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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김영철, 남측 언론에 이례적 사과… “천안함 주범이라는 사람이 나” 소개도

by한국일보

김영철, 남측 언론에 이례적 사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월 25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 공연에서 취재진 입장이 제한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북측 고위급 인사가 남측에 직접 사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남 유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북한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2일 오전 10시쯤 우리 측 예술단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측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 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며 “취재 활동을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 부위원장은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대남 공작 부서인 정찰총국의 책임자로, 그동안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인식돼왔다. 때문에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남했을 때도 국내 보수 진영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 기자단으로부터 전날 평양공연의 취재 제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북측 당국을 대표해 양해를 구한다”며 “어제 행사는 우리 국무위원장을 모신 특별한 행사였고, 국무위원장의 신변을 지켜드리는 분들하고 공연을 조직하는 분들하고 협동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김영철, 남측 언론에 이례적 사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영상을 2일 공개했다. 사진은 예술단 가수들 전원이 무대에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김 부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대남 유화 공세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김영철 정도 되는 북한의 거물이 직접 남측에 사과하는 건 김정은 또는 김여정의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우리와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 같은 것”이라며 “과거에 보기 드문 새로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평양공연에서는 북측 경호원들의 제지로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한 우리 측 취재진이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기자들은 임시방편으로 분장실 내에 설치된 TV 모니터로 공연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V 볼륨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고 색감도 뚜렷하지 않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상황은 북측 내부의 의사소통이 잘못돼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지원단 관계자는 “북측 경호원들이 2층 주석단 자리에 취재진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지시를 받았으나, 일부 경호원이 공연장 출입 자체를 통제하라는 지시로 잘못 이해한 것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한때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까지 공연장 출입 통제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3일로 예정된 우리 측 평양 2차 공연은 남북합동공연으로 진행된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ㆍ평양공연공동취재단