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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강남역 차량 돌진사고 때 응급처치 힘 모은 상인들 빛났다

by한국일보

비명ㆍ신음 뒤섞여 현장 아수라장 

인근 약사 영업 제쳐두고 달려와 

붕대ㆍ소독약 등으로 응급 지혈 

상인들도 간이침대 만들기 도와

강남역 차량 돌진사고 때 응급처치 힘

18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상가 건물 1층에서 벌어진 승용차 돌진사고 현장에서 이창열씨가 응급처치를 돕고 있다. 독자 제공

18일 낮 12시3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상가 건물 1층에 느닷없는 굉음과 비명이 터졌다. 주부 장모(57)씨가 몰던 검정색 제네시스 승용차가 현관 유리 통문을 깨고 돌진해 편의점 앞에 가까스로 멈춰선 것.

 

상가 관리인 양모(68)씨가 전한 당시 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곳곳엔 차에 부딪치거나 피하려던 시민들이 쓰러져있었고, 바닥엔 깨진 유리문 파편이 널브러져있었다. 비명과 신음이 뒤섞인 가운데 최소 두 명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고 양씨는 전했다.

 

양씨에 따르면 사고를 낸 장씨는 물론 시민들마저 놀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 시각, 하늘색 셔츠를 입은 한 남성이 붕대와 소독약 등 의약품을 들고 가장 큰 부상을 당한 A씨에 쏜살같이 달려가 지혈을 포함한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약국에서 일하던 약사 이창열(48)씨다.

 

이씨는 약국 동료들 도움을 받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응급처치 지식을 발휘해 능숙하게 현장을 진두지휘 했다. 바닥에 널린 깨진 유리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한 이씨가 긴급히 “종이상자 좀 갖다 달라”고 요청하자, 옷가게 종업원이 재빠르게 대형 종이상자를 안고 뛰어와 간이침대를 만든 뒤 A씨를 뉠 수 있게 도왔다. 이씨는 A씨에게 “잠 들지 말라, 가족 이름과 전화번호를 얘기해보라”고 물으며 의식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는 “일보다 부상자 응급처치가 우선이라 생각했다”며 “약국을 비워뒀는데, 손님들이 이해해 줘 고마웠다”고 했다.

 

119구급대에 사고를 신고했다는 꽃집 주인 곽모씨는 “영업을 제쳐두고 응급처치를 도운 이씨 등 상인들은 구급차가 도착한 뒤에야 숨을 돌렸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돌진 사고로 상인들 모두 영업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지만, ‘사람이 먼저’란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다행히 피해자들 생명이나 의식에 큰 문제는 없는 상태였다”며 시민 도움에 고마움을 표했다.

 

경찰은 운전 미숙을 시인한 장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남역 차량 돌진사고 때 응급처치 힘

18일 낮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상가 건물 1층에서 벌어진 승용차 돌진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응급처치를 돕고 있다. 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