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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CES 2018

애교 부리고, 빨래 개고… 로봇은 이제 인간 동반자

by한국일보

소니 반려견 로봇 ‘아이보’

주인 취향에 맞춰 외로움 달래

리모컨 줍고 가구 옮기는 로봇도

‘1가정 1로봇’ 시대 성큼 다가와

한국 업체는 아직 존재감 미미

애교 부리고, 빨래 개고… 로봇은 이

9일(현지시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로봇관 한쪽에서 중국 로봇업체 아이팔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노랫소리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앉아, 손! 잘했어~"

 

말 잘 듣는 건 물론이다. 만져달라며 애교를 부리고, 쓰다듬으면 좋아서 꼬리를 흔들고, 장난감을 들고 약 올리는 주인을 향해 짖으면서 앙탈도 부리는 강아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렸다. 한 관람객은 넋 놓고 보다 “로봇에 이런 감정이 들다니”라고 중얼거리며 자리를 떴다.

애교 부리고, 빨래 개고… 로봇은 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소니의 반려봇 '아이보'가 주인의 손길이 닿자 고개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전 세계 최대 전자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폭풍 인기를 받은 이 강아지는 소니의 반려 로봇 ‘아이보’다. 도시 전체를 연결한다는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열린 올해 CES에서 로봇은 집 사무실 길거리에서 인간을 보조하고 심지어 외로움까지 달래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보 같은 감성 로봇이 머지않아 도시인의 필수 동반자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형태도 기능도 다른 수많은 로봇이 전시장에 등장했는데 모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작동하면서 스스로 지속해서 학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니 관계자는 “주인의 성격, 반응에 따라 아이보마다 각각의 개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인의 반응을 인지한다는 건 어떤 행동을 해야 주인이 좋아하는지를 스스로 학습한다는 뜻이다. 아이보는 코에 있는 감지기를 통해 자신을 대하는 사람을 목소리로 구분하는데, 제일 많이 놀아주는 사람의 말을 제일 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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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로봇관에서 아이올로스로보틱스의 가정용 로봇이 두 팔로 의자를 들어올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CES에서는 로봇을 주제로 전시에 참여한 기업들을 한 곳에 모아 둔 로봇관도 마련됐다. 이 로봇관 부스마다 집안의 일상을 돕는 가정용, 개인용 로봇이 가득해 ‘1가정 1로봇’ 시대가 이미 개막됐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관람자들로부터 “인상적이야” “놀랍다”라는 반응이 집중된 미국 로봇업체 아이올로스로보틱스 전시장에서는 로봇이 거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리모컨을 주워 제자리에 두고 소파 앞에 있는 의자를 두 손으로 들어 책상 앞으로 가져다 놓는 시연이 펼쳐졌다. 아이올로스로보틱스 관계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뜨거운 커피가 준비돼 있고 집에 오는 길에 저녁 식사 준비가 시작되고, 다음날이면 집이 깨끗해질 거라고 생각하며 잠들면 된다"며 "이것이 우리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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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로봇관에서 서비스 로봇 '크루저'가 앞에 선 사람을 인식해 악수를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일본 세븐드리머스의 론드로이드는 세탁이 끝난 옷을 넣기만 하면 카메라로 세탁물 종류를 인식해 자동으로 접어 보관해 주는 로봇이다. 일명 ‘빨래 개는 로봇’으로 고급스러운 외관에 주인 세탁물을 기억하며 정리하기 때문에 세븐드리머스는 이 제품을 ‘온라인 벽장’이라고도 불렀다.

 

집안일뿐 아니라 주인의 심전도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해 걸릴 위험이 높은 질병을 예측하고 병원 방문을 제안하는 건강관리 로봇(YYD로보ㆍ중국), 집안을 걸어 다니며 가슴팍에 붙은 디스플레이로 동영상 강의, 생활 정보 등을 알려주는 교육용 로봇(iPALㆍ중국) 등도 눈길을 끌었다. 물고기처럼 꼬리지느러미로 흔들며 물속을 휘젓는 로봇(ROBO SEAㆍ중국)은 얼굴인식 기능을 통해 주인을 따라다니며 4K 영상과 사진을 찍어 주는데, 앞으로는 수중 관로 탐지, 수문 지질도 작성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집 밖으로 나온 로봇은 서비스 로봇이 압도적이었다. 식료품이나 작은 짐을 싣고 자율주행하며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배달 로봇, 매장에서 손님을 대응하는 안내용 로봇 등이 주를 이뤘다.

애교 부리고, 빨래 개고… 로봇은 이

9일(현지시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의 로봇관에 전시된 바퀴 달린 배송 로봇 '로비'(robby).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하지만 이 로봇관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로봇관 전시 기업 36개사 중 한국 업체는 4곳에 그쳤는데, 로봇부품 전문업체 로보티즈를 제외하고는 개인용 로봇은 찾을 수 없었다. 하인용 로보티즈 연구소장(부사장)은 “일본이 산업용 로봇, 미국이 특수목적 분야 로봇을 장악하고 있고 최근 중국이 급성장했다”며 “중국기업은 한국 기업의 기술을 베껴 자체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답답해했다. 얼굴을 인식해 주문을 받고 결제하는 로봇으로 전시에 참여한 박철우 퓨처로봇 로봇제작실장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로봇과 AI 분야에 투자 유치, 지원금 등을 아끼지 않아 최근 3년간 빠르게 성장했다”고 부러워했다.

 

라스베이거스=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