러운 일반적인 승용차가 됐다. 일반 도로에서 안락하고 조용해 운전이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이래선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 타이틀 방어전을 제대로 치를 수 없지 않은가! 곧 코드 네임 ‘G’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7세대 3시리즈가 어떻게 나올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BMW 330i, 그때는 맞고 지금은

국내에서 파는 330i엔 M 스포츠 패키지가 기본으로 적용됐다. 시승차엔 18인치 M 경합금 휠에 브리지스톤 포텐자 S001 RFT 타이어가 달려 있었다. 시트엔 붉은 다코타 가죽을 씌웠고, 실내 곳곳에 ‘M’ 글자를 넣어 스포티한 캐릭터를 부각했다. 큰 변화를 보여준 ‘커넥티드드라이브’는 꽤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플리커’ 기능은 차의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해 해당 지역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선택하면 내비게이션으로 이어져 장소를 안내해준다. 여행자에겐 꽤 유용한 기능이다.

BMW 330i, 그때는 맞고 지금은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의 가격은 5,590만원이다. 출력은 올렸지만 가격은 그대로 두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